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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아리 Dec 30. 2020

신비의 마추픽추

남미 하면 떠오르는 마추픽추! 역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 마추픽추! 남미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추픽추를 떠올릴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과 함께 남미 여행의 꽃으로 불리는 마추픽추 여행. 중미 여행을 마치고 남미 여행의 시작점인 이곳 페루에서의 마추픽추 여행은 우리의 설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민박집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마추픽추로 1박 2일 여행을 가기로 했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에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겸하여 1박 2일 동안의 여행이었다. 마음이 잘 맞는 소중한 인연들과의 여행 속의 여행은 또 다른 설렘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추픽추로 떠나기 전날 밤 민박집 사장님은 우리를 모아서 마추픽추로 가는 길의 지형, 그 주변의 여행지의 유래, 잉카제국의 역사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마추픽추에 관한 강의에 가까운 그 이야기를 우리는 약 1시간가량 듣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사장님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잉카제국과 마추픽추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한 채로 여행을 해서 그 재미가 덜했을 것 같았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설명해 주신 사장님의 열정도 대단하신 것 같았다. 우리의 기대에 사장님의 설명까지 더해져 마추픽추에 대한 설렘은 한층 더 고조되었다. 




우리의 일정은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하며 오얀따이땀보 까지 갔다가 그곳에서 잉카 레일을 타고 마추픽추 마을인 아구아스 칼리엔테 스라는 마을에 도착, 연계된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새벽 마추픽추로 가는 일정이었다. 성스러운 계곡 투어는 잉카시대의 여러 유적지를 돌며 잉카의 발전되었던 농업 기술과 그곳의 신비한 지형 및 잉카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잉카시대 옛 성터가 남아있는 오래된 마을인 친체로 마을, 계단식 논의 모양으로 농업기술을 연구하던 모라이, 산속의 염전인 살리네라스 염전 등 볼거리가 다양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안데스 산맥 속에 있었으며 그 풍경과 정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이곳 유적지들은 안데스 산맥을 배경으로 더욱더 멋진 풍경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으며, 찰스와 나는 그 멋진 풍경들을 하나라도 더 담으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친체로 마을에서 주민들이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


모라이 농업 시험장


살리네라스 염전


성계 투어를 마무리하면 오얀따이땀보라는 마을에서 잉카 레일을 타고 마추픽추 마을로 향한다. 나는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잉카 레일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었다. 잉카 레일은 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유리창이 아주 넓고 높은 곳까지 볼 수 있어 마추픽추 마을로 향하는 동안 안데스 산맥의 멋진 풍경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기차였다. 잉카 레일은 나의 환상을 깨지 않았고 마추픽추로 향하는 동안 기차에 앉아서 내 두 눈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멋진 풍경을 온전히 담을 수 있었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에 많은 젊은 친구들은 기차를 타지 않고 마추픽추 마을인 아구아스칼리엔테스까지 트래킹 삼아 걸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길은 험하기도 하고, 벌레가 너무 많아 우리의 체력으로서는 도저히 소화하기 힘든 코스였다. 우리 일행은 잉카 레일을 이용하는 것은 중년의 여유인 것으로 생각하기로 하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젊은 친구들은 에너지와 체력이 있으나 경제적으로 약한 반면, 우리는 에너지와 체력은 다소 부족하나 그나마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있어서 서로 샘샘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내 체력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4박 5일 코스로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트래킹(살칸타이 트래킹, 잉카 트래일)을 하며 걸어가겠다는 둥 하는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지만 괜히 객기 부리다 다치거나 병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 생겨 전체 여행을 망칠 수도 있다는 찰스의 강력한 만류에 무리한 코스는 생략하기로 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도전이 될 뻔했다. 실제로 우리 민박집에는 마추픽추를 자전거로 올라가는 투어에 참가했다가 심하게 다쳐서 여행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청년이 있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 여행 중에는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들을 지키지 못하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 또 조심.


오얀따이땀보 마을의 전경



기차를 타고 풍경 감상과 휴식을 취하며 마추픽추 마을인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 도착을 하니 이미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간이었다. 아구아스칼리엔테스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화려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아담하기도 한 묘한 느낌의 작은 동네였다. 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강이 되어 마을 전체를 감싸고돌며 밤새도록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 마추픽추와 가장 가까운 마을이어서 그런가? 아주 신비하고 묘한 기운이 감도는 그런 동네였다. 이곳은 소박하고 아담한 마을이었고, 저렴한 맛집부터 최고급 바까지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는 그런 동네이기도 했다. 찰스와 나는 동네 구경 후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새벽에 마추픽추로 출발을 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얀따이땀보 마을


마추픽추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날씨이다. 우선 산 위에서 마추픽추 전경을 보는 것이라 안개가 있거나 비가 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날이 맑아질 때까지 이곳에서 하염없이 머물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내일의 날씨가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호텔 사장님이 다음날 비가 올 예정이라고 하여 우리는 다음날이 오기도 전에 실망부터 해야만 했다. 어떻게 온 곳인데... 안개만 쳐다보다 가야 하나... 그렇지만 사장님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내일을 기대해 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4시쯤 일어난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날씨였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상황이라 창밖으로도 밖의 날씨를 확인할 수 없었고 호텔의 문은 나무 문으로 되어있고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밖에서는 세찬 물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아... 망했다... 어떻게... 일단 실망감을 가득 안고 아침밥부터 먹은 우리는 그래도 마추픽추에 가긴 가야 한다며 두꺼운 나무 문을 여는 순간 이게 웬일인가. 아직 해가 완벽히 뜨지 않아 햇살은 비추지 않았지만 적어도 비는 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 세찬 물소리는 강물 소리였던 것이다. 호텔 사장님의 말 때문에 우리가 너무 실망을 하여 강물 소리를 세찬 비 소리로 오해를 했던 것이었다. 와! 이 얼마나 다행인 것인가! 


우리는 버스를 타고 무사히 마추픽추 입구에 도착하여 입장을 했다. 날씨가 흐린 줄 알고 머뭇거리다 일출 시간을 놓쳐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완전히 해가 뜨지 않은 상태라 다행이었다. 우리 일행은 서둘러서 입장을  하고 마추픽추가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근데 이게 또 웬일! 해가 뜨고 산과 산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어찌나 밝고 상쾌한지! 성공이다! 산으로 올라갈수록 마추픽추가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많은 사람들을 남미로 오게 만든 그 마추픽추구나! 감탄과 감탄의 연속이었다. 내가 마치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 잉카제국을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현실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내 눈에 비친 풍경이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하루 종일 강한 햇살과 함께 맑은 날씨가 계속됐으며, 우리 일행은 자그마치 8시간 동안이나 구석구석을 돌며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으며 환상적인 하루를 보냈다. 둘이서만 여행을 하다가 마음이 맞는 5명이 함께 여행을 하니 너무나 즐겁고 유쾌했다. 서로 돌아가면서 사진도 찍어주고, 서로서로 말동무를 하며 돌아다니니 8시간이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금방 지나가 버렸다. 특히 A씨는 멕시코의 테오티우아칸에서 우리에게 신혼여행 사진을 찍어 주었듯이 이곳에서도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라 하여 인생 사진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마추픽추 안에 살고 있는 야마


마추픽추 안에는 유적지를 파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어떠한 장소도 새로 만들지 않아서 화장실 조차 없었다. 우리는 대략 8시간 동안이나 화장실에 갈 수 없었고, 그로 인해 물 조차도 제대로 마실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마추픽추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사실 마추픽추의 규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작은 듯한 느낌이었다. 사진이나 유튜브에서 너무 많이 본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좀 실망을 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규모보다는 내가 이 역사적인 곳에 와 있다고 생각하니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힘들었다. 그 규모나 웅장함에 놀라기보다는 내가 마추픽추를 실제로 봤다는 것에 더 의의가 있었던 여행인 것 같다. 


우리 일행은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고 다시 잉카 레일을 타고 쿠스코로 향했다. 쿠스코로 돌아오는 길에는 폭우로 인해 도로가 망가져서 엄청난 교통체증을 겪어야만 했다. 쿠스코는 높은 산으로 둘러 싸여 있어서 그 산을 넘어야지만 쿠스코로 들어갈 수가 있는데, 그 길이 다 막혀버린 것이었다. 우리는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더 늦게 민박집에 도착을 했고, 그 피곤함을 무한리필 삼겹살로 풀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의 마음의 안식처이자 피로회복제는 고기구나... 사장님의 푸짐한 삼겹살 덕에 돌아오는 길의 피곤함도 싹 가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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