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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Julia and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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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Feb 21. 2020

Julia & Us : 꿀맛 프로젝트의 시작

우리 안의 Julia Child를 찾아가는 여정

미국 보스턴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 우리 부부.

매일 나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주겠다던 신랑의 프러포즈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지만, 알고 보니 이는 달달한 약속이라기보다는 다가올 우리의 현실을 십분 반영한 실용적인 계획에 가까웠다. 막상 보스턴에서 외식을 할라치면 놀라운 가격은 둘째 치더라도, 먹다 보면 '이 맛을 내려면 버터랑 설탕을 얼마나 많이 넣었을까' 걱정이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에서 하는 요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우리 부부는 주로 쿵짝이 잘 맞지만, 요리에 있어서는 양극단에 서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나의 기준은 '양껏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재료들로 후다닥 만드는 배부른 요리'인 반면 남편은 음식이란 모름지기 버터를 통째로 때려 넣을지언정 맛이 풍부하고 색과 향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이러니 내가 요리를 할 때면 남편은 버터를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느니, 소금을 충분히 쳐야 맛있다느니 잔소리를 늘어놓고, 나는 남편의 복잡다단한 레시피를 지켜보다 보면 밀려드는 피로감과 폭풍 칼로리에 대한 두려움을 어찌할 바 모르겠다. 서로의 요리 과정은 눈감아주고, 결과물에만 집중하여 감사와 인정을 표하는 것만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길인 것. 어쨌거나 분명히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은 남편의 요리는 언제나 정말 정성스럽고, 예쁘고, 맛있다 (보고 있나요 남편?).


거의 매일 함께 요리를 하는 우리 부부는 주말을 맞이하여 아껴두었던 영화 <Julie and Julia>를 보았다. 주인공인 Julie Powell이 전설적인 요리사인 Julia Child의 요리책에 나오는 524가지 레시피를 365일 안에 모두 만들어보면서 블로그에 업데이트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였는데, 한 사람이 요리를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하고, 자신감을 회복해나가는 모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더군다나 영화 내내 우리가 며칠 전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한 Julia Child의 요리책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이 등장한 덕에 몰입도가 아주 높았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요리다운 요리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미국의 안타까운 현실에 도움이 되고자 했기 때문인지, 책 속에는 기본적인 요리 도구들과 재료, 심지어 요리를 하다가 남은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요리의 기본기를 체계적으로 다지고 싶은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책!


'이건 운명이야.'


우리 부부는 동시에 여러 경로로 찾아온 Julia Child의 기운을 모른척하지 않기로 했다.


2021년 12월 31일까지, Julia Child 레시피 200개를 도전하기로 약속!


우리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는 날에는 시도했던 레시피들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메뉴를 다시 만들어 먹기로 했다. 재밌게 해 보자 남편!







여담이지만 Julia Child는 나의 대학 선배님이시다. 1934년도 졸업생이시니 그 시간만으로도 전설이다. 대학생 때는 도서관에 꽂혀있던 그녀의 요리책들을 책상에 쌓아두고, 골치 아픈 과제를 하나씩 끝낼 때마다 보상받는 기분으로 들여다보곤 했다. 학교에서는 그녀가 세상을 떠난 해인 2004년부터 'Julia Child Day'를 열고 있는데, 단연코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이다. 그녀의 레시피대로 조리한 음식을 학교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사는 동안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생각을 해보았는데, 이왕이면 그녀처럼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고, 따뜻하고, 배부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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