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보조 지원을 적용한 접근성 개선
공공 프로젝트에 기획자로 참여하며, 장애가 있는 사용자도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운동 장애, 인지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개발 중인 제품을 가지고, 장애가 있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테스트(FGT) 를 진행했습니다. 장애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고, 출시 전에 보완할 수 있는 기능들을 최대한 보완하고 싶었어요. 테스트는 영등포에 위치한 어느 접근성 테스트랩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일상에서 전맹(빛을 자각하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 시각 장애인 등급표에서 1급에 해당한다.)인 사람과 대화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전맹인 사용자를 만날 예정이라고 하니, 혹시나 대화하는 데에 서로의 오디오가 겹치진 않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완전히 끝까지 듣고 난 후, 내 생각을 최대한 정리해서 간결하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굳이 시각장애인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말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더군요.
제가 만난 시각 장애인들은 '한소네' 라는 디바이스를 보여줬습니다. 저는 한소네를 점자정보단말기, 점자 키보드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시각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키보드인 셈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평소에 제가 사용하지 않던 키보드와 마우스를 건네주며, 눈을 감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해 보라고 지시한다면.. 시각 장애인들의 어려움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각 장애 사용자가 한소네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보며 제가 배운 점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정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 정보 제공자는 정보를 여러 방법으로 전달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기획자인 저는 소프트웨어의 정보 전달 방식에 대해 종종 고민하는데요. 소프트웨어는 오감 중에서 시각, 청각이 주요하게 사용됩니다. 저시력자와 전맹인 시각 장애 사용자를 위해서는 화면의 중요한 정보를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전달해야 했습니다. 소프트웨어에서 시각 정보를 청각 정보로 대체해서 제공하고,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은 하드웨어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기획한 서비스에 대해 시각 장애인에게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는, 서비스에 시각 장애 접근성 지원이 이미 어느 정도는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떤 서비스의 기획을 시작할 때 레퍼런스부터 조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내가 기획해서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할 사용자들은 기존에 어떤 제품들을 사용할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습관입니다. 시각 장애 사용자들이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은 스크린리더 라는 프로그램으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스크린리더는 화면상의 텍스트 정보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도구입니다.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스크린리더 로는 센스리더 와 NVDA(NonVisual Desktop Access) 가 있었습니다. 센스리더와 NVDA 는 윈도우OS 에서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맥OS 에서는 보이스오버(VoiceOver) 라는 OS 자체 스크린리더를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맥 사용자 분들은 Command+F5 단축키를 눌러보시면, 보이스오버를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음량을 키워서 안내말을 들어보면, Space 키를 눌러서 도움말을 더 들어볼 수 있는 것도 알게 되실 거에요.
시각 장애인은 전맹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각 장애인들을 만나며, 제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각 장애에는 종류가 아주 많았습니다. 시력, 시야, 광각, 색각, 안구운동과 같이 눈의 여러 기능들 단위로 쪼개어서 생각해 볼 수 있겠더라고요.
시각 장애인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시각 장애인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불편함을 겪는 지점이 어디일까?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고민 끝에, 시각 장애 보조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런 대상을 생각해 봤습니다.
완전히 보이지 않는 사람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
색상을 구분할 수 없는 사람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려운 사람
위 대상에게 필요한 솔루션은 아래와 같이 생각해 봤습니다.
완전히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 화면의 중요한 정보를 듣게 하기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에게 → 시각 정보를 패턴화하기
색상을 구분할 수 없는 사람에게 → 색상에 명도 대비를 적용하기
작은 글씨를 읽기 어려운 사람에게 → 글자 크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제공하기
장애 보조 지원이 필요한 모두에게 → 서비스 이용 시간 제한을 완화하기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사람에게, 그 불편의 크기를 최소화해서 제공하자'.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이후 글에 작성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