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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Feb 18. 2021

사진은 망각을 모르니까.

사진으로 말해요

기록  記錄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그런 글.



기록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굳이 길고 긴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이미 공감하고 있다. '기록'의 가치에 대해 다룬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기록을 수집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록을 하는 각종 챌린지와 모임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종이 다이어리는 물론 아이패드 다이어리도 대유행이다. 각종 SNS와 어플을 비롯하여 기록을 위한 툴도 점차 진화하며 더 쉽고, 예쁘고, 효율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상당히 좋아했다는 사실은 스스로의 자취만 추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먼 과거의 기록은 싸이월드다. 나중에 얼마나 벽을 찰 지는 생각하지 않고 포도알을 덕지덕지 받을 다이어리를 남겼었다. 대학생 때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는 기록의 방식이 보다 체계화되었다. 블로그에 카테고리를 만들어 수시로 맛집, 카페, 여행, 제품 리뷰 등을 기록했고, 어딜 가도 일단 사진으로 남기고 보는 습관도 뿌리깊게 형성되었다. 그 이후로 페이스북을 거쳐 인스타그램에 이르기까지 나의 기록의 나날은 꽤 성실하게 이어져왔다.




기록의 기반이 되어준 건 '기억'보다는 '사진'인 경우가 많았다. 내 기억 속에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것들일지라도 사진은 성실하게 이를 기억해주고 있었다. 때로는 기억에 없는 술자리의 막바지 풍경을 핸드폰 갤러리에서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하니까. 잘 찍든 못 찍든 내게 사진은 무척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였고, 남들이 이건 왜 찍어? 싶어할 그런 것들조차 쉴 새 없이 남겼다. 휴대폰이나 외장하드 메모리는 항상 금세 가득 찼다. 새로운 저장소를 마련하는 일은 지출을 유발하고 다소 번거롭기는 하지만 쌓여가는 기록들을 지킬 수 있다면 이 정도쯤이야.


기록을 쌓아놓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항상 어떤 식으로든 텍스트와 함께 다듬어 글과 사진이 함께하는 형태로 2차 가공하여 남겼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은 인스타그램의 비공개 계정에 일기처럼 남겼고, 널리 공유해도 좋은 정보와 경험담은 블로그에 리뷰로서 남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쉬움이 찾아왔다. 가장 개인적인 기록은 인스타그램에 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를 아는 사람만 본다는 사실이 구구절절함이나 진솔함을 내비치기 어렵게 했다. 공식적인 기록인 블로그에서는 오히려 사적인 얘기를 늘어놓을 수 있었지만, 블로그에 찾아오는 사람은 보통 정보를 원하지 나의 시시콜콜한 일상과 생각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각각의 수단에서 한계점을 느끼다보니 진솔한 글을 쓸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한 개인의 생각이라도 진지하게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새로운 수단이 필요했다.


그 답은 브런치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시도때도 없이 찰칵거리며 모아온 일상의 기록을 통해, 때로는 기분 좋았던 추억과 재미를, 때로는 힘들었던 경험을, 때로는 좀 더 아까운 정보와 팁을 전하는 글을 쓰고 싶다.







아델리

#프로기록러 #헤비촬영러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사진으로 또 일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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