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나로 Nov 23. 2023

직장 밖 어른

전업 프리랜서 사례 보고서

자유롭게 살래 (출처: Jody K)


학교 밖 청소년

 나도 그랬고, 보통의 청소년들은 초, 중, 고등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을 밟는다.

그러기 전에 퇴학, 자퇴, 유예, 미취학, 미진학을 한 만 9~24세의 청소년들을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인구는 자료에 따라 다르지만 10~15% 수준이라고 한다. 연예인으로 알려진 사례 외에는 접해 본 적이 없어서 내 생각보다는 높은 비율이다. 그래도 그들이 잘 살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별로 알려져 있는 것 같지 않다.

 나는 직간접적으로 도와주고 있지 않아서 쓸데없이 간섭하는 모양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지만 그들의 삶이 궁금하다.



직장 밖 어른

 사람 구실을 하려면 직장을 다녀 봐야 한다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듣고 있다.

직장 밖 어른들은 전체 어른 인구의 몇 퍼센트 정도 될까?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잘 곳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반려자가 돈을 벌어오는 가정주부를 제외하고, 무직인 상태이지만 다시 회사에 돌아갈 예정이거나 가게를 준비 중인 사람을 제외하고, 이렇게 예외 사항을 다 적지는 못하겠지만,

스스로를 스스로가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일터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나 같은 사람 또 있나

 나 또한 직장 밖 어른이기에 나 같은 사람이 더 있을지 궁금했다.

 인터넷에 ‘프리터족’, ‘일은 하고 싶은데 직장은 안 다니는 사람’ 등으로 검색해 봐도 원하는 결과는 없었다. 그나마 ‘전업 프리랜서’라고 검색하면 몇 년 전에 올라온 자기 자랑글 정도는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검색 결과는 ‘밖은 추우니 안에서 돈벌이 수단을 마련하고 나오든가 말든가 하세요’ 또는 ‘일단 오십만 원 내시면 직장 밖에서 돈 벌게 해 드립니다’ 따위였다.

 직장 밖 어른, 내 주변에는 몇 명 있는데 인터넷에는 없는 걸 보면 그리 자랑스러운 타이틀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아는 내 주변의 직장 밖 어른들은 이런 모습이다.   


대학생 때 스타트업을 차렸다가 사 년 만에 다른 이에게 인수하고 지금은 주식 투자만으로 천만 원에서부터 돈을 불려 가고 있는 20대 후반의 여성

웹 개발자로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동생의 의류 사업을 도와주다가 지금은 스마트스토어로 생활용품을 유통 판매하기 시작한 20대 후반의 여성

초등학교에서 케이팝 댄스를, 댄스학원에서 코레오그래피와 베이직 수업을 가르치며, 가끔 개인 과외를 여는 30대 초반의 여성

여름에는 워터파크 라이프가드, 겨울에는 스키장 강사, 나머지 계절에는 배달업을 하거나 영상 편집 외주 작업을 하는 30대 초반의 남성

화학 전공이지만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외국인 애인이 한국에서 벌인 문구 사업이 대성공해 회사를 그만두고 그녀의 일을 도우며 가끔 누드모델을 하는 30대 초반의 남성

평생 미술 학원에 다녀본 적도 없고 회사에서 일해본 적도 없지만 독특한 그림체와 뛰어난 그림 실력으로 수강생을 모집해서 과외와 외주 작업으로 돈을 버는 30대 초반의 여성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유명 유통회사까지 정규직 자리를 꿰찼지만 정작 가장 오래 다닌 회사는 8개월으로, 스마트스토어와 아이디어스에 자체제작 상품을 파는 30대 초반의 여성

낮에는 헬스장에서 다이어트 트레이너로 일하고, 저녁에는 수영 강사로 일하는 30대 중반의 기혼 남성, 아이만 셋.


 일을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는 금수저는 알지도 못한다. 잘못 알고 있을 수는 있어도 지어낸 사례는 단 한 가지도 없다. 내가 다양한 연령대와 어울리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 뿐, 직장 밖 어른들은 꽤나 많을 것이다.


공통점

 다들 일을 하고 있지만 한 군데에서만 일하는 것도 아니며, 원한다면 자신이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몇몇은 자기 분야에서 꽤 괜찮은 실력의 기술자이지만 대부분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시 말하지만, 내 나이 또래의 사례 위주로 알 뿐이다.)

 지인들의 수입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두 알지 못하나 어떻게든 남에게 손 안 벌리고 알아서 먹고 산다.

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될 때가 있어서 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돼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다.


 해야만 하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궁금하다.




작가의 이전글 스포츠 경기를 보지 않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