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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앱이 고객의 일부가 되도록

사랑받는 앱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고객이 앱을 사랑하게 하려면은?

by David Ha

운영 중이던 서비스의 앱 평가 답변을 일일이 읽고 답변들 달면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왜 이 분들은 이 앱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까?


사랑에 빠지는 이유야 다양하겠지, 기능이 만족스러웠겠지 그리고 사랑한다는 것은 추상적이기도 하고

그렇게 쉽게 넘어갈려던 찰나에 분명 내가 만든 앱이기 때문에 내가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사실 나조차도 딱 명확하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이 앱과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 가에 대해서 답을 구하기 위해 답을 찾는 과정에서 "사고 싶어지는 것들의 비밀" 책에서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있었다.


가장 사랑하는 것은 나 자신

이건 두말할 것 없다. 가장 사랑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면 누구나 나 자신일 것이다.

거기서 스펙트럼을 3개의 구간을 나누면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내가 아닌 것: 회사

- 일종의 나: 회사를 다니는 나

- 나: 집에서 맥주 캔까고 글 쓰는 나


웃긴 건 내가 만든 앱이 은근슬쩍 일종의 나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 그런가에 대해서 저자에게 질문하면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내가 이 앱을 "창조"한 것이고 "자주 생각하고 깊이 알기"때문이라고


이처럼 어떤 대상이 일종의 나와 나 사이를 널뛰기하면서 내 정체성과 통합되는 방식과 트리거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예를 들면

- 인생 이야기 속에 함께하기: 나의 이야기가 적힌 일기장 앱이거나 내가 들은 음악들을 기반으로 큐레이션 해주는 음악 스트리밍 앱등이 생각난다.

- 나와 대상 간의 물리적 접촉: 처음으로 뱅킹앱을 이용해서 송금 버튼을 눌려 폰으로 송금했을 때 그 느낌 기억하는가?,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 공격 버튼을 연타하는 게임 앱등이 생각난다.

- 통제감: 내가 이 앱을 통제하면서 내 신체나 두뇌의 연장성처럼 느끼는 ToDo List 앱, 헬스앱등이 생각난다.

- 창조와 투자: 저자가 말하길 우리는 우리가 만든 것을 자신의 일부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최근 GPT로 지브리 사진 만들어낸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 나를 변화시킨 것: 생활 습관 더 큰 범위로 내 삶을 바꾼 앱. 유튜브 숏츠 아주 시간과 뇌를 녹여줬다. 항상 긍정적인 것만 있진 않다만..

- 구매와 소유: 이건 두말하지 않겠다.

- 경계를 허무는 경험: 주로 커뮤니티 앱에서 많이 체감했던 거 같다.


이 외에도 주변에 찾다 보면 굉장히 다양하다!


고객 집착에서 앱에 집착하는 고객

아마존 창립자의 고객 집착에 대해서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주변에 보면 수많은 스타트업에서 고객 집착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열심히 일을 수행하고 있다.

고객의 진짜 문제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 집요하게 집중하는 태도를 가지고

그 태도를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고객에 대해 단순히 분석적이고 직관적인 접근 하거나, 개밥 먹으며 고객입장에서 생각해 보거나, 모자 쓰기 등등 다양한 방법들을 수행하고 있다.


반대로 고객이 이 앱에 집착하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울을 보며 나의 외모에 집착하듯, 사랑하는 연인을 집착하듯이

결국 이 앱이 고객의 정체성과 통합되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앱이 곧 자기 정체성의 일부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무엇이 사랑에 빠지게 했는가?

막상 의도하고 설계한 것은 아니었으나, 두 사람 간에 사용하는 앱 특성상 이 앱이 사람-사물-사람 효과가 발생하면서 일종 "관계표식"이 형성된 것이다.

거기에 감정적인 의미와 가치가 부여되면서 고객이 내가 만든 앱에 사랑에 빠진 것이다.

내가 이 앱을 사랑? 하고 있는 거랑은 전혀 다르지 아니한가!


처음부터 위를 의도하고 설계하진 않았다. 처음엔 이런 앱이 있으면 좋겠다에서 시작했지만, 사용자 수가 늘면서 더 많은 고객들을 포용하기 위해선 고객의 정체성에 앱이 침투하는 전략을 세우는 이러한 노력도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깨달았다.


이로써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운영하는데도 철학이 필요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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