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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호 Mar 31. 2024

병원 쇼핑 1

태열/신생아 여드름/비립종/침독


  애월이가 태어나고 병원을 참 많이도 찾아다녔다. 대부분 대단치 않은 문제들이었지만 아이를 처음 기르는 입장이다 보니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병원에 달려가곤 했다. 피부과를 포함해 여섯 군데를 다녀본 결과 1. 대기가 짧을 것 2. 집 근처일 것 3. 의사 선생님이 보호자와 성향이 맞을 것 (설명을 충분히 해준다던지, 항생제를 어떻게 쓰는지 등등) 정도가 다닐 병원을 고를 고려 대상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친정에서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다시 소아과 유목민이 되었다. 침독과 기저귀 발진 때문에 미세먼지 상태만 괜찮아지면 조만간 또 나설 듯하다….



  오늘 적을 내용은 태열과 신생아 여드름, 비립종과 침독에 대해서다. 침독은 아직 소아과에 방문하기 전이지만 수시로 보습해 주니 많이 나아져서 이말 저말 쓸 내용이 있을 것 같아 넣었다. 원래는 세 개의 글로 나눠서 발행을 할 생각이었는데 각각의 글이 길지 않을 것 같아 두 개로 합쳐서 발행하게 되었다. 애월이가 신생아 시절에 참 동동거리기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이제는 좀 키워봤다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슨 문제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당장 소아과에 달려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그래서 기록 겸 도움이 될 겸 적어 놓는 글이다.






태열


  애월이가 신생아 시절이던 어느 날. 아마 태어난 지 2주 정도 되었을 무렵 목욕을 하다가 발견했다. 처음에는 얼굴과 상체 쪽에만 울긋불긋하다가 마치 황달이 진행되는 것처럼 다리까지, 그리고 등까지 퍼지게 됐다. 산후도우미 선생님이 태열인 것 같다고 해서 내복+스와들업을 입히다가 다 벗기고 기저귀+스와들업만 입혔다. 딱히 별다른 증세는 없었지만 울긋불긋한 피부가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물이 좀 따끈하다 싶으면 목욕 후 태열이 더 심해지곤 했다.



  결국 시간이 답이었다. 시원하게 키우라는 말만 들었지 어떤 처방도 받지 못했다. 언제쯤 괜찮아질는지 애가 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 증세 없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잤는데 괜히 노심초사했던 것 같다. 아무튼, 한 달 즈음, 아니 한 달이 조금 안 됐던 것 같은데, 땀샘이 발달했는지 애월이가 땀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태열은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태열 걱정이 끝나니 여드름이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신생아

여드름


  애월이의 피부가 말이 아니었다. 신생아의 피부는 ‘아기 피부’가 아니라고 무수히 들어 보긴 했지만 뾰루지와 여드름이 무더기로 난다고는 못 들어 봤다. 뾰루지와 여드름의 정확한 차이는 모르겠지만 이것들이 무슨 사춘기 소년마냥 났고, 어떨 때는 성인 여드름처럼 큼직하게 하나씩 볼에 자리를 잡곤 했다.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처럼 하나 나고 사라지면 또 나고, 두 개가 같이 나기도 하고. 내게는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이었으면 깔끔하게 정리해 줬을 텐데(?) 이제 갓 1개월 된 아기라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원인은 엄마의 호르몬이 아기 몸에 남아있어서라고들 하던데, 결국 이것도 시간이 답이었다. 이건 만 3개월에서 백일 정도 되어야 슬금슬금 사라진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들은 두 가지 다른 처방을 내렸는데 한 분은 「자극되니 뭐 발라주지 마라」 다른 분은 「보습 관리를 철저히 해주라」였다. 내가 해보니 목욕하면서 얼굴도 물로 씻기는 데다가 겨울이라 건조하니 뭘 안 발라줄 수는 없고. 그래서 이 시기는 가볍게 발라줄 수 있는 로션 제품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고보습 제품을 썼다가 여드름이 더 생기는 꼴을 봤다. 로션도 하루에 한 번씩 꼬박 발라주는 것보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발라주는 게 훨씬 나았었다.



  이 시기 여드름은 짜지 않아도 알아서 사라졌고 점도 안 되었다. 점 될까 봐 짜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근데 두피에 난 뾰루지는 검게 변했었는데…? 신경을 안 써서 그 이후로 두피 뾰루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애월이가 깨어 있을 때 살펴봐야겠다.




비립종


  엄청 큰 여드름들을 상대하느라(?) 비립종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1차 예방접종 하러 간 소아과 선생님이 「비립종이네요」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알려주셔서 알았다. 생긴 건 하얀색 좁쌀 여드름 같기도 한데 만져 보면 딱딱하고 뾰족한 느낌이 든다. 긁으면 뭔가 나올 것 같아서 한번 긁어봤는데 사라진 것도 있고 안 사라진 것도 있다. 지금은 신경도 안 쓰던 사이에 대부분이 사라졌다. 이것도 시간이 약인 모양이다. 사라지지 않고 남은 건 이마와 두피의 경계 부분에 나있는 비립종 두 개뿐이다. 이것도 어느샌가 사라져 있을 것 같다.




침독


  침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소아과를 가보고 싶었는데 봄이라 날이 따뜻해서인지 미세먼지가 심해 나갈 수가 없었다. 여딤이지만, 미세먼지가 심해서 우리 집 클로버에 빨간 경고등이 뜨거나, 어플에 최악이라고 뜨면 「곧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까」 사막의 폭풍 같은 황사 폭풍이 몰아치는 흙빛 세기말 분위기를 상상하게 된다. 아무튼, 애월이는 아직 마스크를 쓸 수도 없어서 더욱 나가기가 꺼려진다. 이젠 마스크 없이는 봄, 가을, 겨울을 지낼 수가 없다니.



  애월이는 처음엔 거품침 정도였다가 요즘 침을 꽤 많이 흘리고 있다. 내가 애월이에게 24시간 붙어 있으므로 잘 닦아주긴 하는데 잘 때가 문제였다. 침독은 침으로 인한 건조가 문제기 때문에 보습을 잘해주래서 로션을 고보습 크림으로 바꾸고 비판텐과 같이 수시로 발라주었다. 아기들 피부 재생력이 장난 아니라던데 과연, 그렇게 발라준 지 하루만에 괜찮아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다시 뽀얀 피부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도 소아과에 방문해서 침독이 맞는지, 이렇게 보습을 해주면 괜찮을지 물어볼 참이다.






  엄마가 되면 거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걱정이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보는 유튜브도 소아과 의사 선생님들의 채널이 대부분이고, 삐뽀삐뽀 소아과 책을 사다가 읽고 또 읽고, 읽은 부분 또 읽고 궁금한 부분 또 읽고 그렇게 된다. 나 자신이 아플 때는 이렇게 관심 가졌던 적이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또 대부분 별 탈 없이 괜찮아지곤 했으니까. 이럴 수 있게 된 까닭은 내가 건강하게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새삼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도 이렇게 관심 받으며 자라서 문제 없는 어른이 되었겠구나.



추신: 나의 글 역시 인터넷에 떠도는 글과 마찬가지니,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면 바로 소아과에 가는 방편이 제일이다.



24. 0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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