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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로 Mar 21. 2023

기억 전달자를 읽고

플롯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훈련

<기억 전달자 - 로이스 로리>

소설을 오락거리로 생각하며 읽고 기록을 남긴다.


이 소설이 좋은가?

소설이 오래전에 영화로도 제작됐던데, 영화보다 소설이 더 좋을 것 같다. 작가의 문체를 더 느껴 보고 싶었다. 경험과 감각에 대해 묘사하는 스토리이다 보니 더 생생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감정과 사건이 글을 통해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좋다.

이 소설은 감각적인 문체도 매력적이지만,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같이 언급하고 있는 점도 좋았다. 신체 장애인 문제, 신체 조건에 다른 차별 문제, 안락사 문제를 목격하고 유일하게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작가가 꺼내 놓고자 하는 대화 주제에 대해 잘 알게 됐다.

내 선택으로 인해 수많은 책임과 고통이 뒤따를 수도 있으니, 차라리 누군가 내 앞길을 정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해본 적이 있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해 봤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글로 남기고 싶다. 모든 제약사항이 제거된 환상의 유토피아에서 점차 깨닫게 되는 것들의 중요성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불확실성에서 오는 즐거움,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오는 책임감과 그 책임감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 같은 것들을 좋아한다. 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유토피아에 없는 것들에 대한 고찰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이 감동적인가?

주인공이 제거될 운명에 처한 아이를 데리고 탈출을 시도하는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그 장면에서 주인공에게 가장 마음이 갔다.

소설을 읽는 내내 주인공이 마을 사람들을 어떻게 계몽시킬지, 이 체제를 어떻게 부술지 기대했다. 하지만 작가는 기억 전달자가 마을에서 멀어지면 마을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기억이 심어진다는 설정을 이용해, 주인공이 공격적으로 뭔가를 시도하지 않고 밤 몰래 마을을 탈출해 나가는 열린 결말 쪽을 택했다. 그런 것 치고는 주인공의 집에 대한 보안이 너무 허술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12살인 주인공에게 더욱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행동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인 것 같다.


인물들이 기억에 남는가?

기억에 남을만한 인물들은 없다. 인물보다는 인물의 행동에 초점이 맞는 플롯인 것 같다.


플롯은 긴밀하게 짜였는가?

이 소설의 메인 플롯이 뭔지 잘 모르겠다. 후반부에는 주인공이 마을을 탈출하며 마무리되지만, 본인이 탈출 계획을 오래도록 세운 것도 아니었으며 그전에 탈출을 시도한 적은 없었다.

아직 공부하진 않았지만 발견의 플롯인 것 같기도 하다. 등장인물이 마을의 진실을 발견하게 되고, 변화를 추구하게 되며, 집에 오니 갓난아이가 다음날 살해당해야 하는 위기상황을 맞닥뜨리는 과정에서는 발견의 플롯 같기도 하다. 감정이 과장되게 표현되지도 않았고 멜로드라마적 정서도 없다. 이 작품이 인간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플롯에 대한 건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는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감정에 대한 소중함도 함께 다루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자극적으로 쓰였다면, 마을이 진실을 맞닥뜨려서 혼돈에 빠진 장면을 잘 묘사해 줬다면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읽었을 것 같다. 어쨌든 여러모로 추진력 있게 스토리를 읽어나가게 하는 작품이다.


지루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는가?

주인공이 기억을 전달받기 위해 가만히 누워 있어야 했다는 설정이 조금 의아했다. 더 멋진 방법으로는 어려웠던 걸까.. 하지만 누워 있는 상태가 가장 편안한 상태이니 이해한다.

안 풀린 떡밥들이 궁금하다. 이 세계관에는 다른 마을도 있는 것으로 설명되는데 다른 마을은 어떤지, 마을 위원회는 누구의 지시를 받고 규칙을 만드는지, 주인공이 살던 마을은 외부와 어떤 형태로 격리돼 있던 것인지가 궁금하다. 주인공은 전달받은 기억 속에서 봤던 크리스마스의 가정집 풍경을 보며 이야기가 끝나는데, 12살이 갓난아기를 데리고 움직여서 찾을 정도로 멀지 않은 곳에 그런 가정집이 있을 거라는 내용은 잘 설득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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