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앱이 되기 위한 방법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면 좋았던 경험도 있고 나쁜 경험도 있을 거예요.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을 되짚어보면 왜 이 경험이 기억으로 오랫동안 남았는지
어떤 기억은 좋은 기억으로 평가되었지만 반대로 어떤 기억은 나쁘게 평가되었는지 등...
이를 심리학적으로 표현하면 Peek End Rule(피크-엔드 규칙)이라고 말해요.
'Peek End Rule(피크-엔드 규칙)'은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사람들이 경험을 기억할 때 경험 전체의 총합이나 평균보다는 경험의 정점(가장 강렬했던 순간)과 끝맺는 순간의 감정을 중심으로 기억한다고 해요. 사실 이 규칙은 실제 경험의 총체적인 시간이나 평균적인 강도보다 정점과 종료 시점의 감정이 기억이 마치 빙산의 일각처럼 경험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왜곡시키죠.
개인적인 경험 몇 가지를 이야기해볼까요.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던 적이 있었어요.
원래 개인적으로 보통 여행 가면 스케줄을 꽉꽉 채웠어 여행 하루 한시 아깝지 않도록 충만하게 계획했었는데,
고생만 했지 만족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오키나와 여행에선 날씨가 흐린 탓에 사실 별 큰 기대감 없이 조금 느슨하게 스케줄을 계획했었는데, 오히려 지금껏 다녔던 여행 중 완벽한 여행이었어요.
피크-엔드 규칙을 알고 나서 다시 곰곰이 회고해 보니
우연히 아주 운 좋게 해당 규칙을 기반한 여행 스케줄이었다는 사실을 보고
나름 신선한 충격을 받긴 했었어요.
사실 별거 없었어요.
오키나와 여행은 전반적으로 평범했었어요.
적당한 경치와 드라이빙, 기대했던 것보다 평범했던 수족관과 만좌모 그리고 소박한 음식들.
이 과정만 돌이켜보면 그냥 여행 왔다 이런 평가 내렸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저녁을 식사할 곳을 예약하지 못한 불상사가 벌어졌고,
결국 길을 헤매던 중 우연히 어떤 식당에 들렀어요.
식사도중 갑자기 식당 가운데서 토착민? 분들이 나와서 전통기타랑 북을 치면서 사물놀이를 치는 게 아니겠어요? 심지어 식당에서 밥 먹던 일본인들이 다 같이 일어나서 춤을 추는데 저는 몰래카메라인가 싶어서 살짝 당황했지만 꽤나 충격이었고 흥분되더군요. 이때가 제가 오키나와에서 경험했던 피크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다음 마지막날 역시 운전해서 한적한 동네 지나다 나카진에 위치한 어느 호텔에 들렀는데, 사진으로 본 것과 다르게 너무 좋은 호텔이었던 거예요. 발코니의 바다 경치도 끝내주고 심지어 조식식사도 오키나와 전통음식들로 정갈하게 뷔페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가성비랑 맛도 상대적으로 훌륭하니 좋을 수밖에요. 이때가 저에겐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엔드 경험이었어요.
결론적으론 그냥 평범한 기억으로 남을 뻔했던 여행이 위 두 사건으로 인해 오키나와에 대한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죠.
이사를 앞두고 당근으로 소파를 처분한 경험이 있어요.
많은 분들이 당근을 이미 잘 아시겠지만, 당근이야 말로 피크-엔드 규칙을 참 잘 담고 있다 생각해요.
물건의 발견과 득템, 직거래의 피크 경험과 마지막 거래 후기의 엔드 경험이죠.
물론 반대로 직거래 과정이 수월치 않거나 빌런을 만났다면 나쁜 경험으로 남거나, 거래후기 없이 그냥 거래했다고 끝나면 그냥 여러 중고거래 서비스들 중 하나를 이용했다 정도로 남지 않았을까 싶네요.
예전에는 ‘직거래 전의 작은 설렘’이나 ‘마지막에 나누는 따뜻한 거래 후기’ 정도가 당근의 매력이라 생각했는데, 이사 당일 소파를 팔면서 처음으로 당근 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완전히 다른 경험을 했어요.
구매자분이 용달 예약을 깜빡하셔서 정말 난감했는데, 생활 서비스에서 용달을 신청하자 10분도 안 돼 기사님이 바로 연락을 주셨고 곧바로 소파를 가져가 주셨어요. 그때 느꼈던 안도감과 놀라움은 제게 강렬한 피크 경험으로 남았죠.
그리고 이사가 끝난 뒤 기사님과 구매자분이 “새 집에서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라고 덕담까지 해주셔서 하루의 끝을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그 순간이 바로 엔드 경험이었죠.
비 오는 날의 습기와 이사 스트레스는 잊히고, 제 기억 속 이삿날은 좋은 날로 남아버릴 수밖에요.
물론 저와 같은 경험이 대부분 당근을 이용하는 유저들의 보편적인 경험일 순 없겠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피크-엔드 규칙이 작동하도록 퍼널 개선 노력을 통해서 확률을 높일 수 있고 지금도 당근 개발자분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실 거예요.
어린 시절 펜티엄 3 데스크톱에서부터 시작해서 수 십 년 살아오면서 수많은 앱들을 경험하고 웃기도 하고 짜증내기 했네요 되돌아보니..
그 시절을 지나서 지금 앱을 만들고 서비스하고 있는 입장에서 피크-엔드 규칙을 알게 된 이후로 지금 제가 서비스하고 있는 앱은 이용하시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좋은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어떤 기능과 퍼널을 설계하고 잘 전달할지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많은 시도와 실험을 하고 있답니다.
자 그럼 여러분들이 고객에게 제공 중인 제품에서는 피크-엔드 규칙이 어떻게 동작하고 계신가요?
한 동안 글이 뜸했는데, 핑계 아닌 핑계를 해보자면 6월 이후로 글 쓸 시간 너무 없었어요...
매주 2~3번은 사업일기를 다듬어지지 않은 형태로 기록은 하고 있지만 다듬어 옮겨 적을 시간이 없었어요..
심지어 저번달엔 성장이 정체되었는데 당시 페르소나 교체하는 대규모 사건이 있어서 맘고생도 좀 했었고 글 쓸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었어요.
이번 달도 바빠질 거 같은 조짐이 보이는데, 그전에 틈타서 사업 일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Peek End Rule 글은 여기서 이만 마치도록 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