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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준 Dec 31. 2018

2018년 마지막 날에

2018년 12월 31일의 글

 12월 31일은 별다를 것 없는 하루 중 하나지만, '올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난 1년을 되뇌고 싶어진다. '엄청난 일이야!'라고 할만한 사건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기억에 남을 만한 한 해는 아니었어'라고 말하기엔 나름 특별했던 2018년. 개인사도 꽤 다이내믹했으나 그래도 올해 가장 집중했던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이었다. 이를 곱씹으며 내가 배운 것들, 꼭 일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며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한토막 기록으로 남겨본다.


하나, 다른 이의 말과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임을 배웠다.

 올해 남긴 가장 큰 자산은 내 옆에 있는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지점을 탐색한 것이다. 내가 만난 모든 이들은 각기 다른 소망과, 정말 다른 비전,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음을 절감했다.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은 지키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애썼다. 시행착오도 참 많았고.

 

 그 교집합을 찾기 위한 어려움과 희열도 잊을 수 없지만, 조금 더 기억에 새기고 싶은 것은 '다른 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나의 입장과 나의 문법, 그리고 나의 가치관대로 다른 이의 이야기를 편집하는 것이 큰 자만임을 느꼈다. 다른 이의 말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일을 만들어가기 위한 시작점'이라 믿고 있다. 정말 확신한다, 이제는.

 

둘,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지를 배웠다.

 1년이 넘게 기르고 있는 아몬드 페페는 줄기가 길게 뻗는 화초다. 이 아이의 이름은 '꾸미'. 물과 햇빛만으로 잘 자라지만, 꾸미가 올곧게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은 긴 줄기를 받쳐줄 수 있는 화초 지지대 덕분이다. 지지대가 없을 때는 줄기가 꺾이고 자라는 방향이 엇나가기도 한다. 그래도 지금은 여러 줄기가 함께 자란다. 2018년은 바로 이런 화초 지지대가 '함께 일하는 이들'임을 깨닫고, '좋은 동료'를 갈망했던 한 해였다.

 

 일에 대한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야말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임을 새삼 느꼈다. 그러면서도 함께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사람,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사람,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대하는 사람들과 일하기를 소망한다. 나 역시 나의 동료에게 그런 사람으로 존재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일은 혼자 이뤄낼 수 없고, 언제나 함께 이루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이겨내는 힘을 기르고 싶다. '정해진 답을 보여줘'가 아닌, '함께 답을 찾아보자'라고 말해주는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과정이 지난하고 더딜지라도, 세밀하고 치열하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셋,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녹여내고 나만의 자산을 쌓아가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내가 생각했던 대로, 기대하던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언뜻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그것을 실천하고 그 결과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래도 이것을 해내야만 지치지 않고 꾸준할 수 있음을 절감했던 한 해였다. 



  언젠가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기억의 왜곡이 있을까 염려되어 첨언하자면, 이런 배움들은 결핍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 2018년 한 해 동안 많은 이들과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었고, 큰 온기를 느낀 것도 사실이다. 다만 내 안의 결핍과 갈망을 마주한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능성'을 선사하고, 이는 언제나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니 아쉬움도 많았지만 영감을 주는 일도 많았던, 그런 1년이라고 적어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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