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민감한 사람일까?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예민한 사람들

by 제나로
여러 갈래 길, 대체 어디로 가야 할까? (그림출처: Davide Bonazzi)

외향성(Extraversion)
: 학문적보다 일반적으로 흔히 '사교적'으로 알려진 것으로 관심과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는 것.

내향성(Introversion)
: 주로 '내성적'으로 알려진 것으로 관심과 에너지가 내부로 향하는 것을 말한다. 편견과 달리 소심성은 관련성이 적다.

출처 - 위키백과


나는 외향적이면서 내향적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에너지를 얻는 것이 좋다. 나와 지금 대화하는 그가 최근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대상은 어떤 것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뭘 할 때 가장 행복한 지, 그의 앞날에 펼쳐진 가능성들은 어떤 모양으로 빛나고 있는지 대화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은 정말 즐겁다. 나의 세계와 그의 세계를 공유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면 정말 짜릿하다.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람과도,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사람과도 그러하다.


나는 임계점에 도달하면 쉽게 지친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때때로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고 싶기도 하다. 내게는 사교 활동을 하면 할수록 채워지는 임계점 같은 것이 있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자극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그 자극을 혼자서 조용히 처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너무 많은 수의 사람들과 대화하게 되면 쉽게 지친다.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대화의 주제는 피상적이고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진다. 대화하는 사람들의 말투, 눈빛, 표정, 태도부터 서로를 대하는 상호작용까지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만 지켜보게 된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대화하면 쉽게 지친다.

좋아하는 친구를 나의 집에 초대했을 때, 그가 내 예상보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집에 머무른다면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내가 초대한 손님인데 이제 우리 집에서 나가 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내게는 쉽지 않다. 좋아하는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친절한 친구는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애원하지만, 나는 지수함수의 그래프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피곤해진다.



나는 남들보다 먼저 피로해지기도 한다.

나는 항상 눈이 피곤하다.

나는 종종 구름이 낀 흐린 날에도 너무 눈이 부셔서 눈을 뜨기 힘들 때가 있다. 선글라스는 사계절 필수 휴대용품이다. 여러 색으로 빛나는 대형 전광판이 즐비한 지하철 플랫폼은 재빨리 지나쳐야 한다. 온통 눈이 부신 백화점에 가면 두 시간 만에 눈이 충혈돼서 급격하게 피곤해진다. 집 거실에 기본 옵션으로 달려 있는 큼직한 형광등은 무언가를 찾는 게 아닌 이상 절대로 켜지 않는다.


나는 모든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귀에 큰 소라고동을 갖다 댄 것처럼 집 안과 밖의 모든 소음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이 느껴진다. 냉장고가 작동하는 소리,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소리,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음악을 틀게 되면 더욱 골치가 아프다.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하려고 하면 음악마저도 소음으로 느껴진다. 현재 들리는 소리들이 내 머릿속 스펀지에 조금씩 스며들도록 견디면서 최대한 빨리 그 일을 끝내는 수밖에 없다. 외출할 때는 꼭 이어 플러그를 챙긴다. 청소년들끼리 재잘거리는 대화, 자동차 엔진, 지하철 바퀴가 철길에 부딪히는 마찰음, 멀리서 재채기하는 소리를 그대로 들으며 어딘가로 이동하고 나면 금세 기운이 빠진다.


나는 모든 냄새가 너무 잘 맡아진다.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화가 난다. 미각 훈련을 받지는 않았지만 음식의 냄새를 맡고 식재료를 알아맞히는 것이 어렵지 않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건물 3층에서도 창문을 열어 놓으면 1층의 하수구 냄새가 맡아진다. 일주일 넘게 청소하지 않은 집에서는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난다. 냉동실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얼음은 무조건 사서 먹는다. 내게서 입냄새가 날까 봐 무조건 휴대용 칫솔 세트를 챙겨 다닌다. 미처 양치하지 못하고 누군가와 대화해야 한다면 꼭 마스크를 쓴다. 그래서 내 가방은 항상 무겁다.



남들에게는 사소한 경험도 내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험일 때가 있다.

2년 동안 매주 수강했던 수업이 종강했을 때, 함께 수업을 듣던 여섯 명의 사람들과 다시 가볍게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울컥했다. 회사 동료와 함께 해외여행을 간 여섯째 날, 숙소의 거실 소파에 앉아서 동료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TV 프로그램을 보며 그의 입으로 연예인을 비난했던 기억은 일 년째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친한 친구들’ 끼리 주고받는 거친 농담을 따라 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 무리를 보는 날이면 ‘어떻게 저러고도 멀쩡하게 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


내게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

“그건 사소한 문제니까 다음 것부터 잘 해결합시다.”라는 상사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더는 생각하지 말라고? 이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데? 생각을 안 하는 게 가능한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다음 문제를 마주할 수가 있지? 그래서 이 문제는 언제 어떻게 누구랑 다시 다룰 건데? 잘 해결한다는 건 또 뭐지? 잘 해결하지 않는 건 뭔데? 나랑 같이 일하고 싶으면 모든 일에 우선순위를 매겨서 줘. 아니면 내가 알아서 할게.



다른 사람의 감정이 나를 방해한다.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후회한다. 내가 더 도와줄 수 있었는데 왜 그러지 않았지? 이 부분은 이야기하지 말 걸. 내 의견을 너무 많이 이야기했나 봐.


출처 없는 감정이 내 감정을 침범한다.

마트에서 판촉 업무를 하고 있는 젊은 청년의 표정 없는 얼굴이라도 보게 되면 그날 장은 더 보기 힘들다. 그의 어렸을 적 꿈은 판촉 직원이 아니었을 텐데 이 일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원래 뭘 하고 싶었을까. 혹시 영업 직무에 관심이 있어서 미리 직업 체험을 해 보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판촉 직원을 비하했나?



사실 나는 별로 알고 싶지 않다.

그냥 보이고, 들리고, 느껴질 뿐이다. 내가 작정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나의 민감함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것도 알고 있다. 나의 이러한 기질을 상대방에게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애를 쓰지만 너무 피곤할 따름이다. 배려심이 뛰어난 몇몇 친구들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가 뭔가를 신경 쓰고 있음을 알아차리지만 그들의 친절이 부담스럽다.


내 머릿속은 하루종일 너무 시끄럽다.

코로나 대유행 초기 시절에 가열하게 돌아가던 마스크 공장의 기계 엔진처럼 머릿속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하지만 나는 이 공장을 멈추고 싶지 않다. 나는 이 힘을 스스로의 발전에 이용하고 싶다.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남들보다 민감하다. 예민하다. 생각이 많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많다. 호기심이 많다.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갈등이 너무 많다. 강압적인 것은 견디기 힘들다.


보통 사람들은 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그렇다. 나는 나의 이러한 기질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민감함을 잘 조절하면 더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며 행복해질 수 있다. 돈을 벌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데에 나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도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나 같은 사람’이 민감 레이더를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