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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을리 Dec 28. 2020

솔직함

나자신의 연약함과 삶의 덧없음을 긍정할 수 있을까

시험이 끝나고 무료해서 읽을거리를 찾던 와중에 눈길을 빼앗는 글들을 브런치에서 읽었다.


숨도 못쉬게 강렬한 글들이었다. 부모에게 받은 아픔과 어린시절 겪었던 일들부터 시작해 최근의 실패까지 모두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었고, 완전히 정 반대라면 반대랄까,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고 인정받아 왔는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좋아했고 그 경험이 어땠는지 글을 네온사인으로 쓴 것마냥 화려한 자신의 삶을 내보이는 글도 있었다.


다들 어쩌면 그렇게 신랄하게 자신에게 솔직할까?


누가 날 알아보는게 싫어서 익명으로 사용하는 이 공간에다가도 나는 '적나라하게' 나 자신을 드러낼 용기가 아직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 생각을 하는 나라는 사람은 드러내기가 참 어렵다. 아마도 그렇게 까발려진 나를 내가 사랑하기가 어려워서겠지.


언젠가 테드에서 들었던 얘기중에 마음에 남은 구절은 바로 vulnerability에 관한 얘기다. 아마도 '우리 용기의 가장 정확한 척도는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지를 아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얼마나 정확한 문장인지. 이제 그 맥락은 기억나지 않지만, 모든 인간이 각자의 생이 주는 바늘 앞에 가장 연약한 살갗을 내어놓고 산다는 점에서, 그걸 알고 드러내 보이는 것이 얼마나 용기있는 일인지 알고나니 그 문장이 더욱 와닿는다. 삶이 그리고 그 삶이 빚어낸 나라는 존재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의 완전하지 않음과 삶의 완전하지 않음을 모두 껴안는 일이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용기와 결단과 또 (슬픔으로부터 포용으로의) 승화가 필요한 일일까.


나는 아직도 내 생각이 아닌 나라는 존재에 대해 모두 열어제끼고 두팔벌려 나를 안을 준비는 되지 않았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끄적거려놓은 글들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용기있게 써내려 갈 수 있겠지. 혼자서 오래 오래 들고 있어서 다칠 수 밖에 없었던, 남들이 보기엔 생수병 한 통 같은 일들. 남들이 보기에 별 일 아닐거라고 속에 우겨넣고 닫았지만 펄펄 끓어서 오래오래 속을 다 헤집어놓았던, 재앙같았던 열병들.


그리고 그렇게 솔직해질수록 분명히 날 더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되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만으로도 왈칵 눈물이 나려고 하는 밤이다. 꽁꽁 숨긴 내 자신을 알아줄 사람이 지구 어딘가 있을거라 믿고 암흑같은 밤을 혼자서 보내는 것만 같았는데. 내가 더 알아줘야 하는 내 자신이 있었다는게, 꼭 숨겨놨던 불들을 찾은 것 같아서, 그동안 숨기느라 고생한 내가 안쓰럽고 대견해서 울컥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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