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만난 빅뱅의 선율

넉살 좋은 그린칭 호이리게의 악사들

by 이상준

2008년 여름,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이틀째 아침을 맞았다. 숙소의 호스트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근교인 그린칭(Grinzing)에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곳에서 호이리게(Heuriger), 그러니까 그 해 만들어진 와인과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그게 그렇게 끝내준다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녁이 되었고, 그린칭으로 향했다. 호스트가 추천한 가게에 들어갔고, 자리에 앉았다. 눈길을 끈 것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연주를 하던 세명의 악사들이었다.


그들은 이윽고 내가 앉아 있던 테이블로 왔다. 곧이어 들린 익숙한 음악. 그들은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었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자 그들은 신이라도 난 듯 연주를 이어갔다. 그다음 곡은 노사연의 '만남'.


곡이 끝났고, 박수와 함께 팁을 드렸다. 잘 들었다고, 내가 한국인인 건 어떻게 알았냐고, 나는 학생인데 예전 노래만 들었다고, 혹시 최신 노래는 불가능하냐고 물었다. 악사들의 리더로 보이는 분이 고개를 끄덕였고, 바이올린을 고쳐 잡았다. 비장한 표정과 함께.


그리고 터져 나온 빅뱅의 '마지막 인사'. 바이올린, 아코디언, 건반이 만들어내는 흥겨운 리듬 무엇.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바닥(?)도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지 않으면 밥 먹고 살기 힘들다고. 즐거움으로 시작해 약간의 숙연함으로 마무리된 그린칭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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