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워크숍과 깨달음
10월엔 나도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Whale도 본업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10월 중순 이후로 사실상 운영모드 상태로
서비스가 어떻게 돌아가게 되는지
구축한 시스템이 알아서 잘 돌아가는지 지켜보고만 있었다.
운영모드 기간 동안엔 특별히 기능을 개선하거나 수정하진 않았지만,
잘 모르겠지만 내가 붙들기 전 대비 리텐션이 30%~40% 이상 빠지긴 했다.
크던 작던 아니 아무리 작더라도 몇 달 동안 고군분투하며 쌓아 올려온 시스템이 무너지길 기대하는 Founder는 없을 것이다.
11월 말부터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문제를 찾고 기름칠도 하고 나사를 조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붙들고 있을 때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놓고 나서 다시 들여다보니 문제가 보이는 것도 정말 신기할 노릇이다.
내가 왜 운영모드로 결정했을까?
줄어드는 자산과 가정의 평화도 있었지만 이건 핑계고
열심히 했지만 더 이상 진전이 없었고, 충분히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고 판단해서 그랬던 거 같다.
그 이상 더 많은 시도는 문제해결이 아니라 그냥 내가 실현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실현할 거 같아서
그래서 나는 운영모드 팻말을 걸어두었다.
그 보이지 않던 문제들을 보고, 나는 탈퇴사유와 사용자의 데이터 분석을 했다.
결과먼저 얘기하자면 기능은 충분히 역할을 하였지만 여전히 두 사람 간에 비협조적인 상황과 서로 챙겨주는 습관 형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각 방법들이 문제의 근원을 송두리 뽑을 정도로 해결이 되는가에 대해서
여전히 혼자 사고하고 LLM을 통해 시뮬레이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감 없잖아 있었다.
오히려 문제에 대한 질문만 잔뜩 쌓였지 결정적으로 베팅을 하는데 무언가 명쾌하지 않고 복잡하고 칙칙하게만 느껴졌다.
이 순간 나는 깨달았다.
지금 운영 중인 서비스는 더 이상 LLM 스킬을 써가며 솔로플레이를 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Co-Founder인 Whale과 해당 문제를 해결할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다 느꼈고,
때마침 좋은 기회에 Whale과 나는 1박 2일의 워크숍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폭설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나는 Whale은 위협을 무릎? 쓰고 차를 끌고 워크숍 장소를 향했다. 차 안에서부터 시작해서 서비스의 방향과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에 도착 후 새벽 2시까지 문제에 대해서 치열한 논의하고 종이 위에 브레드보딩을 해가며 함께 문제 해결 방향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해당 문제의 해결 방향에 대한 베팅을 무사히 완료할 수 있게 되었다.
LLM과 시뮬레이션해서 베팅해도 사실 위 결과를 내지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단지 내가 프롬프트를 올바르지 못하게 작성해서 위 결과물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LLM은 굉장히 똑똑하다. LLM이 보유한 멘털모델은 양이나 질적으로 나와 Whale보단 훨씬 능가하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워크숍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경험과 깨달음으로 확실히 선 그을 수 있는 건
LLM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나와 우리가 만든 서비스 그리고 고객을 위한 마음이 없다는 점이다.
그냥 내가 작성한 프롬프트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결과물일 뿐, 서비스와 고객을 위한 마음은 없다.
반대로 Whale과 나 사이엔 서비스와 고객을 위한 마음이라는 게 존재했고 그 마음이 방향에 고스란히 녹아 함께 베팅한 순간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어느 유튜브 콘텐츠에서 인간의 간(間)의 한자에 대해서 풀어서 설명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혼자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성립되지 않는다 두 사람 간의 사이가 있어야 비로소 인간이라고 말이다.
비록 여전히 Whale과 나는 각자의 삶과 본업이 있어서
온전히 함께 운영 중인 서비스에 많은 에너지를 당장 쏟지는 못하지만, 이번 문제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이 우리를 정중히 정식으로 초대하게 될 때
기쁜 마음으로 이 날을 다시 회상하며 그리고 세상이 초대한 파티에 참석하길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 그리고 확실한건 사이드나 토이 프로젝트 제외하고 LLM끼고 혼자서 뭔가 큰 일을 하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