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1일의 글
"뭔가 깜박한 것 같은데"
이 생각이 일주일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해야 할 일을 까맣게 잊은 듯한 찝찝한 마음. 찜찜한 느낌과 연말에 스며든 허전함이 버무려졌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은 건 오늘 아침, 숙취 때문에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키자 지난 4년간 한해의 마지막 날 끼적였던 기록들을 떠올렸다.
"귀찮다"
솔직히 말하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귀찮음'이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연말. 그럼에도 커피 한잔과 함께 기억이라는 씨실과 단어라는 날실로 문장을 엮어본다. 오늘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일은 의미가 없고, 한해의 마지막 정도는 오롯이 남기고 싶으니.
애써 되돌아보면, 2021년을 표현하는 단 하나의 형용사는 '애매한'이다. 이 모호하고도 가늠할 수 없는 단어가 나의 1년을 머금고 있다. 정답이 없는 길을 그리도 바삐 달렸으니. 그 끝에 남아있는 것은 턱밑까지 차오른 숨, 그리고 확신과 불안함이 뒤섞인 어중간함. 아마도 현재를 즐길 수 없을 만큼 지쳐있기 때문이 아닐지.
사실 좋은 일이 더 많았던 1년이다. 작년에 출간한 책 덕분에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여럿 있었고, 매체 인터뷰도 참여했다. 나만의 콘텐츠를 빚어낸 것을 넘어, 이를 매개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경험은 매우 큰 보람을 주었다. 내가 끼적거린 모든 글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은 여전하다. 그래도 충분히 감수할만한, 내년에도 계속되기를 바랄 만큼의 기쁨이 있다.
작년에 런칭한 '모두의 성장관리 앱, 그로우'는 연초를 기점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연말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한 제16회 대한민국 인터넷대상에서 ICT대연합회장상을 수상했고. 런칭 1년 만에 그간 당근마켓, 오늘의 집, 마켓컬리, 메가존 클라우드, 뤼이드와 같은 혁신 서비스들이 이름을 올린 시상식에서 결실이 맺은 셈이다. 기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이 기쁨은 즐거움이라기보다 '뭐라도 했네!'라는 안도에 가깝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 큰 과제들을 마주하기 때문이겠지. 앞서 있는 이들을 따라잡고 싶다는 초조함, 그리고 남들보다 앞서 있다는 안도감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 매력에 흠뻑 빠지면 주변 풍경이나 옆에 누가 달리고 있는지 따위는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러다 잠시 멈춰 선 지금, 주변을 돌아보며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으나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스멀스멀 자라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니 이런 '애매한' 마음을 다잡아야 하나 고민하다 그냥 두기로 했다. 그래도 괜찮지 않나. 어차피 모든 일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이미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기보다, 언제나 시작을 떠올리는 게 낫겠다. 여기까지 왔으니, 저기까지도 갈 수 있겠지 뭐.
늘 그랬던 것처럼, 2022년에도 나에게 영감을 주는 NBA에게 빚을 지자. 작년에는 세 가지 문장을 골라두었지만, 내일부터 시작되는 1년은 나의 영원한 롤모델, 코비 브라이언트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달려야겠다.
"굴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였어요. 열 번 실패해도 열 한번 째에는 잘 될 겁니다. 결국은 성공하기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