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서비스 기획자가 고민해 보면 좋을 것들
커뮤니티 서비스는 개발 방법이 많이 알려져 있어서, 구축할 때 참고할 자료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정보가 넘쳐날수록 내게 맞는 지식을 찾기 어렵듯이, 커뮤니티의 수많은 기능들을 나열해 놓고 어떤 것이 우리 서비스에 가장 잘 어울리는지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서비스를 기획하며 어떤 것들을 고민해 보면 좋을까요?
먼저, 우리 서비스의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이 나눠질 필요가 있을지 고민해 봅시다.
이 서비스는 트위터의 사용자들이 만들고 가입할 수 있는, 일종의 모임 서비스입니다.
커뮤니티에 가입하지 않은 사용자는 커뮤니티의 글 내용, 글을 인용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볼 수 있지만 글이나 답글을 작성할 수는 없습니다. 커뮤니티에 글이나 답글을 작성하려면 커뮤니티에 가입해야 합니다.
커뮤니티 관리자는 프리미엄 이용자여야만 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트위터에서는 새 커뮤니티를 생성할 때, 프리미엄 이용자가 아닌 사용자는 구매 페이지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이용 권한을 프리미엄 구독자와 일반 사용자로 나누고, 권한을 획득하려면 정기 결제를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결제하지 않고도 권한을 획득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미 인증된 회원만 특정 권한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블라인드는 사용자가 회사에서 사용하는 도메인의 이메일로 서비스 회원가입을 하게 했습니다. 사용자는 이메일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블라인드에 직접 입력하여 회원가입합니다. 이렇게 회사 인증이 완료된 사용자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 동료들만 읽고, 글쓰기 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 가입됩니다.
골드스푼은 사용자가 직접 회원가입을 할 수 없습니다. 사용자가 관리자에게 인증을 요청하고, 관리자가 사용자를 인증해야만 앱 이용 권한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위버스는 계정 권한별로 글쓰기 권한을 분리했습니다. 사용자가 아티스트 계정이라면(아마 매니저 계정도 포함이겠죠?) Artist 메뉴에 글을 작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 계정으로 Artist 메뉴에 진입하면 우측 하단의 플로팅 버튼이 숨김 처리되어야 팬들이 헷갈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서비스의 주요 기능은 '어떤 기업의 투자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편하게 조회하는 것'입니다. 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더브이씨의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대화하는 것보다는, 더브이씨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보는 게 더 우선인 것이지요. 그래서 더브이씨는 콘텐츠를 보호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일반 사용자의 의견이 기업을 평가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는지, 로그인한 사용자만 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기획되어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회원가입 단계부터 일반 회원, 기업 회원, 스타트업 대표 등으로 사용자의 신분을 필수 선택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글 작성자의 직업이나 신분이 드러나야 한다면 로그인한 사용자만 글을 남길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럼, 우리 서비스의 사용자가 커뮤니티를 이용할 때 권한이 필요할지 점검해 볼까요?
[ ] 커뮤니티의 글, 댓글. 누가 볼 수 있게 할까?
[ ] 아무나 볼 수 없다면 미리 보기를 제공해야 할까? 미리 보기는 얼마나 제공할까?
[ ] 커뮤니티의 글, 댓글. 누가 작성할 수 있게 할까?
[ ] 사용자가 커뮤니티 이용 권한을 직접 획득할 수 있게 할까?
[ ] 계정 권한별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다르다는 것을 사용자에게 어떻게 알려줄까?
프로필은 사용자를 드러낼 수 있는 수단입니다. 이미지, 닉네임, 성별, 직업 등으로 나타낼 수 있겠죠. 프로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를 구분할 수 있는 유니크한 요소가 있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프로필 이미지는 필요할 수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디시인사이드는 닉네임, 사용자의 통신사 IP를 프로필로 사용합니다. 이렇게 보니 닉네임도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커뮤니티는 의견을 교환하는 곳이니, 의견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다음카페 익명게시판의 댓글에는 프로필이 없습니다. 댓글을 작성한 시간 정도로만 의견을 구분할 수 있고, 20년부터는 작성자 배지가 추가되었습니다. 프로필을 꼭 노출할 필요가 있을지도 생각해 볼 법하네요.
닉네임 생성과 수정은 로그인, 회원가입 체크리스트에서 다루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 ] 프로필, 어떻게 구성할까?
[ ] 프로필 이미지, 닉네임, 레벨 또는 등급 같은 것들이 꼭 필요할까?
[ ] 특정 페이지에서는 프로필이 다르게 노출될 필요가 있을까?
[ ] 닉네임, 어떻게 노출할까?
[ ] 실명
[ ] 우리 서비스에서 부여한, 또는 사용자가 직접 설정한 닉네임 전부
[ ] 우리 서비스에서 부여한, 또는 사용자가 직접 설정한 닉네임 일부
[ ] 익명 또는 전혀 노출하지 않는다.
커뮤니티의 본질은 의견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글과 댓글이 있으면 커뮤니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글과 댓글은 커뮤니티의 전부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글과 댓글 정책을 기획할 때, 고민해야 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먼저, 피드입니다. 글 목록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네요. 글 목록을 어떻게 보여줄까요?
당근의 동네생활 탭입니다. 첫 화면에는 모임에 작성된 전체 글 중에서 4개를 보여주고 있어요. 앱을 종료하고 재진입할 때마다 글 목록은 다시 구성됩니다. 네 개의 글 구좌를 뚫어 놓고, 사용자가 관심 있어할 만한 글 ID를 꽂아 넣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면 특정 영역에 관리자가 원하는 게시글을 꽂아 넣을 수 있습니다. 큐레이션이 가능한 점이 운영상의 가장 큰 장점이네요.
모임명 또는 글 카테고리가 글 컴포넌트의 상단에 위치해, 사용자는 글이 어떤 주제일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리 보기는 글 한 줄, 대표 사진 한 장을 제공합니다. 댓글은 미리 보기를 제공하지 않네요. 좋아요와 댓글 수를 확인할 수 있고, 작성한 지 1시간이 경과한 글은 조회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당근은 글 목록 컴포넌트에서 꽤 많은 정보를 미리 보여줍니다. 그건 모든 글을 꼼꼼히 읽을 필요가 없는 가벼운 콘텐츠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글 목록에서 쓰윽 미리 보고, 관심 없을 것 같은 글은 넘기는 거죠.
숨고이야기에서는 왜 썸네일 위주의 뷰를 보여줄까요? 숨고이야기는 운영자만 업로드할 수 있는 메뉴라서 관리가 쉽고, 콘텐츠에 통일감이 있죠. 이 메뉴의 가장 큰 특징은 전체적으로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글마다 주인공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모든 글에 사진이 있고, 사진으로 글을 구분하기 쉽고, 사진 위주의 글일 때는 앨범 형태의 뷰를 사용합니다.
아하에서는 글 목록에서 왜 본문을 보여주지 않을까요? 그건 사용자에게 정보 습득이 중요한 커뮤니티이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있는 사용자는 자기 목적에 맞는 지점에 빨리 도달하고 싶어 하고,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에너지를 최대한 덜 소모하고 싶어 하죠. 아하는 글 제목을 강조해, 사용자가 원하는 글을 빨리 찾도록 돕습니다. 내게 중요한 정보인데, 현직 전문가가 정성껏 쓴 글을 굳이 몇 줄 보고 말 필요는 없겠죠.
커뮤니티의 성격에 따라 글 목록 컴포넌트를 다르게 구성하는 것을 살펴봤습니다. 단순 친목, 홍보, 전문 지식 제공 등, 커뮤니티와 그 사용자에게 맞는 글 목록을 기획해야겠습니다.
글 목록을 기획할 때 고민할 부분에 대해 점검해 볼까요?
[ ] 글 목록에는 어떤 글을 어떤 순서로 보여줄까?
[ ] 전체 글을 인기순으로 보여준다.
[ ] 전체 글을 최신순으로 보여준다.
[ ] 사용자가 관심 있어할 만한 글만 보여준다.
[ ] 운영자가 원하는 글도 함께 보여준다. (또는 운영자가 원하는 글만 보여준다.)
[ ] 한 화면에 몇 개의 글을 보여줄까?
[ ] 글 내용, 댓글 내용, 사진 미리 보기를 제공할까?
[ ] 글 작성 시간은 어떻게 표기할까?
[ ] 상대 시간으로 표기한다면 어떻게 정의할까? (아래 참고자료 참조)
[ ] 절대 시간으로 표기한다면 어떻게 정의할까?
[ ] OS 설정을 따른다.
[ ] 서버 표준시를 따른다.
글은 사람을 모으고, 댓글은 사람을 머무르게 합니다. 사용자가 최대한 많은 글을 작성하게 하거나, 양질의 글을 작성하게 하는 것이 커뮤니티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글만으로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없습니다. 댓글을 보기 위해 글을 읽는 재미도 있지요. 글과 댓글 작성, 수정, 보기 기능을 기획할 때 어떤 것을 고민해 보면 좋을까요?
뽈레는 하단 메뉴바의 중앙 부분에 글쓰기 버튼을 두어, 글쓰기가 중요한 과업임을 보여줍니다. 글을 쓰러 들어가면 '당신의 경험을 들려주세요!'라는 플레이스홀더를 통해 어떤 글을 쓰면 좋을지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서비스 사용 경험이 적거나 글쓰기가 막막한 사용자를 돕는다면 1) 어떤 장소 또는 아이템에 대한 글을 쓸 것인지를 안내하거나 2) 구체적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안내하면 좋겠습니다. '음식의 맛은 어땠나요?', '매장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같은 플레이스홀더를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습니다.
좋은 점은, 글쓰기 영역에서 사진을 바로 추가할 수 있도록 개발된 부분입니다. 미식 커뮤니티에서는 사진이 중요한 정보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이 서비스에서 글을 쓸 때는 다국어 텍스트, 이모지 입력과 사진 첨부가 가능합니다. 첨부 사진에는 없지만 댓글에서는 텍스트와 이모지 입력만 가능한데요, 사진을 글 목록으로 모으는 기획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리멤버는 글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조회수와 좋아요 수로 보여주는 정책을 채택했습니다. 많이 신고되거나 비추천이 많이 달리는 글, 즉 인기 없을 글은 글 목록 알고리즘에 의해 도태될 것입니다. 정말 공감되거나 찬반 의견이 팽팽한 글은 불판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몰리게 될 것입니다.
리멤버 커뮤니티의 글 상세페이지에서는 베스트 댓글 또는 답글을 총 세 개 보여준 뒤, 전체 댓글을 등록순으로 노출합니다. 베스트 댓글은 답글을 숨김 처리했고, 답글 영역을 선택하면 1 depth 더 들어가 해당 댓글과 답글만으로 구성된 화면을 보여줍니다. 전체 댓글은 모든 답글을 노출합니다. 댓글에도 좋아요를 누를 수 있습니다. 다른 사용자의 공감을 많이 얻어야 흥하는 커뮤니티라면 적합한 결정이겠죠. 글과 댓글의 기능은 커뮤니티의 성격에 따라 정합니다.
글에는 좋아요, 공유하기, 신고하기, 북마크하기 등의 수많은 부가기능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게 우리 서비스에 꼭 필요한 기능일지는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기능을 다 넣어놓고 안 쓰는 걸 빼는 것보다는, 최소한으로 넣어놓고 필요한 걸 추가하는 쪽이 좋다고 믿습니다.
글과 댓글 기능을 기획할 때 고민할 부분에 대해 점검해 볼까요?
[ ] 최대 몇 글자까지 입력할 수 있게 할까?
[ ] 텍스트, 이모지, 다국어, 스티커 이모티콘을 모두 입력할 수 있게 할까?
[ ] 사진, 동영상, 음성 메시지를 첨부할 수 있게 할까?
[ ] 사용자가 글을 작성하다가 취소하려고 할 때, 임시 저장과 불러오기 기능을 제공할까?
[ ] 수정할 수 있게 할까?
[ ] 수정할 수 있다면 횟수, 권한, 발행 24시간 이내 등의 제한을 둬야 할까?
[ ] 글을 수정하면 작성일이나 노출 순서를 변경해야 할까?
[ ] 삭제된 댓글이나 신고된 댓글은 일반 댓글과 구분해서 노출해야 할까?
[ ] 작성된 댓글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노출할까?
[ ] 댓글은 어떤 방식으로 정렬할까? 사용자가 정렬 옵션을 변경할 수 있게 할까?
[ ] 댓글 미리 보기를 제공한다면 몇 개의 댓글을 노출할까?
[ ] 댓글 개수에 답글의 개수도 포함해야 할까?
[ ] 답글에 답글을 달 수 있게 할까?
[ ] 비속어, 금칙어 관리는 어떻게 할까?
커뮤니티 가입이 있다면 탈퇴도 기획해야 합니다. 아무나 들어오고 나가는 공간이면 상관없지만, 우리는 관리되고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니까요!
기존 사용자가 탈퇴한 사용자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합시다. 탈퇴 약관 같은 것들은 너무 머리 아프니 잠시 내려놓고, 기능적으로 고민할 부분에 대해 점검해 볼까요?
[ ] 탈퇴한 사용자의 기존 활동 내역은 유지해야 할까?
[ ] 탈퇴한 사용자가 커뮤니티에 재가입할 수 있게 할까?
[ ] 탈퇴한 사용자가 재가입하면 이전 활동 내역을 연동할까?
[ ] 글, 댓글 영역에서 탈퇴한 사용자의 프로필은 어떻게 노출할까?
[ ] 탈퇴한 사용자가 사용 중이던 닉네임의 점유는 사라지게 할까?
커뮤니티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는 기획자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주제를 던져봤습니다.
아시겠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선과 차선은 있습니다. 기준은 우리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그것도 애매하다면, 사용자가 사용하기에 가장 편한 것이 기준입니다.
경험상, 커뮤니티 서비스 기획 담당자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사람이 좋아서, 사람이 모이는 게 좋고, 사람을 모으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는 다 비슷합니다. 내가 좋은 건 남들도 좋아하고, 내가 별로인 건 남들도 싫어합니다. 그래서 우리 기획자들이 느끼기에 좋은 거라면, 사람들도 분명 좋아해 줄 겁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재밌으려면 어떤 것들을 준비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는 거, 정말 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