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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Mar 16. 2021

PT를 받을까말까 고민된다면

이거부터 생각해보자


코로나 직격타를 맞은 바깥순이의 집콕 적응기

14. PT를 받을까 말까 고민된다면






작년에 그래도 꽤 열심히 했던 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운동이다. 딱히 과체중은 아니지만 또 그다지 늘씬한 느낌은 아닌 라인이라 항상 조금만 더 운동하면 보기 좋을 것 같다는 희망고문을 당하는 편이다. 그래서 언제든 헬스장이든, 요가든, 다이어트 복싱학원이든 항상 어딘가 운동시설의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꾸준히는 해왔다. 하지만 꾸준히 적당히 해오기만 했을 뿐이었다. 열심히 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세모 정도로 대답해보겠다.



어느 날은 화가 났다. 아니 그래도 운동을 아주 안 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이 정도면 노력하는 편 아니냐고. 그런데 왜 잘록한 발목에 늘씬한 다리를 갖지 못하는 거냐고. 이렇게 현타를 맞는 날이면 스쿼트 한번이 그렇게 고통스럽고 싫어진다. 나는 왜 퇴근 후에도 쉬지 못하고 여기에서 땀흘리고 있는가, 씻기도 귀찮다 그냥 서있으면 자동으로 씻고 말리고 되는 기계가 도입되어야 한다, 빨리 가서 눕고 싶다 이런 생각에 휩싸이는 거다. 이런 날은 운동한답시고 몸도 마음도 피곤한데 그다지 제대로 하지 않아 효과도 못 보고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만 날리는 셈이다.



그렇게 또 간만에 슬럼프가 찾아왔다. 지금 상태로도 큰 지장은 없으니 그냥 고통받지 않고 사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헬스장에서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는 늘씬한 여성이 눈에 들어오면 부러워진다. 큰 지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서 운동하는 거라구, 하면서 다시 한번 다잡는 효과가 있는걸 보면 이것만으로도 회원권이 아깝지 않은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름 한다고 하는데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슬럼프가 오는 게 당연하다. 어떻게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운동법에 문제가 있는걸까 하고 고민을 한참 하던 나는 결국 트레이너에게 가서 상담을 받았다.



PT 받으면 좋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PT가 좀 비싼가. 50분 기준으로 회당 5만원을 상회하는 비용이다. 일주일에 두세번만 받아도 한달에 약 50만원이라는 추가 지출이 생기는 셈이다. 그래, 내 건강과 몸매를 위함인데 50만원 정도쯤이야! 라고 생각할 테지만 내 짧은 경험과 주변의 모든 경험 및 트레이너의 조언을 총동원하여 참견하자면 꼴랑 한달 해서 얻은 성과가 그 이후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최소 20-30회는 해야 PT가 끝난 이후에도 스스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며(개인적인 경험으로는 20회도 부족했다), 어느 정도 체중이 돌아오는 것을 감안해도 성과가 있는 정도일 것이다.



50만원이면 될 줄 알았는데 100-150만원이라고 하니 이제 그 돈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산하게 된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미국행 항공권도 살 수 있는 정도의 돈이다. 좋은 노트북이나 카메라를 살 수 있다. 우리 엄마아빠 TV도 바꿔드릴 수 있다. 테슬라도 1-2주는 살 수 있다(?) 등등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여러가지 후보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보다 과연 PT가 내게 더 큰 효용과 기쁨을 줄까.



고민 끝에 결국 나는 30회를 결제했다. 횟수가 올라갈수록 약간씩 할인이 들어가는 테이블이었지만 그럼에도 165만원을 지불해야했다. 사실 트레이너는 처음엔 나에게 PT를 권하지 않았다. 현재 표준체중이기 때문에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려는 욕심이 있는게 아니라면 스스로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는 욕심없는(?) 멘트를 날린 덕에 오히려 나는 더 적극적으로 상담에 응했다. 이제껏 꾸준히는 해왔는데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며, '눈에 보이는 성과'에 목말랐음을 강조했다. 그러자 트레이너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다면 열심히 해보자며 나보다 눈을 더 빛냈다.


PT를 받을까말까 고민된다면, 아래의 요소들을 생각해보자.


1. 목적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0개월 안에 몸무게를 Xkg 감량하고 싶다. 체지방량을 Xkg 감량하고 싶다. 근육량을 Xkg 늘리고 싶다. 바디프로필을 찍고 싶다 등 원하는 것이 뚜렷할수록 좋다. 막연하게 살을 빼고 싶다, 건강을 위해서 한다, 보다는 훨씬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


2. PT기간이 끝났다고 운동을 멈춘다면 원상복귀는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잠깐만 바짝하고 그만둘 생각이라면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아무런 변화도 얻지 못할 수 있다. 평생 PT하듯 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PT를 통해 얻을 습관을 가능한 한 꾸준히 유지하기 위한 각오를 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3. PT는 진짜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운동 자체도 너무너무 힘들뿐만 아니라 식단도 병행해야 한다. 직장에서 한창 시달렸고, 평소보다 덜 먹느라 예민한데, 몸까지 많이 쓰면 세상에 절로 불만이 생긴다. 사람 사는 것 같지가 않다. 나는 종종 내가 돈을 내고 이걸 왜 하냐, 나한테 돈을 줘도 안 한다는 생각에 휩싸이곤 했다. 가끔은 왜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하나, 내가 선수하려는 것도 아닌데 이거 해서 뭐하나 하는 회의감도 든다. 반작용으로 오히려 운동을 더 싫어하게 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직접 해본 30회 PT는 어땠는가, 하는 본격적인 이야기는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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