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가 (1부)

건축가의 시선으로 본 대림창고와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제학

by 건축가 김성훈

며칠 전, 대학 입학을 앞둔 딸아이를 데리고 성수동을 찾았다. 건축가로서 오랜만에 대림창고를 다시 보고 싶었고, 성수동 자생적 재생의 시초가 된 이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늘날 성수동은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입구부터 줄 서 있는 사람들, 쇼핑백을 든 사람들, 사진 찍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건축가로서 문득 궁금해졌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성수동으로 몰려드는 것일까? 대림창고는 어떻게 성수동 재생의 상징이 되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성수동의 변화를 기록해 보기로 했다.

KakaoTalk_20260111_062456379_04.jpg 며칠 전 아이와 찾은 성수동 대림창고

대림창고: 성수동 재생의 시작

50년 역사를 간직한 산업유산

대림창고는 1970년대 초 정미소로 지어졌다. 붉은 벽돌 외벽, 박공지붕, 높이 9m의 벽이 10 m×40m를 둘러싼 구조. 트러스 구조 덕분에 내부는 기둥 없는 대공간이다. 전형적인 산업시대 물류건축의 특징이다.

성수동은 1960년대 이후 공업지역으로 변모하며 공장과 창고들이 들어섰다. 1980년대 공해 업체들이 외곽으로 이전되면서 이런 건물들은 최초 기능을 잃었다. 2010년대 초 대림창고도 철거 위기에 처했다.


2015년경 서양화와 건축학을 배운 홍동희 작가가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다. 유럽에서 경험한 산업건축 재생 프로젝트가 그에게 떠올랐다.

핵심은 기존 형태의 보존이었다. 붉은 벽돌, 철제 기둥, 박공지붕을 최대한 살리고 내부에 카페 기능만 추가했다. 새 요소들은 기존 공간의 성격을 깨뜨리지 않도록 바닥 재료로 영역을 구분하고, 자연 채광으로 공간을 강조했다.


성수동 변화의 촉매

대림창고 갤러리 카페는 큰 성공을 거뒀다. 연간 40~50만 명이 방문했는데, 성수이로 전체 유동인구 100만 명 중 절반가량이 대림창고 방문객이었다. 흥미롭게도 홍동희 작가는 홍보를 일절 하지 않았다. 입소문만으로 성수동 명소가 된 것이다.

2010년대부터 젊은 예술인들이 성수동에 자리 잡으면서 갤러리와 카페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대림창고가 그 중심에 있었다. 급속한 재개발로 역사가 지워져 온 서울에서 50년 된 산업건축물을 보존·재생한다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례였다.


천정부지 임대료, 그래도 몰려드는 브랜드들

부르는 게 값이 된 성수동

현재 성수동 임대료는 폭발적이다. 연무장길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건물주가 부르는 게 값&#x이 됐다. 전년 대비 보증금과 월세가 각각 3~4배 상승했다. 2018년 평당 10만 원이던 임대료가 2024년 20~30만 원으로 치솟았다. 5년 만에 2~3배 증가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팝업스토어 단기 임대료다:

버버리 같은 명품 브랜드 팝업은 한 주에 2억 원 이상, 하루 3,000만 원에 달한다. 일반 상가 임대료의 2~3배며, 임대료 연 5% 상승 제한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실로 두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성수동인가?

첫째, 보장된 유동인구. 2024년 1~2월 성수동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3만 명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국내외 MZ세대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둘째, 글로벌 마케팅 효과.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브랜드 이미지는 기존 어떤 광고보다 효과적이다. 업계에서는 수억 원이 들지만 매출과 홍보효과를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셋째, 트렌드의 중심. 성수동은 서울을 넘어 글로벌 패션 특화 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 연무장길을 바탕으로 메인 스트리트가 형성됐다는 업계 분석이다.


무신사의 성수동 전략: 도시 생태계 만들기

성수동 브랜드 전략의 정점에는 무신사가 있다. 현재 성수동에 리테일 스토어 3곳, 팝업 공간 4곳, 사무실 4곳을 운영 중이다. 2026년 상반기 초대형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까지 열 계획이다.

각 거점마다 다른 콘셉트를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무신사 스탠더드 성수점은 자체 브랜드 플래그십, 엠프티 성수는 희소성 있는 브랜드 경험 공간, 무신사 스튜디오 성수는 900평 규모 패션 특화 공유 오피스 및 복합문화공간이다.

대림창고 재탄생: 월 32억 원의 비결


성수동 대림창고 무신사 .jpg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의 성공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무신사는 이 상징적 공간을 편집숍으로 재탄생시켰다. 붉은 벽돌, 박공지붕, 철제 기둥 등 기존 구조를 최대한 살렸다.

약 100여 개 유니섹스 패션, 뷰티, 스니커즈 브랜드가 입점했다. 특히 스니커 존은 50여 개 브랜드 스니커즈를 모았다. QR 코드로 실시간 할인율과 멤버십 혜택을 확인할 수 있어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오프라인에서 구현했다.

2024년 5월 단월 매출 32억 원으로 성수동 최고 기록을 세웠다. 디올, 아디다스, 뉴발란스를 모두 제쳤다. 외국인 고객 비중이 거의 40%에 달했고, 2025년 2월 기준 주요 매장의 외국인 매출이 전체의 70%를 넘어섰다.

로컬 크리에이터 전략

건축가의 관점에서 보면, 무신사의 전략은 단순히 매장을 여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 생태계 구축이다. 뉴욕 소호의 슈프림, 도쿄 아오야마의 꼼데가르송, 파리의 루이비통처럼 특정 지역에 자리 잡으며 패션과 문화가 결합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전략이다.

무신사 스튜디오를 통해 신진 브랜드에게 소비자와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브랜드에는 한국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기능한다.

대림창고와 무신사 사례를 통해 성수동이 어떻게 서울 최고 상업 상권으로 부상했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 화려한 표면 아래에는 더 깊은 이야기들이 있다.


다음 편에서는 성수동이 숏폼의 도시로 변해가는 현상, 젠트리피케이션의 그림자, 그리고 앞으로 상업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건축가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지속가능한, 오래 남을 공간을 고민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건축과 공간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litt.ly/geeumplus


- 2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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