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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Mar 14. 2021

여행에 쓰던 돈, 어디에 쓰세요?

코로나 직격타를 맞은 바깥순이의 집콕 적응기.

13. 여행에 쓰던 돈, 어디에 쓰세요?





지속적으로 바깥순이를 제창하고 있는 나는 여행에 쓰는 지출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아니 편이었다. 여행모임과 사진모임을 병행하면서 평균적으로 한달에 최소 2-3번은 여행을 갔던 것 같다. 특히 꽃피고 단풍드는 봄가을에는 정말 쉴 새 없이 매주 가기도 했다. 멋진 풍경사진을 보면 당장 그 곳으로 떠나고 싶어 애가 탔고, 예쁜 카페 사진을 보며 어떻게든 그 주변의 가볼만한 곳들을 엮고 엮어 여행 코스를 만들곤했다. 해외여행의 경우도, 연간 할당량이라도 있는 것처럼 1년에 최소 3번 정도는 갔다. 주로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의 휴가여행 1번과 2박3일에서 3박4일 수준의 아시아권 여행 두어번 정도로 구성되곤 했고, 황금연휴가 있거나 휴일이 많은 해면 더 많이 갈 수 있어 행복해했다.


여행은 완벽하게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었다. 유일한 흠이라면 초록색 어플을 켜 지출내역을 정리할 때에 느껴지는 위기감이었다. 그것만 빼고는 정말 완벽했다.


그런 내게 작년 한해는 20살 이래로 1n년만에 찾아온 여행비수기였다. 평소대로 먹고 쓰고 했지만 지출이 줄어든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보통 여행을 위해 다른 지출을 줄여왔고 그 생활이 익숙했던 내게 여행 지출이 없어진 이후의 통장에 찍혀있는 숫자는 마치 뭔가 덜 낸듯한 찜찜한 느낌을 들게 했다. 작년 3월쯤, 카드값이 모두 빠져나간 후의 통장 잔고를 보며 보험료가 덜 나갔나, 자동이체되야하는 게 끝났나, 내가 뭘 덜 한거지 하며 확인해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건 그냥 내가 덜 쓴 돈이었다. 마치 꽁돈이 생긴 느낌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남은 돈으로 무얼 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할 여유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분명히 돈이 남았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돈이 없었다. 특별히 사치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여윳돈이 없지, 하고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첫번째 원인은 주식이었다. 야금야금 조정기가 올 때마다 이 할인가를 그냥 놓치기가 아쉬워 조금씩 줍줍했다. 물론 내가 '이제 무릎인가!' 하고 샀던 시점은 주로 어깨였어서 그렇게 큰 이익을 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결국엔 우상향을 외치며 조금씩 지속적으로 증권사 계좌로 옮겨 주식을 사모았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원인은 다이어트였다. 작년 한해는 코로나로 인해 실내 체육시설의 이용이 다소 불안정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심화되기 전이었던 초여름 즈음, 나는 PT를 등록하여 2개월에 걸쳐 꽤 큰 돈을 지출했다.  약속도 여행도 줄었으니 열심히 운동이나 해보자는 마음이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 물론 PT가 끝난 이후 다시 해이해진 지금은 그 지출은 과연 옳은 지출이었나 하는 생각을 가끔하긴 하지만. 또, 식단관리를 위해 각종 다이어트 식품을 사들였다. 샐러드(금값!), 닭가슴살, 보충제, 가끔 입이 터지면 넣어줘야 하는 값비싼 비건 빵 등등. 몇달 동안 지속적으로 이렇게 사서 먹으니 외식비 못지 않은 금액을 식비로 지출했다.


마지막으로 발견한 원인은 보상심리에서 나온 자잘한 지출이었다. 아 여행도 못 가서 지출도 줄었는데, 하는 마음으로 야금야금 구매한 각종 책과 취미생활 도구들, 운동용품들 등등이 원인이었다. 한번에 백만원을 쓰려면 엄청 고민하지만 만원 이만원짜리로 백만원을 쓰는 건 순식간이라는 걸 우리 모두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그렇게 자잘자잘하다고 느꼈던 보상성 지출들이 결국 모이고 모이니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 되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코로나 초반에 느꼈던 지출에 대한 감소는 사실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여러분은 여행과 외식으로 줄어든 비용을 어떻게 쓰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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