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와 제네릭
이 약은 우리 약국에서 쓰지 않는 약이에요. 대체 조제는 가능한데 동일한 성분의 다른 약으로 드려도 될까요?
왜 병원 바로 앞에 있는 약국이 아닌 다른 약국을 가면 꼭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요? 그리고 왜 내 처방전에 적혀 있는 이름과 다른 약을 주는 걸까요?
일단 이걸 이해하려면 제네릭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제네릭, 카피약 많이 들어본 말이죠. 제네릭 의약품은 그 카피약이라는 아명 때문에 짝퉁약정도로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죠. 하지만 제네릭이 있으므로 우리는 저렴한 금액에 약을 먹을 수 있습니다. 덮어놓고 싫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의약품은 개발에 굉장히 큰 비용이 듭니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데 13억 달러 정도가 든다고 합니다. (2010년 daramonitor자료 기준) 1달러에 1,000원으로 환산해도 1조 3,000억입니다. 그래서 새로 개발된 신약은 당연하게도 특허권을 줍니다. 보통 15-20년 정도 받아요. 특허 기간이 끝나면 해당 성분의 약을 모든 회사가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제네릭 의약품이 나올 수 있는거죠. 약은 주성분의 화학 구조를 공개하기 때문에 특허만 끝나면 다른 회사에서 동일한 성분의 약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죠.
1. 그럼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은 같은 약일까요 다른 약일까요?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은 주성분이 동일 합니다. 약의 효과를 내는 목적 성분은 동일하죠. 하지만 약은 주성분만으로 만드는 건 아닙니다. 알약의 형태를 만들어야 하기때문에 부형제 (주로 전분을 사용합니다.)가 필요하구요, 코팅을 하는 경우도 있고, 캡슐제라면 캡슐도 만들어야 하죠. 주성분은 동일 하지만 약의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그럼 오리지널 의약품 대신에 제네릭 의약품을 먹어도 효과가 동일할까요?
앞서 언급한 약의 형태로 만드는 과정은 주성분을 효율적으로 몸속의 필요한곳에 약을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성분이 동일하더라도 몸속에 전달되는 과정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각국 식약처는 기준을 만듭니다. 주성분의 구조와 함량이 동일하고 (물리 화학적 동등성), 실제로 사람이 먹었을 때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양이 몸속에 흡수되는 것 까지 확인을 한 이후에 동일한 약이라고 인정을 해 줍니다. 이것을 [생물학적 동등성]이라고 합니다.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을 실제 건강한 사람에게 복용하도록 한 후,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양이 몸속으로 흡수되는지 임상시험까지 거친 후에서야 동일한 약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죠.
물리화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도 동등성을 인정받으면 드디어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은 동등한 약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이렇게 동등한 약으로 인정을 받은 약들 사이에서만 대체 조제가 가능합니다.
대체 조제 가능한 약은 동일한 효능을 나타낸다는 식약처의 인정이 있는 약물입니다. 동일한 약이라고 생각하셔도 무관합니다.
(아주 일부의 약의 경우는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받았음에도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추후 따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2. 자 그럼 이제 왜 내가 간 약국에 내가 처방받은 약이 없는지를 살펴볼까요?
자주 사용되는 진통 소염제 중 Loxoprofen이라는 성분이 있습니다. 감기약에도 많이 쓰이는 성분이죠. 그럼 Loxoprofen 60mg 정제는 국내에 몇가지나 있는지살펴볼까요?
동일한 성분의, 동일한 효과를 인정받은 약이 95가지입니다. 한군데 약국에서 모두 구비 할 수 없는 양이죠. 예를 들어 77번 [오노펜정]을 처방 받았는데 병원 앞에 있는 말고 다른 약국을 갔다고 합시다. 그 약국에서는 48번 [록스파인정]과 50번 [록스펜정]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근처의 병원에서 주로 처방이 나오는 약이겠죠.) 그런 경우라면 "처방전의 의약품은 저희 약국에 없습니다. 동일한 성분의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 해 드릴수 있습니다. 대체조제 해 드릴까요?" 라고 물어보게 되는것이죠.
실제 대체 조제과정은 이러합니다. 환자분이 주신 원본 처방전을 입력합니다. 해당 성분에 대해서 대체 조제 가능한 의약품 목록에서 해당 약국에 보유하고 있는 약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처방전 발행기관에 전화로 대체 조제 사실을 전달하거나, 팩스를 통해 대체조제 사실을 전달합니다.
간혹 약국에서 아예 그 약이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경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처방전을 들고 이비인후과 앞에 있는 약국에 갔다고 생각해 봅시다. 신경정신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약물과 이비인후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약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하겠죠. 이런 경우에는 대체조제 가능한 약도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처방전의 이 약국은 저희 약국에 없습니다. 대체조체 가능한 약도 없네요. 죄송하지만 이 약은 처방 받으신 병원 앞 약국에서 받으셔야 할것 같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오게 되죠.
소수의 약을 제외하면 오리지널과 제네릭 의약품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사정이 있어서 다른 약국을 가셨다면 걱정 하지마시고 편하게 처방 조제 받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