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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Julia and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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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Feb 21. 2020

Julia & Us 1. 샐러리 수프

Potage Célestine . 샐러리의 재발견

<남편의 요리>

첫 도전 레시피를 고르기로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두꺼운 요리책을 으랏차 펼쳤다.


오늘의 메뉴 선정 기준은 단순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로만 구성된 레시피일 것


전설적인 요리사의 레시피를 <냉장고를 부탁해> 수준으로 따라가려니 재료들이 영 시원찮았고, 웬만한 재료들이 얼추 갖추어진 메뉴는 수프 정도였다. 수프는 남편도 나도 익숙치 않다. 그동안 먹어본 수프 종류를 다 합쳐도 열 종류는 되려나. 그렇지만 안 해본 거 해보고, 안 먹어본 거 먹어보기 좋아하는 우리는 "샐러리 수프 (Postage Célestine)"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재료들 중에서도 특히 봄날이 한참 지나버린 샐러리를 한시라도 빨리 처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Julia Child는 손이 큰 요리사였음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레시피가 최소 6인분 기준이다. 그리고 버터가 들어가지 않는 메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는 남편 입장에서는 대환영이겠으나 나는 건강과 다이어트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heavy cream이 들어가는 레시피는 왜 이리 많은지. 우리의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엔 옷 사이즈가 바뀌어있진 않을지 벌써 우려가 된다. 대체재를 찾는 것이 시급해졌다.    


아무튼, 첫 도전은 앞으로의 메뉴들도 기대하게 만들 만큼 성공적이었다. 샐러리 특유의 향과 아삭한 식감, 양파와 대파의 부드러움, 쌀알과 감자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수프는 여태껏 맛보지 못했던 신선함이었다. 흔히 떠올리게 되는 프랑스 음식의 특징은 이렇듯 다양한 재료들이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다른 재료들과 조화를 이루는 복합성이 아닐까. 애피타이저로도 좋지만, 우리처럼 아예 한 끼 식사로 먹어도 그저 그만인 메뉴다.

 

Potage Célestine [감자, 대파, 쌀이 들어간 샐러리 수프]


[재료 (2인분 기준)]

1) 대파 & 샐러리

대파 흰 부분 or 잘게 썬 양파 1컵, 잘게 썬 샐러리 1컵, 소금 1꼬집, 버터 1 tsp, 물+야채 스톡 1컵 (원래 레시피에서는 치킨스톡), 쌀 0.2컵

2) 감자

잘게 썬 감자 2개, 물 1.5컵, 데운 우유 0.5컵



1) 냄비에 잘게 썬 야채 + 버터 + 소금을 넣고 10분 정도 약불에서 천천히 조리한다. 야채가 갈색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2) 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스톡과 물을 더해 끓이다가 쌀을 넣는다. 25분 정도 은근하게 끓인다.



주의:

3) 이렇게 한 냄비만 쳐다보고 있으면 곤란하다. 동시에 다른 냄비에 잘게 썬 감자를 삶아야 한다.


4) 감자가 다 익으면 감자 삶던 물을 한 국자 떠서 샐러리 & 양파 냄비에 넣는다. 감자의 전분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걸쭉한 느낌이 나기 시작한다.



5) 다 익은 감자에 물과 데운 우유를 붓고 갈아준다.

크림처럼 갈아지면 샐러리 & 양파 냄비에 투하한다.


(두 냄비를 한 냄비로 합치기 전에 감자 크림을 맛보았는데, 감자 크림 단독으로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



6) 골고루 섞은 수프에 마지막으로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해준다. (취향에 따라 다른 향신료를 첨가해도 좋다. 우리는 파프리카 가루와 오레가노를 뿌렸다.)


수프를 내놓기 전에 마지막으로 버터와 설탕을 추가하는 과정은 양심상 생략했다.  





양이 조금 모자란 듯해서 빵을 몇 조각 구웠는데, 수프를 먹다 보니 금세 포만감이 느껴졌고, 수프에 넣은 쌀이 씹히니 죽을 먹는 느낌도 나서 굳이 빵을 곁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방을 태워준다고 해서 '마이너스 칼로리'라고도 불리는 샐러리를 도 닦는 심정으로라도 꿋꿋이 먹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생 샐러리의 식감을 싫어한다 (I feel you though). 그런데 수프에서 소금과 버터를 머금은 채로 익혀진 샐러리는 흡사 아스파라거스를 연상시키는 담백한 식감을 구현했다. 이렇게라면 매일 샐러리를 먹어도 좋을 것 같다며 하이파이브!  



그나저나 요리책의 목차를 살피다 보니 조금 걱정이 된다. 육고기 메뉴가 큰 챕터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데, 나는 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고기 메뉴를 다 제외하고 나면 남은 레시피가 200개가 되긴 할까, 고민하다가 손님들을 초대할 때마다 남편이 고기 메뉴에 도전하기로 했다. 당장 다음 주말에 고기 좋아하는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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