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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로 Mar 13. 2023

헝거게임 1을 읽고

플롯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훈련

<헝거게임 1 - 수잔 콜린스>

소설을 오락거리로 생각하며 읽고 기록을 남긴다.


Q. 이 소설이 좋은가?

>> 좋다. 주인공이 매력적이다. 활을 잘 쏘고, 자신의 힘을 올바른 쪽으로 사용한다. 주인공은 가족을 아끼고, 경쟁 상대이지만 약한 루를 보호한다. 은혜를 갚고,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한마디로 인간적이다. 결혼하고 싶지 않아 하며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 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자기 신념이 강한 편이다. 그런 캐릭터가 주인공이어서 스스로를 투영하고 싶었다.


세계관의 대립 구도도 좋다. 캐피톨은 12 구역으로부터 자원을 공급받아 부유한 삶을 산다. 12 구역은 과거에 반란을 한번 일으켰을 정도로 캐피톨에 대한 반항심이 있다. 캐피톨에서는 어린아이들조차 헝거게임을 엔터테인먼트로 즐길 정도로 지배 관계가 당연하다.


자극적인 묘사가 적어서 좋았다. 이 묘사 방법은 12 구역에 대한 캐피톨의 지배력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잘 드러났다. 약자가 겪는 잔인함 대신 강자가 누리는 번영에 대해 묘사한 덕분에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아도 참혹한 상황을 설명하는 데에 능숙해지고 싶다.



Q. 이 소설이 감동적인가?

>> 헝거게임 1편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캣니스가 루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면이다. 루에게 도움을 받았고, 그 은혜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갚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캣니스와 루가 경쟁 관계이지만 악의 없이 서로를 도우려 했던 설정이 좋았다.


두 번째로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캣니스가 동생인 프림을 대신해 헝거게임에 자원하는 장면이다. 작가는 헝거게임에 캣니스를 강제로 징용해 가는 방법 대신, 캣니스가 스스로 희생정신을 발휘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하도록 했다. 이런 장치들이 스토리를 세련되게 만든다.


결말은 헝거게임 2편으로 넘어가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장면이 없었다.



Q. 인물들이 기억에 남는가?

>> 헝거게임에는 캣니스의 가족과 친구, 헝거게임 스태프, 헝거게임 참여자를 비롯한 수십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모든 등장인물에게 이름을 붙이진 않았지만, 이름을 붙인 캐릭터는 그의 외모와 성격을 알 수 있도록 충분히 묘사했다. 그 덕분에 작가가 설명한 인물들은 기억에 남는다.


헝거게임에는 유별난 인물이 없다. 그래서 인물보다는 세계관의 지배구조와 배경묘사가 인상적이다.



Q. 플롯은 긴밀하게 짜였는가?

>> 플롯에 대한 공부가 좀 더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탈출 플롯에서는 첫 번째, 두 번째 탈출 시도에서 실패하지만 세 번째 탈출 시도에서 성공한다. 헝거게임의 메인 플롯을 탈출로 설정했다면 일반적인 플롯과는 다르다. 주인공 캣니스는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다. 탈출보다는 생존을 하려고 한다.


도주와 추적의 플롯이 더 가까운 것 같다. 도주에 실패하면 주인공이 죽기 때문에 독자로서 긴장감을 놓지 않게 됐다. 아쉬웠던 점은, 프로들의 캠프를 폭파하는 스토리 외에는 캣니스의 도주와 추적 계획을 볼 수 없었던 점이다. 헝거게임의 주인공은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지 않고 사건의 흐름에 즉각 대응하는 것을 선호하는 타입으로 설정된 것 같다. 게임 중에 후원을 받고, 귀가하는 길에 보호받기 위해 사랑을 연기하는 캣니스의 전략은 도주나 추적의 계획으로 상정하기엔 애매한 것 같다.



Q. 지루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는가?

>> 스토리 초반에서 캣니스의 사냥 능력을 보여주는 흐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는 캣니스가 주로 사냥을 다니는 숲의 평화로움과 헝거게임의 긴장감 흐르는 숲을 대조하려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헝거게임은 매 해 개최되는 설정이고, 주인공이 생활하는 마을에도 사람들을 견제하는 공권력이 있기 때문에 긴장감은 충분히 느낀다. 스토리상 메인 갈등의 첫 번째는 헝거게임의 참여자를 추첨하는 장면인 것 같은데, 그 단계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Q. 다음 시리즈를 읽고 싶게 하는 요소가 있다면?

>> 머테이션의 정체가 가장 궁금하다. 1편에서는 사망한 참가자들의 영혼이 캐피톨에 의해 머테이션에 심어진 것처럼 묘사돼 있다. 머테이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조종이 가능한 대상인지, 어떻게 조종하는지, 머테이션에 영혼을 심었다면 그 목적이 뭘지 확인하고 싶다.


헝거게임의 우승자가 헤이미치와 같은 트레이너가 되는 길 외에 다른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헝거게임에서 우승했지만 트레이너가 되지 않은 경우의 스토리도 보고 싶다.


영화 시리즈를 봐서 어렴풋이 기억나긴 하지만, 캣니스가 반란을 일으키는 동기도 궁금하다. 소설에서의 캣니스는 캐피톨에 대한 반항심을 드러내긴 하지만, 복수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와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반란의 플롯에서는 우발적인 반란보다는 사전모의와 음모가 있는 반란이 더 흥미롭다고 보는데, 캣니스는 계획적인 타입이 아닌 것 같아서 어떤 방식으로 반란을 모의할지 궁금하다.


내가 관심 있는 떡밥은 스토리 진행과 주인공의 관계보다는 세계관에 대한 해석과 묘사다. 헝거게임은 세계관에 대한 묘사에 비중을 덜 둔 것 같다.


이외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덕질할 요소가 더 필요하지 않나 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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