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rte aux pommes . 사과하는 글
<아내의 요리>
애플 타르트를 만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과에게 사과하고 싶어 남기는 글이다.
요리책에서 본 사과 슬라이스가 커다란 꽃 한 송이처럼 피어있는 애플 타르트 그림에 마음이 끌렸다. 요리든 뭐든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늦은 저녁부터 사과를 씻었다. 사과 이야기를 하자니 아쉬움이 앞선다. 미국 마트에는 Golden Delicious, Honey Crisp, Pink Lady 같이 예쁜 이름과 빛깔을 자랑하는 사과 종류가 다양하지만, 정작 한국에서 먹는 부사나 홍로처럼 상쾌한 식감을 가진 사과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Fuji 사과는 아삭한 식감 덕분에 자주 먹는 편이다. 물론 사과뿐만 아니다. 한국은 정말 과일 천국이다. 포도, 딸기, 배, 단감 등등 한국에서 먹어본 것만큼 맛있는 과일은 기억에 없다. 대한민국 만세.
프랑스식 애플 타르트는 초벌로 구워낸 달콤한 타르트지에 진하게 뽑아낸 애플 소스를 넣고, 얇게 썬 사과 슬라이스로 장식한 다음 살구 글레이즈를 발라 완성한다. 이번에도 역시 말은 쉽다. 타르트에 들어갈 사과는 당연히 Fuji로 정했다. 레시피는 Golden Delicous를 추천하고 있지만 남편과 나의 사과 취향은 확고하기에. 총 다섯 알을 사용했다 (사과가 조금만 필요할 줄 알고 세 알만 씻었다가 두 알을 추가했다. 아직 감이 영 떨어진다).
[재료]
타르트지: 밀가루 1.3컵, 설탕 5Tb, 버터 5Tb, 카놀라유 2Tb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 채소 오일 다 가능), 달걀 1개 + 얼음물 1 tsp, 바닐라 엑스트렉트 1/2 tsp, 종이 포일
타르트 필링: 사과 5개, 레몬즙 1 tsp, 설탕 2Tb
글레이즈: 살구잼 1/3컵, 바닐라 엑스트렉트 1Tb, 설탕 2/3컵 (생략), 시나몬 가루 1/2 tsp
타르트지 레시피
1. (타르트지 반죽은 손반죽 or 푸드프로세서로) 밀가루, 설탕, 버터, 카놀라유를 반죽한다.
2. 달걀+얼음물을 섞어준다.
3. 도마를 재빠르게 빚어 공 모양을 만든다.
4. 손바닥 끝으로 반죽을 치대 준 다음 종이 포일로 감싸 냉장고에 2시간 이상 보관한다.
타르트 필링 레시피
5. 타르트 윗부분에 장식할 용도의 사과 3컵 분량을 0.3센티 두께로 썬다.
6. 얇게 썬 사과를 보울에 담고, 레몬즙과 설탕을 넣은 다음 보관해둔다.
7. 타르트지 안에 들어갈 사과를 8컵 분량으로 잘게 썬다.
8. 냄비에 사과 조각들을 담아 20분 정도 약불에 익혀준다 (사과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히는 동안 짬짬이 저어준다. 남편의 제안으로 타임 잎을 좀 넣어보았더니 향긋함이 두 배가 되었다!
9. 살구잼, 바닐라 엑스트렉트, 버터, 설탕을 넣어 진득하게 만들어준다 (헉 나 왜 이렇게 안 했지...? 기록 남기면서 반성중ㅠㅠ)
*이때쯤 오븐을 190C (375F)로 예열한다.
글레이즈 레시피
12. 살구잼을 약불에 익혀 녹인 후, 체로 거른다. 잼만 따로 먹을 때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살구 껍질이 꽤 많이 걸러진다.
13. 체에 거른 살구잼을 사과 슬라이스 위에 살살 발라주면 반짝반짝한 애플 타르트 완성 :)
애플 타르트는 따뜻할 때 먹어도 맛있고, 차게 먹어도 맛있는 매력적인 디저트다. 사과를 예쁘게 깎아 올려두면 보기에도 좋아 손님맞이 메뉴로도 좋겠다. 늦은 시각에 타르트를 구운 터라 시식은 다음날 아침으로 미뤘다. 파이를 큼지막한 조각으로 썰어 나 한 조각, 남편 두 조각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했다. 남편은 감동받은 표정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고, 우리는 "너무 맛있잖아~"를 연발하며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 부엌을 정리하면서 남편에게 솔직하게 고백했다.
"나는 근데... 사과는 그냥 사과로 먹는 게 맛있는 것 같아"
남편의 반전 대답
"ㅋㅋㅋㅋ 나도."
이렇게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애플 타르트 기록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