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레스토랑이지만
밤에는 클럽으로 변하는 곳

뭣도 모르고 런던 클럽에 입성한 이야기

by 이상준

런던 시내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 놈의 숙소는 역에서 왜 이렇게 먼 지, 내일부터는 버스를 타겠노라 다짐하며 냉장고를 열어 맥주 한 캔을 깠다. 이윽고 같은 숙소에 묵고 있던 대학생 세 명이 부엌으로 들어왔다.


"호스트가 그러는데, 숙소 옆에 있는 가게가 클럽이래요! 조금 있다 가보지 않을래요? 우리들끼리 가긴 좀 무섭기도 하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숙소 옆이라면 세상 얌전하고 조용한 레스토랑을 말하는 건가. 그게 무슨 클럽이야. 그런 시답지 않은 대화만 하다가, 직접 가보자며 길을 나섰다.


세상에, 이 많은 사람들은 뭔가. 수많은 사람들이 가게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입구에는 덩치 좋은 가드들이 지키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안을 살펴보니 세상 핫한 분위기. 사람들은 발 디딜 틈 없는 가게 안에서 맥주 한잔씩 들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이거슨 안 들어 갈래야 안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나 설렘도 잠시. 가드는 '나만' 제지했다. 같이 갔던 애들은 지들끼리 신나서 이미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아니 무섭다매. 곧이어 밀려오는 서러움. 서른세 살이 되면 이렇게 까이는 건가.


알고 보니 나이를 확인해야 해서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이야기였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여권을 가지고 가게로 돌아왔다. 무사히 통과. 런던에 온 이래 가장 안도했던 순간.




가게에 들어서고 일행과 합류했다. 흑맥주 한잔을 시켰고, 맛을 음미하면서 가게 안을 살폈다. 한 할아버지가 양동이와 그렌펠 타워 참사의 후원을 위해 5유로씩만 달라는 팻말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주섬주섬 5유로를 꺼내 양동이 안에 넣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손가락으로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2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였다. 카운트 같은 곳에서 한 직원이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손목에 스탬프를 찍어 주었다. 아, 저곳인가. 손목에 스탬프를 받고 2층으로 향했다.


2층은 신세계였다. 초록색 레이저와 장발의 DJ, 무대와 광란의 춤사위 무엇. 쭈뼛거림도 잠시, 다프트 펑크 노래가 중간중간 나와서 좋았고, 알 수 없는 록 음악도 좋았다. 안경 낀 백인 남성은 '사우스 코리아, 노스 코리아 겟 투게더'를 외쳤고, 레즈비언 커플은 끝나고 놀러 오라며 문자로 주소를 찍어줬다.


술에 취한 일행 하나가 장발 DJ에게 귓속말하는 건 정말 부끄러웠다. 나중에 들어보니 크라잉넛 노래 좀 틀어달라고 했다고. 염병 그 사람이 크라잉넛을 어떻게 알아.


새벽 4시가 되었고, 우리는 가게를 나왔다. 다들 체력이 바닥난 듯했다. 길가에 앉았고, 도란도란 사는 이야기를 했다. 연애 이야기, 취직 이야기, 가족 이야기. 한참 동생인 일행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 무게는 결코 귀엽지 않았지만. 그렇게 런던에서의 3일째 밤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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