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숲에서

자연이 가르쳐준 지혜

by 백경자 Gemma

화창한 주중 어느 날이었다. 요즈음 시간의 공간이 예년보다 많아져서 아침 산보가 나에게 허락되니 뒷동네 오솔길을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시간은 이른데 아침 해님은 벌써 밝아오고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아침 이슬에 젖은 풀밭에서 내 신발이 촉촉해짐을 느끼면서 숲의 친구들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어 왔다.


남편은 어린 시절 바닷가로 피난을 가서 보냈기에 바다를 좋아하였지만, 나는 산을 그리워하며 살아왔다. 어린 시절 산으로 병풍처럼 쌓인 작은 마을에서 자라면서 이른 봄이면 산에 올라가서 노는 게 즐거움이었고 진달래 꽃이 만발한 야산은 나의 기쁨의 안식처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와 함께 산에 올라가서 진달래 꽃도 따 먹고 꺾어서 집에 가져오기도 하였던 생각으로 옛 시절로 돌아가곤 했다.


길을 따라가면 언덕 위에 위치한 한 채의 빨간색 지붕의 외딴집은 햇살로 그 색갈이 더욱더 아름답게 비쳐온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강아지 짖는 소리와 가족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이른 아침, 나는 길을 접어들면서 산보객들을 하나, 둘 만나게 되고 눈으로 인사하며 우거진 숲들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는 자연이 만들어준 갖가지 형태의 나무들, 들꽃들, 색갈이 다른 여러 모양의 잎들, 사철 푸른색 옷을 입고 자태를 자랑하는 침엽수들, 어린 시절 보아오던 이름 모를 나무들과 함께 공간을 메우면서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길옆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연못에 고고 히 피어오른 한송이 연분홍색의 연꽃과 청동색의 오리들은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이곳을 걸을 때마다 나는 이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한없이 나의 움직임을 조심하며 그 고요함을 깨지 않기 위해 숨소리까지 크게 하지 않는다. 이들은 하나같이 아침인사를 나에게 그 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한 소리와 향기로서 바람과 함께 보내온다.


내 발걸음에 무게가 오면 잠깐씩 벤치에 앉아서 눈으로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감사하면서 쉬었다가 깊은 숲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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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 올 때까지 나는 이곳을 변함없이 찾아오고 철마다 변화되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삶의 지루함을 없애 주고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들의 겨울나기 옷을 벗는 나체로 그들의 숨겨졌던 모습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생각 게 한다. 이 오솔길을 따라 흘러내리는 시냇물은 소리 없이 흘러내리지만 옛날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케 한다. 더운 여름철에는 돌바위를 치고 흘러내리는 물결에 이름 모를 물고기들과 가을에만 볼 수 있는 연어 때가 거센 물결을 역류하면서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서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가진 재주를 다부리고 물결과 함께 춤추는 모습에 나는 시간을 잃고 그들 속에 있는 내 모습도 발견하곤 한다.


이자연속에 생존하는 숲의 이름 모를 나무들은 햇볕과 비, 바람에 흔들림으로 소리 내고 함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며 세월을 불평 없이 안아주는 이들에게 나는 깊은 감사를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올 때 새로운 에너지를 받고 자연과 가까워짐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오솔길의 주인인 나무들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대접을 해 준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 부자나 가난한 사람에게도 꼭 같은 가득 찬 공기와 특유한 향기, 계절마다 변화되는 아름다움을 제공해 주지만 베 품에 감사를 느끼는 사람은 사람마다 다를 거라 생각을 해본다. 나는 이들의 가득 참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이들이 가진 고요함, 이 침묵을 즐길 수 있는 숲 속의 아침 산보는 내가 즐기는 이 생명체들에게 빛을 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 주며, 또 누구나 세상에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이 자연을 통해 배우게 되었음을 깨 달게 해 준다.


혼자 걷는 이른 아침 나의 발걸음에 말없이 인사해 주고 변함없이 친구 해주는 이 침묵의 숲에서 나는 겸손을 배우게 되고 자연에 감사함도 가슴으로 알게 해 준다. 어떤 외부의 무력에도 저항 없이 안아주고받아주는 너그러움이 가르쳐 준 귀한 선물인 것을. 그래서 나는 이자연을 아끼고 살아가야 함이 나의 책임이며 후세들에게 가르쳐야 할 의무라는 것을 가르쳐 준 깊은 지혜라 생각하면 나는 이 숲의 친구들을 떠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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