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전상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신 나의 어머니

by 백경자 Gemma

새해 벽두에 천국에 계신 어머님께 이렇게 편지를 올립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저의 삶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어머님께서 평생 동안 들려주신 많은 말씀들이 제가 그 나이가 되니까 이제 새록새록 제 가슴속에서 살아옵니다. 한 해 동안 별 탈없이 무사히 보낸 것은 커다란 감사로 다가옵니다. 어머님께서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착하고 선하게 살고, 돈은 버는 것보다 어떻게 잘 쓰느냐가 더 중요하며, 세상일은 순리에 맡기고, 남을 함부로 비판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배고픈 사람을 만나면 먹을 것을 주며 , 갈데없는 사람을 만나면 재워 보내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야 하며, 부모에게 효도하라고 일러주셨던 이런저런 이야기가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나씩 제 가슴에서 새순이 올라오듯 소리를 내며 살아옵니다.


이제 제게도 그런 말씀들을 되새길 나이에 와서 그런 것인지요? 아니면 제가 세상살이를 겪고 몸소 터득하였기에 그 말씀들이 제 가슴 깊은 곳에서 이렇게 일러주고 있는지요? 어머님이 그런 말씀을 들려주실 때 저는 짜증을 내고 잔소리 같이 듣곤 했지요. 같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시는 어머님께 얼마나 방관했는지요? 저는 지금 얼마나 어머님께 불효했는지를 가슴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지금 제 마음 같아서는 시간을 그때로 되돌려 놓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어머님이 계시는 그곳은 지구의 몸부림이나 쓰나미도 없고, 지구 오염으로 인해 일어나는 거대한 산불도 없고, 세계 각처에서 서로를 경계하는 핵전쟁도, 또 9.11 같은 끔찍한 비극도 없으며, 코비트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팬데믹 속에서 전인류가 공포에 떨고 사람을 피하고 입을 막고 거리를 두어야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두려움도 없고, 남발하는 총기사건도 일어날 염려가 없는 평화로운 곳이겠지요? 새해를 맞이하면서 남편과 어머니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하였습니다. 남편은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어머니를 대단히 존경하고 좋아했었지요. 그런데도 오랜 세월 알 수 없는 남편의 그 육체적 고통에 비례해서 맑은 정신으로 이렇게 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저에게는 더한 아픔으로 보내야 할 시간이 지만 그 안에는 무엇인지 깊은 뜻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갖고 제자신이 스스로 깨 달게 해 주는 시간의 하루 하루 입니다.


어머님, 제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머님이 가르쳐 주신 그 보화 같은 말씀들을 하나 하나 실천하면서 살아가려고 매일같이 노력을 하지만 때론 그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지만 불평보다 포옹하려고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요즈음은 순리가 어떤 것인지를 조금씩 가슴속으로 느끼면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모든 불만도 어느듯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쁘게 감사하면 살 수 있는 안정제 역 활을 해 줍니다. 그리고 새해에도 제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서슴없이 달려가 저의 시간을 이웃과 더 많이 나누고 살려고 마음을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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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직도 어려운 것이 제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인간의 본능인 남을 비판하려는 마음이 죽순의 새순처럼 올라오듯 죄를 범하게 인도합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자신의 추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자기를 대상으로 모든 인간의 죄를 관찰하고 양심의 선과 악을 보았습니다. 저도 제 자신을 대상으로 죄를 보게 되고 또 그것을 억제하려고 매일같이 무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내속에 보이지 않고 평생 동안 제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시기, 질투, 온갖 인간의 욕망과 불만에 대한 악을 하나 하 나 제거하려고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혼자 할 수 없는 것을 도와 달라고 기도드립니다.


또 만성질환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남편에 대한 저의 정성이 세월 따라 조금씩 무디어지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지금은 옛날처럼 제가 해왔던 그런 간절한 기도와 간호가 저에게서 소멸되어 가는 듯 이제는 의무적인 아내 역할만 하는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어머님, 제 마음을 이해하실 수 있는지요? 그렇게 막내딸이 결혼을 해야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결혼을 서둘렀기에 그래서 어머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딸이었지요. 아마도 그것이 제 운명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저항할 수 없는 저에게 주어진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은 그렇게 시작을 하였지요. 그런데 가끔씩 제안에 숨어있는 야릇한 마음이 저의 행복한 이 마음을 흔들어 놓곤 합니다. 아마도 독일의 철학자 중 염세주위자로 우리에게 알려진 쇼펜하우어( Arthur Schopenhauer 1788- 1860 )가 말한 것처럼 인간 본성 안에 있는 의지 즉 욕망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겠지요. 성인들도 자기들의 길을 위해서 태어날 때 타고난 모든 속성을 제거하고 자신들이 가진 욕망을 제거하면서 새로 창조한 자기 안의 무소유의 또 다른 나를 만들어서 다시 태어난 분들이라 지요.


어머님,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있고 바라는 일들이 있습니다. 저의 바람을 저버리시지 않을 것을 믿고 이 글을 천국 우표를 붙여서 보내 드립니다. 언제나 저희가 선하게, 행복하게 살다가 어머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고통, 슬픔이 없는 영원한 곳에서 다시 뵈 올 때까지 어머님께서 저의 하루하루가 죄 짓는 일과 악에서 멀어지도록 도외 주시고 최선을 다하는 삶 속에서 언제나 평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어머님 부디 영면하소서.


새해 아침에 막내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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