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호주에 온 지 3년이 넘도록 한국에 들어가지 못했다. 2020년 3월, 호주는 코로나가 터진 즉시 국경을 봉쇄했고 하늘길이 그 후 2년간 닫혔다.
2022년이 되자 호주 국경도 개방을 했고, 나는 당시 고민을 하다 한 달 후에 이륙할 5월 왕복 티켓을 샀다. 회사에도 3주 휴가를 냈다. 주말까지 포함해 거의 한 달을 내내 한국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는 9월 3일부터 코로나 검사 제출 의무를 중단하였다는데, 당시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출국 48시간 전 PCR 테스트를 거쳐 음성을 확인받아야 했다. 해외 출국을 위한 유료 PCR 검사를 따로 받아야 했는데, 무려 $145을 미리 지불하고 예약을 해야 했다.
하루 전날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가장 이른 시간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혹시 몰라 그 전날 밤 집에서 안티젠 신속 항원검사도 했다. 그간 마스크도 열심히 썼고 돌아다니지 않으려 주의를 요했다. 지난 2년 간 잘 피해왔는데 갑자기 이륙 전날에 코로나가 걸리는 일은 없겠지.
입국 24시간 전이었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내일 한국에 가져갈 짐을 쌀 생각을 하는 퇴근길이었
아 시발.
이거 진짠가.
그래, 어쩐지 뭔가 마음이 불안하더라. 어쩐지 지난 일주일 간 이유 모를 두통이 너무 심하더라. 왜 하필 생리랑 겹쳐서 난 또 그게 생리 전 증후군인 줄 알았지. 주말에 아파서 약을 먹고 낮잠을 잤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아 그거 생리통이 아니라 코로나였구나. 왜 기침이나 열 없이 머리만 아프고 딱 생리 때 맞추어 의심할 새도 없이 찾아온 거지? 어젯밤 안티젠 테스트는 왜 멀쩡했던 거지?
우선 바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렸다. 동료들도 다들 누군가와 함께 사는데, 혹시라도 나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 전화를 받은 매니저는 우선 회사 일은 걱정 말고 티켓과 끊어 둔 호텔 날짜부터 변경하고 집에서 일주일 간 푹 쉬라고 했다.
전화를 끊는데 속상해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엄마가 더 속상해하고 걱정할 텐데 뭐라고 말하지? 호텔 변경은 되려나? 비행기 날짜 변경 추가 비용은 얼마 나올까. 친구들이 예약한 쏠비치 호텔도 예약 취소해야겠네. 미안해서 어쩌지.
집으로 가던 트레인에서 나는 마스크를 더 꽉 부여매고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맨 끝 칸으로 혼자 가서 앉았다.
몸에서 식은땀이 나고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느낌으로 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