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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로 Mar 20. 2023

[구성 훈련] 메이즈러너 1을 읽고

플롯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훈련

<메이즈러너 1 - 제임스 대시너>

소설을 오락거리로 생각하며 읽고 기록을 남긴다.


이 소설이 좋은가?

나는 퍼즐물이 좋다. 퍼즐 그 자체인 미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심리묘사가 재미있었다. 소설에서 묘사된 심리상태는 미로를 푸는 과정보다는 미로 속에 갇힌 아이들의 갈등을 보여주는 쪽이 더 많았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활동하는 공간이 게임의 맵이라면, 작가는 맵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가한 것 같다. 글로 묘사하기 전에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이 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온갖 요소들을 버무려놨다. 디스토피아, 인간실험, 청소년, 탈출의 요소가 있는 스토리는 늘 재밌다. 1권 마지막에는 지구종말과 좀비의 모습도 묘사되는데, 정말 온갖 인기요소들이 한 데 어우러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을과 미로 탈출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계시를 받는다는 점이다. 위기상황이 되니 잊었던 기억이 조금씩 난다는 설정으로는 긴장감이 덜했다. 주인공의 초인적인 능력보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서 탈출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면 더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


이 소설이 감동적인가?

척이 주인공을 대신해 죽은 대목 이외에는 감동적인 부분을 찾지 못했다.


인물들이 기억에 남는가?

토마스와 테리사는 평범한 인물 같다. 나는 민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민호는 러너 팀장임에도 불구하고 미로에 갇힌 첫째 날 괴수를 마주쳤을 때 맞서 싸우지 않고 도망친다. 하지만 민호는 게으름 피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민호는 다시 정찰에 앞장서고 다른 아이들의 탈출을 돕는다. 메이즈러너에서 가장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 준 인물은 민호이다.

만약 민호가 주인공인 시점으로 소설이 쓰였다면 민호의 성격이 변화하는 묘사를 보는 것이 재밌었겠지만, 그러면 탈출하는 과정이 잘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탈출의 플롯에서는 인물의 성격보다는 행동 변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습이 있기 때문에 무난한 토마스가 주인공으로 설정된 것 같다. 테리사가 주인공이었어도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 같은데, 작가가 남자라서 남자 주인공을 설정한 것 같다.


플롯은 긴밀하게 짜였는가?

메이즈러너 1권의 메인 플롯은 탈출이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갇혀 있다는 사실은 탈출 플롯을 시작하기 좋은 설정이다. 하지만 탈출 플롯에서의 도덕적 논리는 흑백논리여야 하는데, 작가는 1권에서 주인공 일행, 위키드, 지휘관 일행 중에서 어떤 세력이 선한 쪽인지 밝히지 않는다. 그 점이 명쾌하지 않아 궁금증이 남는다.

탈출에는 계획이 필요하다. 소설에서는 탈출 계획으로 공급품 통로로 이동하는 것, 괴수들을 추적하는 것, 미로에 숨겨진 규칙을 알아내는 것을 소개한다. 나는 좀 더 다양한 계획들을 시도했다는 것도 보고 싶었다. 땅을 판다던지, 벽을 올라간다던지 하는 일차원적인 모습들도 보고 싶었다. 소설은 계획이 실패했을 때의 상황을 과거시제로 묘사했는데, 주인공의 가려진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장면보다는 탈출 계획이 실패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더 볼 수 있었다면 흥미로웠을 것 같다.


지루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는가?

소설의 하이라이트일 수도 있는, 마을에 괴수들이 쳐들어온 장면이 나는 오히려 지루했다. 그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이 서로 배신하거나 궁지에 몰아넣는 스토리가 더 자극적으로 쓰였다면 긴장감 있었을 것 같다. 이 장면은 미로 창조자들이 등장인물들에게 어서 미로를 탈출하라는 마지막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집어넣은 것 같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너무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된 것에 비해 더 긴장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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