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나로 Mar 14. 2023

보여주기 훈련

묘사의 힘,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보여주는 쓰기 방법을 연습했다.


그는 추웠다.

(보여주기) 그는 척추를 타고 온몸에 퍼지는 냉기에 몸을 떨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것 같았다.

<모범답안> 손가락에 입김을 불어넣는 그의 이가 맞부딪쳤다.

[검토] ‘그’를 보는 사람이 ‘그’의 어떤 모습을 보고 있는지 묘사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바깥은 더웠다.

(보여주기) 밖은 너무 눈부셔서 눈을 겨우 뜰 수 있을 정도였다. 갓 구운 바게트빵처럼 갈라진 땅바닥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모범답안> 인도 위에 아랑이가 피어올랐다. 그는 땀이 맺힌 이마를 닦고는 보도 옆 썩어가는 쓰레기에서 풍기는 악취에 구역질을 삼켰다.

[검토] 후각 묘사를 덧붙이면 좋다. bad things를 표현하려면 향기보다는 악취가 잘 어울린다.


그는 피곤해 보였다.

(보여주기) 그는 숨을 조금 들어마시더니, 더 많은 숨을 내뱉으며 집으로 들어온다. 앞쪽으로 굽은 어깨 때문에 평소보다 체격이 더 작아 보인다. 그는 무거운 스케이트를 탄 듯 미끄러지더니 소파 위로 넘어진다.

<모범답안> 그는 의자에 몸을 묻었다. 눈꺼풀이 처지고 고개가 앞으로 꺾였다.

[검토] 필라테스할때 듣는 가이드를 떠올려보면 신체 묘사에 좀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비만이었다.

(보여주기) 그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코를 고는 것 같았다. 두툼한 턱살, 민소매 사이로 삐져나온 겨드랑이 살은 매듭을 꽉 묶은 포대자루처럼 보였다. 그가 철제 의자에 앉을 때부터 들려오는 삐그덕거리는 소리는 마치 의자가 비명을 외치는 것 같다. 만삭의 임산부처럼 거대한 배는 그를 좀처럼 책상과 가까이 앉지 못하게 한다.

<모범답안> 그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는 순간 제이크의 귀에 가구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검토] 비만은 상대적인 상태다. 시각적인 묘사보다는 청각적인 묘사가 좀더 세련된 것 같다.


그 집은 낡아빠졌다.

(보여주기) 이 집이 진작 무너지지 않은 걸 보니, 아직 폭풍이 온 적이 없나 보다. 울타리를 장식하고 있는 거미줄은 미지근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춤을 춘다. 나는 재채기가 나올 듯 코가 간질거리는 것을 느끼며 현관에 도착한다. 현관 손잡이를 맨손으로 만졌다가는 파상풍에 걸릴 것 같다.

<모범답안> 벽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져 너덜거렸다. 진입로의 깨진 틈새 사이로 잡초가 무성했고, 티나가 깨진 유리를 밟으며 걸어가는 동안 곰팡이 냄새와 오줌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검토] 향기보다는 악취! 기억하자.


폭풍이 몰아치는 어두운 밤이었다. 

보여주기) 달빛에 그림자 진 창문이 덜덜 떨린다. 벽을 뚫고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코끝이 빨개진다. 문 밖에서 이따금 바스락거리며 굴러다니는 낙엽 소리를 들으며 무릎을 꼭 껴안는다. 제발, 내일 아침 해를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모범답안> 덧문이 바람에 덜컹거렸고 밤하늘에서 빗줄기가 쏟아졌다.

[검토] 이건 잘 한 것 같다.


그는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보여주기) 그는 신발을 바닥에 질질 끌며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다. 다리를 배배 꼰 모습이 도시락통에 들어있는 문어 모양 소세지 같다.

<모범답안> 그는 의자의 끝자락에 걸터앉은 채 탁자 아래에서 발을 꼼지락거렸다.

[검토] 사람의 모습을 묘사할 때는 동적인 표현을 쓰자.


나는 안도했다.

(보여주기) 어깨에 긴장이 풀리며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다. 바로 귀 옆에서 펌프질하는 것 같던 심장 소리가 점점 줄어드는 걸 느낀다.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입가의 주름이 가로로 찢어진다. 

<모범답안> 긴장했던 어깨에 힘이 풀렸다.

[검토] 스트레칭 가이드를 잘 듣고 기억하자!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보여주기) 그는 소파에서 발을 떨다가, 거실을 가로지르다가, 다시 소파에 와서 발을 구르기를 반복한다. 엄지손톱은 너무 많이 물어뜯어 피가 살짝 맺혀 있다.

<모범답안> 그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검토] 사람이 특정 감정일 때 자주 하는 행동들을 생각해 보자.


그가 차를 몰고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보여주기) 그는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와 파자마를 입은 채로 차에서 내린다. 차에는 빗방울이 대각선으로 맺혀 있다.

<모범답안> 빗줄기가 혼다의 유리창과 지붕을 두들기는 소리에 엔진 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검토] 어떤 자동차인지 모델을 적어주는 것도 좋다. 청각을 이용한 것은 잘했다.


나는 저녁을 먹었다.

(보여주기) 건너편 고깃집에서 사람들이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커튼 사이로 햇빛이 길게 늘어진다. 나는 컴퓨터로 글을 쓰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은색 냉장고로 발걸음을 옮긴다. 며칠 전에 소분해 둔 샐러드 채소가 보인다. 전에 요리하고 남은 닭갈비를 담아둔 유리그릇이 냉동실 구석에 있는 것을 기억한다. 오늘의 마지막 식사는 집에서 먹어야겠군. 해동한 닭갈비와 샐러드를 들고 거실 탁자에 앉아서 티비를 켠다.

<모범답안> 나는 육즙이 가득한 스테이크를 잘랐다. 허브와 버터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검토] 후각을 이용하자.


피자는 맛있어 보였지만 실제로는 맛이 형편없었다.

(보여주기) 이윽고 피자가 서빙됐다. 피자의 가장자리에서 지글거리며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만 같은 치즈를 보며 침이 고인다. 피자 위로 떠도는 고소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음, 숨을 내쉰다. 뽀얗고 두툼한 치즈 위로 페퍼로니 몇 개가 올려져 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에 친구들과 함께 누워 팔다리를 위아래로 밀어내며 원을 그리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차분히 피자 커터를 들고, 재봉사가 옷감을 자르듯 조심스레 피자를 6등분으로 나눈다. 내 몫의 피자 한 조각을 들어올려 앞접시에 놓는다. 피자 밑부분이 살짝 탔지만 그조차 완벽해 보인다. 접시를 들어올려 피자를 내 쪽으로 밀어내며 뾰족한 부분을 크게 한 입 문다. 그 순간, 송곳니가 딱딱한 무언가를 으깨는 느낌이 나더니 입 안으로 차가운 얼음조각이 바스라진다.

<모범답안> 녹은 치즈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자 입에 침이 고였다. 그는 피자를 한 조각 집어 들고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쓰디쓴 맛이 혀에 퍼져나갔다. 웩. 도대체 누가 그의 피자에 올리브를 넣었을까?

[검토] 묘사한 대상이 무엇인지 짚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쓰디쓴 맛 = 올리브.


나는 이웃이 산 새 차가 부러웠다.

(보여주기) 주차장에 못 보던 차가 눈에 띈다. 먼지 하나 없어 보이는 본네트가 햇빛을 받아 주황빛으로 반짝인다. 이끌리듯 차로 다가가 운전석을 구경하게 된다. 차 주인은 나와 같은 건물 301호에 사는 것 같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재빠르게 차의 정면을 사진 찍는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발걸음을 옮기며, 이미지 검색 앱에 방금 찍은 사진을 업로드한다.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기종이다. 이건 내 컬렉션에 포함되어야 해.

<모범답안> 존이 산 재규어의 반들거리는 보닛 위를 손가락 끝으로 길게 쓸어보았다. 표면이 매끈하고 따스했다. 열쇠로 할퀴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다른 손으로 내 차 열쇠를 움켜쥐었다. 열쇠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손가락을 파고들었다.

[검토] 인물의 행동 묘사에 신경쓰자. 인물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느꼈는지 써보자.


그는 두려웠다.

(보여주기) 그는 하이에나 떼에게 둘러싸인 채로 뒷걸음쳤다. 그의 얼굴이 점점 보랏빛으로 질려 가는 게 보였다. 두 눈은 초점을 잃어 간다. 마침내 그는 비명을 지른다.

<모범답안> 그는 양팔로 자신의 몸을 감싼 다음 땀에 젖은 손바닥을 셔츠 뒤쪽에 문질러 닦았다.

[검토] 긴장 상태인 사람은 땀이 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는 궁금했다.

(보여주기) 그가 가끔 이 쪽을 쳐다본다는 건 알겠다. 가끔 우리가 숨이 넘어가게 웃을 때면 그의 등이 움찔거렸다.

<모범답안>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조르듯이 손을 흔들었다. “아 좀, 말해달라고!”

[검토] 음..이건 잘 모르겠다.


티나는 버릇없이 자란 아이였다.

(보여주기) 티나는 우리 엄마가 조심스레 접어 놓은 식탁보 위로 걸터앉으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모범답안> 티나는 바닥에 나자빠지더니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갖고 싶단 말이야, 갖고 싶다고! 갖고 싶다고!”

[검토] 아따아따의 단비가 생각난다. 인물의 성격을 묘사할 때, 비슷한 캐릭터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도 좋겠다.


오빠가 책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해서 티나는 화가 났다.

(보여주기) 티나는 바닥이 부서질 듯이 발을 구르며 소리질렀다. 오빠가 책을 돌려줄 때까지 계속할 작정이다.

<모범답안> 피가 거꾸로 치솟았다. 티나는 턱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빌어먹을 책 돌려주지 않으면 죽을 줄 알아.”

[검토] 이것도 잘 모르겠다.


짐을 다 싼 후 티나는 만족하며 가방을 들어올렸다.

(보여주기) 티나는 트렁크 위로 올라가 있는 힘껏 체중을 실으며 트렁크 지퍼를 닫았다. 티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가방을 들어올려 보였다.

<모범답안> 좋았어, 다 챙겼다. 티나는 가방을 들어올렸다.

[검토] 이것도 잘 모르겠다 ㅠㅠ


도시 전체의 모습을 내려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보여주기) 여기선 고개를 살짝만 숙여도 온 도시가 보인다.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내 엄지손톱만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존재조차 모를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넓은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먼지처럼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모범답안> 티나는 난간을 움켜쥐었다. 저 멀리, 시선이 미치는 곳까지 바둑판처럼 이어진 불빛과 조그마한 마천루를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그 아래에서 수많은 이들의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나의 삶 역시 계속되고 있었다. 목숨이 달린 일처럼 난간을 움켜쥐고 있던 손아귀에서 힘이 풀렸다.

[검토] 인물이 힘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묘사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 오두막은 낭만적인 곳이었다.

(보여주기) 그 오두막에 특별한 것들이 있진 않다. 단지 우리가 함께 밥을 먹던 식탁, 함께 누워 핸드폰 게임을 하던 침대, 함께 앉아 서로의 미래를 그리던 소파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곳을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설레는 기분까지 든다.

<모범답안> 장작을 태우는 벽난로의 불길이 타닥거렸다. 대들보가 가로지르는 천장에 난 창을 통해 달빛이 두 사람을 비추었다.

[검토] 장면을 사진 찍어서 감상한다면 어떻게 표현될지 가정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헝거게임 1을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