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내 친구 J를 생각하며

by 수경

내 친구 J는 우리 과에서 가장 예뻤다. 왕년의 배우 정윤희 씨를 꼭 빼닮았다. 남자들은 첫눈에 결혼 얘기를 꺼낸 사람들이 꽤 있었고, 여자들에겐 은근 질투와 선망의 눈길을 받곤 했다.



그런 J가 나를 참 좋아해 주었다. 내가 한동안 우울해 있을 때 한아름 꽃다발을 처음으로 안겨준 이가 J였고, 자기 오빠랑 결혼하라고 난데없이 불쑥 말하던, 나를 참 좋아하던 친구였다.



일찌감치 결혼하여 서울생활을 하던 J는 내가 결혼한 그 해, 일주일에 한 번씩은 우리 집을 방문하였다. 분명 무언가 할 말이 있겠구나 짐작하면서도 J가 먼저 말 꺼내기 전에는 묻지 않았다. 오는 대로 밥은 잘 챙겨 먹여 보냈다.



IMF 영향을 받던 그 무렵 다단계 네트워크 사업은 창궐했다. 나는 꼭 같은 시기에 세 명으로부터 집중 공세를 받았다. 그리고 이만하면 충분히 나를 이해해 주겠거니 여기며, 이왕 이 일에 동참하게 된다면, 서울 사는 너희들 대신 집 가까이 사는 남편의 선배팀과 일을 하겠노라고, 간곡히 전달했다.



한 친구는 나를 이해해 주었다. 우리는 지금도 만남을 이어가며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 J는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우리 당분간 그만 만나자" 하길래, 너무 화가 나서 "알았다"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것이 20년 전의 일이다.



누군가는 그릇의 크기 때문이라 말하지만 그러기엔 아쉬움이 너무 크다. 나는 그것이 자존심 때문이 아닐까 진단한다. 평소 J는 예민하고 섬세한 B형 혈액형의 특성에 대해 자주 말해주곤 했다.



이후 나는 우리들의 자존심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자존심의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것 때문에 얼마만큼 자존심이 휘둘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선 모가지를 내려치듯, 이유도 모르게 일관성도 없이 단박에 끊어낸 관계에 대해, 유한한 인연의 순리에 따라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가끔은 안달이 날 때가 있다.


* 픽사베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