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운 좋은 사람들의 공간 비밀

건축가가 말하는 풍수 명당의 과학

by 건축가 김성훈

새해, 모두가 운을 찾는다

설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묻는다. "올해는 어떤 운이 들어올까요?"

토정비결을 보고, 신년 운세를 확인하고, 사주를 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걸 놓친다.

운을 읽는 기술.jpg 역술가 박성준의 <운면을 보는 기술>

운이 들어올 공간을 준비했는가?

최근 매체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 박성준 역술가(풍수지리자)의 "운명을 보는 기술"을 읽으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주학에서 말하는 '운이 좋다'는 것의 본질이, 내가 20년 넘게 건축을 공부하며 수행해온 건축 철학의 핵심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그것은 바로 '균형(harmony)'이다.

운이 트인다는 것의 진짜 의미

박성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주에서 오행이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기 쉽다. 중화가 잘 되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을 '운'이라고 한다. 운이 좋다는 것은 균형이 맞았다, 조화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건축가인 나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무릎을 쳤다.

프랑스에서 건축을 공부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ensemble'(앙상블, 전체의 조화)과 'harmonieux'(아르모니외, 조화로운)였다. 좋은 건축이란 건물 하나가 뛰어난 게 아니라,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동양의 음양오행과 서양의 'harmonieux'. 표현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세상의 이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다. 개인의 사주에서 오행의 균형이 깨지면 운이 막히듯, 자연의 오행이 깨지면 지구의 운이 막힌다.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공간의 변화가 운의 변화를 부른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교운기'다.

"운이 좋게 바뀔 때에는 내 주변에 강력한 인물이 나타난다.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는 대상이 이전과는 다른 사람들로 변환되면 운이 좋게 바뀔 수 있다."

건축가로서 이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주변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결국 내가 있는 공간이 바뀐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 직장으로 옮기면 새로운 동료를 만난다. 자주 가는 카페를 바꾸면 다른 사람들과 마주친다. 회사에서 자리를 옮기면 다른 팀과 교류가 생긴다. 집에서 서재를 새로 만들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상가들을 만난다.

공간의 변화는 관계의 변화를 가져오고, 관계의 변화는 운의 변화를 가져온다.

실제로 나는 양평과 서울을 오가는 이중 생활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사람들 다양한 건축주들을 만났다. 지역 프로젝트를 맡으며 지자체 담당자들과 협업하게 되었고, 그것이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내 공간이 바뀌니, 내 인연도 바뀌었다.


풍수 명당의 과학

풍수지리의 핵심은 '장풍득수(藏風得水)' - 바람을 가두고 물을 얻는 이치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에서, 어진 사람은 산에서 기운을 얻는다. 그래서 좋은 집은 산중턱에 있다."

건축가로서 이보다 과학적인 설명은 본 적이 없다.

한옥을 보라. 산을 등지고 앞으로 물을 바라보는 배치. 처마 아래 만들어지는 대류 현상.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온돌의 원리. 이 모든 것이 자연과의 균형을 맞추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다.

풍수는 미신이 아니라 생태학이었다.

한옥.jpg 한옥의 과학적인 <통풍>원리, 대류현상을 이용해 자연 통풍을 만든다,

운을 부르는 공간의 세 가지 조건

전국의 지자체들을 컨설팅하며 발견한, 성공하는 공간들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 기분 좋은 공간이다.

딱 들어서는 순간 "아, 여기 좋다" 싶은 곳. 빛이 적당히 들어오고, 천장 높이가 압박스럽지 않고, 소리가 편안하게 울리는 곳. 이런 곳에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대화가 깊어진다.

풍수에서는 이를 '기(氣)'라고 하고, 건축에서는 '공간감'이라고 한다.

둘째, 자연과 연결된 공간이다.

창 너머로 나무가 보이거나, 바람이 통하거나, 자연광이 들어오는 공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연결된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최근 강원도 인제에서 진행 중인 워케이션 공간은 '차경(借景)' 즉, 자연을 빌려오는 개념으로 설계했다. 창문이 액자가 되어 설악산을 담는다. 이런 공간에서 사람들은 깊은 사색을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다.

셋째, 조화로운(harmonieux) 공간이다.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단조롭지도 않은. 개방과 폐쇄가 적절히 섞인. 혼자 있을 수도, 함께할 수도 있는.

음양의 균형처럼, 공간도 상반된 요소들의 조화가 중요하다. 프랑스인들이 'harmonieux'라고 부르는, 그 절묘한 균형.


AI 시대, 공간이 직감을 키운다

박성준 역술가는 책에서 '관상', '사람 읽기', '통찰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중년이 되고 사업을 하며 깨달았다. AI 시대에 더 중요해진 것은 역설적이게도 사람을 읽는 능력이다.

지식은 AI가 제공한다. 하지만 저 사람과 함께 프로젝트를 할 것인가, 신뢰할 수 있는가는 오직 인간만이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대부분 직감에서 온다.

흥미로운 건, 그 직감이 가장 예리해지는 순간이 기분 좋은 공간에 있을 때라는 것이다.


좋은 공간은 직감을 키운다.


새해, 당신의 공간을 점검하라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목표를 세운다. "올해는 운이 좋아지길", "좋은 인연을 만나길".

하지만 그 운과 인연이 들어올 공간은 준비되어 있는가?

당신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을 떠올려 보라.


자연광이 들어오는가?

공기가 잘 통하는가?

기분이 좋아지는가?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가?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가?


만약 대부분 '아니오'라면, 당신의 운은 이미 그 공간에서 막혀 있는 것이다.


작은 변화로 시작하는 새해 운

거창한 인테리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작은 변화로도 공간의 기운은 달라진다.

책상 위치를 창가로 옮겨보자.
자연광을 받으며 일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풍수에서 말하는 '명당'의 첫 번째 조건이 채광이다.

식물과 함께 해 보자.
작은 화분 하나가 공간의 기운을 바꾼다. 살아있는 생명이 주는 에너지를 무시하지 말자.

정리하자.
막힌 에너지는 어지러운 공간에서 온다. 사주에서 오행이 한쪽으로 편중되면 운이 막히듯, 공간도 한쪽에 물건이 쌓이면 기가 막힌다.

앉는 자리를 바꿔 보자.
집에서, 회사에서 늘 같은 자리에만 앉지 말자.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 자리가 바뀌면 만나는 사람도 바뀌고, 그것이 운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문턱을 낮춰보자.
운이 좋은 사람들의 공간은 문턱이 낮다.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고, 자연스러운 교류가 일어난다.

균형을 찾아라

사주학이 말하는 '중화', 프랑스 건축이 말하는 'harmonieux', 풍수가 말하는 '장풍득수'.

모두 같은 말이다. 균형을 찾아 보자. 일과 쉼의 균형. 혼자와 함께의 균형. 개방과 폐쇄의 균형. 자연과 인공의 균형. 당신의 공간에 이 균형이 있는가? 새해를 맞아, 토정비결을 보기 전에 먼저 당신의 공간을 보라. 그곳에서 균형을 찾아 보자. 그 균형이 바로 운이다.


공간이 운명을 바꾼다

오랜 기간 건축을 하며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 공간이 삶을 바꾼다.

좋은 공간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좋으면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기회가 오고, 좋은 기회가 오면 운이 트인다. 반대로 나쁜 공간에 갇혀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기분이 나쁘면 사람을 피하고, 사람을 피하면 기회를 놓치고, 기회를 놓치면 운이 막힌다.

새해, 운을 바꾸고 싶은가?

그렇다면 공간부터 바꿔보자.

자연광이 드는 곳으로 책상을 옮기고, 식물을 들여놓고,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좋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게 문턱을 낮춰보자.

그 작은 변화가 우리의 하루를 바꾸고, 하루가 한 해를 바꾸고, 한 해가 운명을 바꾼다.


올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토정비결이 아니라 공간 점검이다.

건축가로서 나는 오늘도 운을 부르는 공간을 설계하고 기획한다.

왜냐하면 나는 믿으니까.

좋은 공간이 좋은 운을 부른다.

그리고 그것이 새해를 맞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작가는 지속가능한, 오래 남을 공간을 고민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건축가입니다.

건축가의 건축과 공간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litt.ly/geeum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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