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올해는 참 이상한 해다.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이상한 해여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에게 참 이상한 해였다.
일단 연초부터 일이 수도 없이 몰아닥쳤다. 수도 없이 몰아치는 일 중에 내가 내 이성적으로 처리한 일은 몇 개일까. 일이 밀어닥치는 와중에 내 이성을 몇 번이나 잃어야 했던가.
더불어 오랫동안 보던 누군가와 더이상 연락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오늘은 이십 몇 년간 다니던 단골집이 갑자기 폐업한 사실까지 깨달았다.
오랫동안 정붙이던 또는 오랫동안 깔끔하던 무언가가 다 흩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아직 붙들고 있는가. 내가 무엇을 아직 발붙일 수 있는가. 도저히 모르겠다.
조증과 울증을 오가는 내게 울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할까.
언제쯤 내가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영영 못 돌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번뜩 스친다.
종료된 인연들에게는 이제 작별을...
새로이 시작될 무언가를 절실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