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그래픽 디자이너 오피스 실무와 영어 이야기
'호주 영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영어들이 있다.
'G'day mate', 'Arvo' 'Servo' 'Barbi'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호주 & 영국 & 미국 발음 비교라던지 단어 차이 영상 같은 걸 많이 봤던 기억이 난다. 같은 언어인데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호주 슬랭 같은 것들은 호주에서 한 번쯤은 써먹어야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호주 슬랭으로 잘 알려진 몇 가지 표현들은 친근한 느낌을 담아 선택적으로 나도 종종 쓰기는 한다. 그러나 호주 영어라는 타이틀에 사로잡혀 슬랭을 일상적으로, 습관적으로 굳이 쓸 필요는 없다. 유튜브에서 나오는 영상들은 우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고 재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차이가 있는 단어들, 혹은 들었을 때 확연히 익숙하지 않은 단어나 표현들을 콘텐츠로 삼는 것이다. 언어를 유튜브로만 배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영어만 가지고 풀어낼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오늘은 아주 작은 부분의 오피스 영어 맛보기만 써 내려가 보려고 한다. 호주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는 어떤 일들을 하는지도 간략하게나마 담아내었다.
작년 회사에서 썼던 일지와 미팅 내용들. 현재는 깔끔하게 노트 하나에 정리하고 있지만 이때는 왜인지 이면지를 활용해서 적고는 했다. 버릴게 아니라면 나중에 괜히 부피만 커져서 공간 차지하니 노트 하나에 적는 걸 추천한다.
호주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는 어떤 일을 할까?
일하는 환경에 따라 쓰는 말들이 다르겠지만 우선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럭셔리 이태리 가구 회사이고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콘텐츠 매니저 직함을 달고 경력직 이직을 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해서 디자인만 하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나의 경우에는 소셜미디어 관리나 콘텐츠 제작, 샘플 업체나 프린팅 업체와 직접 컨택해서 커뮤니케이션 업무까지 두루 해왔다. 여기에 패키지 디자인과 샘플 주문부터 몇십만 장의 본 오더까지 직접 업체와 진행했고, 웨어하우스로 잘 왔는지까지 웨어하우스 매니저와 체크까지 마쳤다. 딜리버리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화하고 이메일 넣고 처리하는 것까지 포함이다. 사소하게는 오피스 물품 재고를 파악하고 미리 stock level을 맞춰두어 오피스 내 업무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회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업무들도 메인 업무 중 하나이다.
전 회사에서는 디자인팀 팀장으로 (그래 봤자 아주 영소한 팀이다. 디자인 쪽은 특성상 사람을 많이 뽑을 필요도 없다) 내 팀원을 직접 레쥬메(이력서)를 검토하고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포토그래피 업무도 항상 맡아왔는데, 제품 사진을 직접 찍는 것부터 리터칭, 패션회사에서는 모델들을 직접 선정하고 연락해서 함께 촬영하고 리터칭해 홈페이지에 업로드했다.
오피스에서 쓰는 영어?
알다시피 영어에는 한국말처럼 존댓말 반말이 따로 없다. 인사부터 얘기해보자면, 한국어로 '야' = 'hey'라고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사람들이나 보스에게도 나는 'hey'하고 인사한다. '야'를 번역하라고 하면 헤이라고 쓰겠지만, 일상에서는 그냥 가벼운 지칭어로 쓰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고개만 까딱 들어 올리며 '헤이'만 해도 가벼운 인사가 된다. 그러나 입가에 미소는 조금 머금어주자.
How are you?
무조건 하와유로 인사를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How are you?
How are you doing (today)?
How are you going (today)?
How was your weekend?
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데, 월요일에는 거의 백 프로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예의상으로라도, 혹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물어본다. 나는 이 글을 일요일 밤에 쓰고 있으니 내일 아침에 서로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할 예정이다.
회사마다 일하는 분위기가 다른데,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보통 에어팟을 끼고 각자 듣고 싶은 음악이나 영상을 보다가 필요한 말이 있으면 잠깐 한다. 내내 떠들어도 상관없지만 나는 일하는 시간에 평소 보고 싶었던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라디오처럼 들으며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회사마다 분명 다르지만, 대개 호주 오피스에서는 스몰톡이 배어있다. 이렇게 계속 떠들다가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할 것만 같다는 느낌을 가진 적도 많았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쓰는 영어?
그래픽 디자이너는 어도비 프로그램들을 다루며 보통 무언가를 크리에이트 해 화면으로 구현해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오피스에서 일하는 한 formal email 쓰는 법은 더욱이 무조건 알아야 한다. 내가 프로페셔널하게 준비되어있는 워커인지 이메일 쓰는 것만 봐도 알기 때문이다. 대면하는 커뮤니케이션이나 미팅, 혹은 전화도 물론 뒷순위로 밀릴 수 없다. 목차로 나누어보자면
이메일
미팅
옆자리 동료와 아이디어 피드백 / 중간보고
전화
가 되겠다. 사실 이 목차는 따로 자세히 다루고 싶어 오늘은 아주 간략하게만 쓰려고 한다. 디자이너로서 내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묻고 답하는 정도만 알아보자면,
How do you think?
아무 문제없는 문장이고 캐주얼하게 많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하우두유띵크봇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다양한 응용 버전으로 피드백을 물어보자.
What do you say?
What are your thoughts on it?
I'd appreciate it if you give me some feedback on it.
What's your view?
How do you feel about-?
다양한 피드백을 듣고 할 일이 더욱 다양해졌다면 벅찬 마음으로 대답해주자.
Great! I'll work on it asap. 바로 할게
That's a good idea. 좋은 생각이야
I didn't see in that way, this is why we need another set of eyes. 그렇게는 생각 못해봤네. 이래서 다른 사람한테도 물어봐야 한다니까
마지막 문장은 피드백을 준 사람으로 하여금 뿌듯한 마음을 가지게 만들어 다음에 더욱 알찬 피드백을 줄 위험성이 따르나, 전체 대화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아주 좋은 화술이다.
마지막으로 옆 자리에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있다면 즐겁게 듣고 있던 것을 잠시 멈추고 나는 너와 대화하기 싫어서 에어팟을 끼고 있는 게 아니란다 를 종종 보여주도록 하자.
How are you going?
Is there anything I can help?
첫 번째만 던져줘도 자기가 뭘 하고 있고 무슨 부분에 막히는지, 나는 잘 되어가고 있는지 역으로 물어보며 생각했던 것보다 긴 대화가 이어질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사실 정말 도와달라고 말하는 상대는 없을 것이고, 그냥 나의 친절함을 보여주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디자이너들이 어떤 질문을 영어로 구사하고 싶은지 너무나 알지만, 모든 것을 아우르는 첫 게시물이라 아주 간단하고 쉬운 예제만 써보았다. 오피스를 열고 들어가서 인사하고, 자리에 앉아 일하며 일상 대화도 주고받고 서로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안부를 물어주는 정도의 캐주얼한 일상 영어 정도.
앞으로는 목차별로 다양한 실제 원어민이 쓰는 회사 영어를 공유하고자 한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이만 자야겠다. 모든 직장인들이 평온한 회사생활을 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