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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준 Dec 31. 2020

2020년 마지막 날에

2020년 12월 31일의 글

 나름대로 한 해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어제였다. 몇 자 적다가 관둔 지 24시간 만에 다시 글을 이어간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좀 미적대고 싶기도 했고, 내게 너무나도 큰 배움을 안겨준 2020년을 짧은 지면에 담아낸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 그래도 1년의 마지막 날에만 느낄 수 있는 벅차오름과 허전함 가운데 기록을 남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내일은 똑같은 글은 안 써질 것 같으니.


 2020년은 '환상적'인 해였다. 이 모호하고도 화려한 형용사 하나가 나의 1년을 머금고 있다. 이유는 꽤 간단하다. 오랜 시간 동안 부단히 준비했던 두 가지 일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단연 출간이다. 2019년 말에 제의를 받았다. 3월에 탈고를 했다. 본디 여름에 세상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로 10월에야 빛을 봤다. 여러 저자분들과 함께 책을 낸 적은 두 차례 있었지만 '나만의 책'을 쓴다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 출간 작가가 된다는 것은 내가 써 내려간 모든 글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의 글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준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없겠지.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무책임한 글을 담아낸다면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나를 짓눌렀고, 스스로에게 떳떳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고 오늘을 되돌아봤을 때도 민망하지 않은 책이 빚어진 것 같아 다행이다. 진짜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성적도 나름 좋은 편이라고 들었고. 이 결과물은 나만의 콘텐츠로 남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성긴 글을 좋게 봐주신 분들, 그리고 추천사를 써주신 분들 덕분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작년 가을부터 리딩 하던 프로젝트가 런칭한 것은 올해의 또 다른 결실이자 2021년을 수놓을 과제다. '나의 성장 메이커, 그로우'라는 이름의 앱 서비스는 올해 8월에 세상에 나왔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우리는 이 앱이 개인의 목표관리나 습관 만들기를 돕는 생산성 도구에 그치면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그로우가 성장을 욕망하는 사람들이 모인 버티컬 플랫폼이자 커뮤니티 서비스까지 확장되길 바랬다.


 하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했다고 해서 그걸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하지만 프로젝트 멤버들의 (진심...)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성공적으로 첫발을 디뎠다. 그로우는 이번 주를 기점으로 누적 다운로드는 5만, 일일 방문자 3,500명, 월간 방문자 20,000명을 넘어섰다. 최종 목표까지는 한참 멀었고, 이 수치들은 떨어졌다 올랐다를 반복할 것이며, 기획했던 기능이 모두 갖춰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올해 마지막 날에 되돌아보니 꽤나 부지런히 달려왔다 싶다. 부서 간의 이해관계나 R&R을 떠나 최고의 결과물을 창출하기 위해 지난하게 논의하고, 싸우고, 최적의 길을 찾았던 시간들은 나에게 큰 배움으로 남을 것이다. 이 모든 경험을 곱씹으며 내년에는 더 힘차게, 더 잘 달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곧 2021년을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나름의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동안 매년 같은 문장을 가슴에 품었는데, 내년은 '그로우'에게도, '내 커리어'에게도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으니 좀 달라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이번에는 나에게 언제나 영감을 주는 NBA에게 빚을 졌다. 새해에는 고르고 고른 이 세 가지 문장을 뇌리에 새기며 달려봐야겠다.



하나.

한 달을 잘할 수 있고, 1년을 잘할 수도 있고, 3년을 잘할 수도 있어. 하지만 10년 내내 잘할 수 있을까? 그게 바로 위대함이야.


두울.

이건 1:1 대결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무언가를 하고자 하면 그 결과가 한 선수를 통해 나타나는 거예요.


세엣.

코치로서 우리가 할 일은 선수의 한계를 미리 그어두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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