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 천변 이야기 명당

by 수경

자주 가는 유천교 다리 밑 천변에는 이야기하기에 좋은 명당이 있다. 초록색 농구장을 비스듬히 벗어난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 나의 말이 금속 활자로 하나하나 주조가 되어 철썩철썩 하늘의 별에게 다가가 달라붙는다.



그리고 언제든 다가가 다소곳이 앉으면, 명당은 그때의 내 말을 되돌려준다. 하늘의 별빛이 쏟아지듯, 우리가 쏟아냈던 이야기들이 금속의 껍질을 벗고 사람의 살갗처럼 보드랍고 따뜻한 촉감으로 다시 귓가에 내려앉는다.



입가에 남은 달콤한 카스텔라 부스러기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는, 겨울 밤하늘에도 봄빛을 닮은 듯 환하게 빛난다. 새소리와 바람소리와 여울을 지나는 물소리, 나무가 숨 쉬고 가지가 흔들리던, 그때 그날의 이야기들.



유천교 다리 밑 그 자리는, 이야기를 별꽃으로 주조해 주는 곳이다. 그리고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살갗처럼 따스하게 이야기를 되돌려준다. 나는 그런 명당 하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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