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칠층산을 넘어야
올여름 밴쿠버에 살고 있는 딸 방문 때 나는 850페이지 분량의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의 영성 피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토마스 머 턴( Thomas Merton 1915-1968)은 1915년 프랑스 남쪽 프라데스라는 지방에서 태어났다. 열아홉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면서 시를 썼고 재즈에 열광하는 생활을 했으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밀한 변화를 겪다가 1938년 나이 23세 때에 전적으로 회심하여 가톨릭 신자가 된다.
1941년 12월 트라 페스트 수도원에 입회하여 1968년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칠 때까지 수사, 영성 작가, 사회정의 수호자로 살 다 간 사람이다. 그는 1948년 고백론에 가까운 자전적 일기 “칠 층 산” (정진석 추기경 역) 을 시작하여 70권의 책을 출간하여 20세기 가톨릭 영성 작가로 자리 잡았으며 1963년 종교와 관상기도 연구에 대한 기여로 “평화상”을 비롯하여 여러 상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인간이 하느님 앞으로 다가가는 과정이 이렇게 혹은 저렇게 삶의 변화를 통해서 깨닫는 여러 모습이 묘사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책의 제목처럼 칠층산을 넘어서야 결국은 자기가 가야 할 길이 바로 보이고 그것을 향해서 인도되어 가는 그런 모습과 머 턴의 내적 갈등을 보게 된다. 보통 인간들이 누구나 무심코 저지를 수 있는 행동이나 생각에 깊은 반성을 갖는 것은 그의 마음속에 잠재적으로 하느님을 향한 갈망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본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문학이란 환경 속에 들어와서 뉴욕의 유명 인사도 만나고 함께 일도 하고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하느님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한 발짝 한 발짝 그곳을 향해서 가지만 치명적인 요소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째 고국인 프랑스와 영국을 넘나들면서 배를 타고 여행하던 중에 심한 육체적 고통을 경험하게 되고, 미국에 돌아와서 로드 아일랜드에서 뉴욕의 직장까지 기차 여행을 하던 도중에 또 한 번의 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 하느님의 섭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대학 졸업과 동시에 대학원, 박사과정을 미치고 영문학 교수가 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신에 대한 목마름이 피정 센터를 드나들게 한다.
머 턴은 삶에서 하느님을 향한 그리움 때문인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성장하였고 동생에 대한 애정 또한 깊었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은 이타카에 있는 코넬 대학에서 항공 관계를 공부하고 공군이 되고 파 한다. 제2차 대전이 한창일 때 영국으로 파견되기 전에 동생은 형이 있는 수도회를 찾아온다. 그때 형은 사랑하는 동생을 가톨릭 신자로 이끈다. 세례를 받게 한 후에 보내지만, 그 동생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깊은 애정을 쏟는 그 형의 마음을 보게 된다. 전쟁에 참여한 동생이 비행기가 추락하여 사망 소식을 받게 될 때 그 영혼을 완전히 하느님께 맡긴다. 그러면서 차차 세상일에서 모든 것을 놓게 되고 천상을 위해서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이것이 그가 진정으로 얼마나 소망해 왔던 가를 그의 글에서 보게 된다. 그가 소유한 것이라곤 단 가방 하나밖에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마저 데려가셨으니.
현실 속에 무소유 자인 그는 가방 하나 들고 수도원에 들어가는 그 마음에는 아무것도 두고 가는 것이 없는 듯 세상과의 결별, 26년 동안 쌓아온 그 많은 명예와 학위, 이모두를 등지고 또 다른 세계를 향해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이 없다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세상 속에서 얻었던 모든 것을 비우고 하느님이 주시는 천상의 기쁨으로 매일 채워가는 그 행복감. 그러나 자신은 세속에서 얻었던 모든 명예와 이름이 자기를 수도원 안에서까지 그림자 처 럼 따라 다닌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너는 왜 나를 이토록 힘들게 하느냐?” 하면서 자신에게 돼 묻는다. 수도원에 들어와서 생활하는 동안 들고 일어나는 세속에서 키운 야심의 머 턴을 나무라고 있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세상에 머 턴을 내놓고 싶은 마음, 이런 것들로 분산되는 자신에 대한 사랑, 명예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모습.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핏줄인 동생을 잃고 마음 아파하는 머 턴,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의사 동생이 환자 방문에서 전염병 감염으로 사망할 때의 슬퍼하셨던 그 모습이 나의 마음을 더 슬프게 만든다. 동생의 결혼식까지 돌 봐주고 동생이 그토록 원함에 떠나보내는 형의 마음, 절대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인간은 고통 속에 있을 때 하느님을 만나고 마음이 깨끗해질 때 하느님을 볼 수 있다. 머 턴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그토록 끊임없이 칠층산을 오를 때까지 노력하면서 절대자의 곁으로 다가가는 그 모습에 내 영혼까지 맑아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