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의 씨앗 여행

by 수경

박주가리 우주쇼



꺾어진 길을 따라

사람 없는

비밀의 숲에서

우리들만의

마술쇼가 펼쳐집니다


길죽한 박하사탕을

더 길죽하게 늘인 듯한

마름모꼴 열매에서

하이얀 씨앗들의

우주여행이 시작됩니다


후후 바람 따라

씨앗을 안은 날개가

반짝반짝 빛을 내면

바람은 한껏 쇼를 부풀립니다


하늘로 점점이 퍼지는

박주가리 씨앗 따라

우리도 홀딱 취해

우주여행을

시작합니다.


씨앗보다도

더 작아진 몸으로

하얀 날개 꽁무니를 붙잡고

아슬아슬 날아갑니다

저 아래 작아지는

어른들은

큰일 났다 큰일 났다

발을 동동 구르네요.




박주가리는 전국의 들판이나 숲 주변, 하천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입니다. 토양이 좋고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랍니다. 땅속줄기처럼 보이는 뿌리가 옆으로 길게 뻗고 여기서 덩굴이 나와 길이 3m 정도로 자란다고 합니다. 박주가리 열매는 익으면 껍질이 터지면서 속에 있는 씨앗이 갓털을 달고 바람에 날아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합니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에게도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생애에 두 번은 찾아옵니다. 한 번은 봄, 꽃가루가 옮겨 다니는 시간이고, 또 한 번은 가을, 씨앗이 되어 떠나는 여행입니다.



식물은 꽃가루가 암술에 닿아야 비로소 씨앗이 만들어집니다. 식물에게 이 과정은 일생에서 가장 거룩한 일입니다. 바람과 물, 벌과 나비, 새와 곤충. 식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이 세계의 존재들과 손을 잡습니다.



식물은 바람이나 물의 도움으로 수분을 이루기 위해 꽃가루의 개수를 천문학적으로 늘립니다. 식물들은 대지를 관장하는 신에게 간절한 '기도'를 올립니다. 그래서 꽃가루가 닿아 수정이 되는 과정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생명의 의지처럼 느껴집니다.



곤충을 이용하는 많은 식물들은 수분의 조력자인 곤충을 위해 맛과 영양이 좋은 꿀을 준비하고, 꽃가루도 곤충들이 좋아하는 성분으로 만들어 그들의 한살이를 돕는다고 합니다. 곤충들은 지질 성분이 풍부한 꽃가루로 애벌레를 키우고, 벌들은 벌집을 만들며, 때로는 천적에 맞설 방어물질도 만들어냅니다. 꽃가루의 이동과 곤충을 매개로 한 이 모든 과정은, 성공적인 수분을 위한 식물의 배려이자 의지처럼 느껴집니다.



가을에 씨앗들은 또 한 번 이동을 합니다. 날개를 달고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기도 하고 털이나 가시, 갈고리를 이용해 동물이나 사람의 몸에 붙어 멀리 이동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에 의해 열매가 터지면서 용수철처럼 씨앗이 날아가기도 합니다. 맛있는 과육을 제공하여 그것을 먹은 동물이 씨앗을 멀리 퍼뜨리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오늘은 박주가리 씨앗의 우주여행을 보았습니다. 길죽한 타원형의 열매를 조심스럽게 열면 씨앗을 안은 낙하산 모양의 하얀 갓털이 어찌나 무수하게 쏟아져 나와 우주 활공을 시작하는지요. 그 꽁무니를 붙잡고 우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식물이야기 #박주가리 #씨앗의이동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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