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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think Nov 23. 2018

나의 운전면허 도전기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오늘은 일주일 간의 운전면허 교육과 시험을 마치고 마지막 도로주행 시험이 있었던 날이었다. 원래 일주일 안에 따는게 목표였기 때문에, 오늘 시험에 합격해서 이 글을 쓰려고 했는데 떨어져서(ㅠㅠ) 실패한 건 안 비밀. 누구나 따는 운전면허지만, 지난 일주일 간 나의 일상을 채웠던 운전면허 도전기, 그 과정에서 느꼈던 점들을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일단 하기 시작하면 괴롭지 않다.
모든 일이 그렇다. 할까 말까 고민할 때가 괴롭지, 일단 하기로 마음먹으면 걱정했던 것 만큼 끔찍하지 않다. 나는 방향 감각이 좀 없어서, 왼쪽 오른쪽 구분도 약간 오래걸리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항상 왼손잡이 핑계를 대곤 한다), 방금 온 길도 헷갈려하곤 한다. 그런 나에게 운전은 항상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나이 제한에 걸려서 못 따기도 했지만, 기회가 될 때에도 막연한 두려움이 커서 미루고 미뤄왔다.

하지만 처음이 무섭지, 한 번 두 번 침착하게 운전에 익숙해져보니 운전도 조심만 하면 할 만 한 거구나 싶고, 나도 생각보다 잘 할 수 있겠구나 싶다. 해야 되는데, 해야 되는데 하고 미뤄 왔던 숙제를 하나 해치운 기분이다.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그러니 할까 말까 할 때는, 하자.

2. 하지만 운전은 어렵다!
무단횡단하는 사람들, 튀어나오는 앞 차 등 살아 움직이는 도로도 보고, 백미러도 보고, 속도도 보고, 갈 길에 맞게 차선도 미리 생각해야하고. 이 초보자에게는 아직 감당이 되지 않는 엄청난 정보의 홍수. 그 속에서 시시각각 판단을 하고 움직여야 하는 운전은 복잡한 조작능력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정말 긴장을 늦추면 안 되는 행위인 것 같다.

재밌는 것이 운전을 하다 보면 자기 성격이 나온다. 나는 마음이 참 급한 운전자다. 오늘은 시험 초반에 생각보다 긴장이 되어서 출발해야한다! 차선을 바꿔야 한다! 저기서 좌회전해야 한다! 라는 목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출발 전 깜박이도 안 넣고,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후방 확인도 안하고 무작정 핸들부터 돌려버리는 바람에 선생님을 놀라게 하고. 아무튼 그러는 바람에 첫 시험에선 탈락했다. (후반부에는 안정을 찾고 엄청 잘 했는데ㅠㅠ 이제 내가 운전할 때 탄다고 하는 사람은 우리 아빠 뿐이겠다.)

3.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건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할 수 없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이건 막내를 낳은 후 다시 운전을 시작해서, 이제는 아빠보다 운전을 잘 하시는 우리 엄마가 항상 하시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서울에 있을 때는 별로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지방인 고향집에 내려오면 차로는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차 없이는 4~50분에 걸려 가야한다. 미국에 있을 때나, 여행을 갔을 때도 교통편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택시에 많은 돈을 쓰며 운전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해야했다. 지금은 당연히 운전을 엄청 잘하진 않지만, 혹시나 운전을 해야만 하는 비상상황이 올 때, 출퇴근이나 출장을 위해 운전을 해야하는 상황이 올 때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든든하고, 왠지 더 어른이 된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뭔가 자유로운 인생을 가로막는 제약이 더 사라진 느낌? 운전은 참 유용한 도구이고, 가능하면 이 도구를 쓸 줄은 아는 것이 좋은 것 같다.

4. 뜻밖의 사투리 능력 향상
고향에 내려오면 갑자기 엄마아빠의 사투리가 새삼 낯선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근 일주일간은 운전대를 잡고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해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운전보다 사투리가 평소보다 빠르게 많이(!) 늘었다. 다음 주에는 사투리와 함께 운전을 마스터해서 꼭 면허를 따고 말겠어.


열두 번째 #목요일의글쓰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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