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이 가르쳐준 지혜
내가 은퇴 문턱에 왔을 때 수필교실을 찾게 되었다. 그때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잊히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시골에 사는 초등학교 어린아이들은 가을까지 마른버짐이 핀 얼굴로 지내다가 신기하게도 겨울만 되면 얼굴에 윤기가 돌며 화색이 감돌곤 했다 한다. 그 이유는 여름철에 잡은 개구리로 영양보충을 했기 때문이라 들려주었다. 그다음 재미있는 이야기는 어떤 사 학년 어린 학생이 이따금씩 매미채와 지렛대와 양동이를 들고 친구를 찾아와서 개구리를 잡으러 가자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개울로 가서 녀석이 개구리가 들어있는 돌을 움직이면 그 개구리 녀석들이 튀어나오면서 매미채 속에 속절없이 들어간다는 그 경지. 백발백중이다. 단 한 번도 허탕을 친척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같이 간 친구가 녀석한테 개구리가 들어있는 돌과 튀어나오는 방향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간파하는 비법이 무엇인지 하고 물어보았더니 녀석의 대답은 간단했다. “척 보면 알아야지” 하고 대답을 했다 한다.
그것은 사물과의 일체감에서 얻어지는 능력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척 보면 알 수 있는 경지!
내가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은퇴하는 나이에 새로운 직장, 여성들의 건강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토론토 의대 부속병원인 세인트 마이클 병원의 외래( Out Patient Clinic)에 오게 되었고 오랫동안 꿈에 그리던 곳에서 체득한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임산부 클리닉에서 일한 경험이 수년이 지난 후였고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은퇴할 늦은 나이에 이곳으로 옮겨와 다시 학생이 되었고 책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산부인과에 관한 두 권의 텍스트 북을 들고 집으로 향해 6 개월간 독학을 해야만 평생 동안 그리던 이직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곳은 외래라서 병실과는 달리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해서 잊은 지 오래된 일들을 매일같이 익혀야 했고 예비기간 3 개월 동안 나는 이 사람들이 바라는 지식을 갖추어야 만했다. 처음 나를 각 클리닉마다 데리고 다니면서 보여준 노련한 간호사는 임산부가 오면 기본검진으로 배를 만져보고 아기의 자세, 성장길이. 크기, 아기의 나이를 알려주는 주를 계산하고 난 후에 산모가 듣고자 하는 아기의 태동을 임신 기간에 상관없이 백발백중으로 첫 방에 들려주곤 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너무나도 신기해서 어떻게 한 번도 실수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 노련한 간호사 이야기가 “젬 마, 너도 나처럼 오랜 시간 이 일을 하게 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 들려주었다. 자기가 오랜 세월에 터득한 그 검진의 기술적 요령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무서운 힘으로 나에게 알려주지 않고 언젠가 서서로 알게 될 것이라고 그녀는 나에게 준 엄청난 과제였다. 그때 나는 그녀가 너무나 부러웠고 신비스럽고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나에게도 그곳에서 임산부를 보는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 나 자신도 그런 체험을 하고 있으니 엄마들이 들려주는 그 신비의 이야기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하루하루가 되고 있다. 오랜 세월의 훈련과 경험이 안겨다 준 결과의 선물 “척 보면 알아요”라는 말의 뜻을 이제 스스로 체험하면서 살아간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게 익혀지고 숙달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말에 “도” 가 텄다는 말도 조금은 이해가 갈 것 같다. 요즈음 특히 하계 올림픽을 보면서 메달을 따기 위해 온사람들은 모두가 자기가 경쟁을 해서 따고자 하는 그 운동에 수년간, 아니 수십 년간 온 힘을 쏟아서 수련해 온 “도”가 튼 사람들이다. 그런데 얼마나 더 높고, 더 깊고, 오랫동안 도를 갈고닦고 왔는가를 세상사람들 앞에서 보이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한 개인이 한 국가도 가질 수 없는 숫자의 금메달을 딴 올림픽 신화를 이룬 미국 출생 마이클 펠 프 란 26세 청년, 물속에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그를 당할 자가 없다. 18개의 금메달, 2개의 은메달, 2개의 동메달, 이 많은 무게를 목이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 몸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한곳에 집중하고 단련할 때 슈퍼 바디로 바꿔진다는 것을 올림픽 선수들의 몸을 관장하는 의사가 한 종목의 경기가 끝나면 그 선수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이 논리를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로 혼신을 다 할 때 어떤 것도 가능해진다는 진리를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확신을 갖게 해주는 기회였다. 내가 임신 9-10주 때 오는 엄마에게 12 주까지 듣기 어려운 태동을 찾아서 들려줄 때 그 산모들의 기쁨의 눈물. 나는 그때 산모들 이상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오래전 그 노련한 간호사가 알려주지 않고 들려준 그 신비의 대답과 장난꾸러기 꼬마가 들려준 “척 보면 알아야지”라는 말을 이제 조금씩 가슴으로 느끼면서 일터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