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규칙 정하기
편도로 두 시간 거리인 곳에 사는 친구가 우리 집으로 놀러 온 날이었다. 나는 친구가 우리 집을 떠나기 두 시간 전부터 이제는 친구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친구가 피곤하진 않은지 재차 물었다. 사실은 내가 피곤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쉴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친구에게 반감을 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가면 때문이었다. 친구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느라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는 더 심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논란에 내가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그 기운만으로 이미 피곤했다. 거기에 머리 위에서 빛나는 수십 개의 형광등, 오후 네시만 되면 건너편에서 반사되는 햇빛,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코 먹는 소리와 슬리퍼 끄는 소리, 옆 자리 동료가 티슈를 뽑을 때마다 날리는 먼지들이 신경 쓰이며 오감이 피곤했다. 누군가가 시간이 있냐고 묻기라도 하면 이미 할 일이 넘칠 때에도 어떤 이슈이든 해결하고 말겠다는 각오로 시간을 냈다. 내게 주어지는 모든 인풋은 내가 맡은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건을 맞닥뜨릴 때마다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나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고 가장 가깝게 지내던 동료들과도 절연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과거의 나는 안타깝게도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우선시했고,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쉽게 영향받았기 때문이다. 혹시 내가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가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치거나, 회사의 연말 평가에서 안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어쩌나 고민했다.
나만의 한계를 정하면 항상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나의 한계를 상대방에게 알려 주면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다며 오히려 만족스러워할 때도 있다. 나의 한계, 즉 나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더 잘 거절할 수 있는 시작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굳이 내가 민감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는 없다.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는 알리면 좋지만 그걸 알아주기를 기대하지 말자. 그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하는지, 잘 못하는지 알고 설명하면 스스로의 민감함을 조절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스스로의 규칙부터 확실히 정하지 않으면 나를 제대로 이끌기 힘들고, 스스로에게 충실한 삶을 살기 어렵다. 나의 규칙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자. 그리고 내 규칙 밖의 일은 거절하자. 분명히 반발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내 규칙대로 했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은 나다. 반대로 말하면, 내 규칙대로 하지 않았을 때 가장 불행한 것은 나다.
다음은 스스로의 한계를 알기 위해 스스로 질문해 보면 좋은 목록이다. 잊지 말자, 쉽게 지킬 수 있는 정도로 솔직한 목표를 정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나의 한계 알아가기]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는 언제였더라?
나는 어떨 때 에너지가 바닥났다고 느꼈지?
나는 어떨 때 불안하지?
나는 어떨 때 스스로에게 화가 나지?
나는 어떨 때 부당하다고 느끼지?
내가 바라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뭐고, 없는 것은 뭐지?
내 목표는 어떻게 쪼갤 수 있지?
내가 힘들 때 내 몸에서 어떤 신호를 보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