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손님이 오면 제가 느꼈던 즐거움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천스팟을 쭉 보내주곤 합니다.
누가, 언제, 얼마나 머물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항상 추천하는 곳을 공유해 봅니다.
• 조경을 전공하고 관련 일을 오래해서인지 공간을 볼 때 건물과 자연의 조화, 풍경을 이루는 요소, 동선이 조화롭게 짜인 곳을 좋아합니다.
• 생활권과 비교적 먼 불국사, 석굴암, 문무왕릉 바닷가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 노란색으로 마킹해놓은곳은 특별히 추천할만한 곳입니다.
• 모든 장소는 내돈내산. 어떤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1. 황리단길
대표적인 관광지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곳은 아닙니다.
항상 북적이기도 하고, 스티커사진샵 - 십원빵집 - 메이드인 차이나 소품샵이 줄지어 있거든요.
그래도 활력 넘치는 곳임에는 틀림 없어요.
대릉원과 동선이 연결되어 있어서 함께 보기 좋아요.
� 식당/카페
• 동리 : 달달 매콤한 양념 소갈비찜이 메인 메뉴. 부모님을 모시고 가도 좋을만큼 밑반찬 퀄도 좋아요.
아이들이 가면 식판에 저염 국과 김, 밥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 델레테테 : 한옥 지붕에 이탈리아 시골 갬성을 버무린 인테리어가 근사한 카페.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는 브런치 메뉴도 괜찮고, 티라미수가 맛있습니다.
• 계림규동 : 아기자기한 소품이 귀여운 일식집. 황리단길 식당이 당장 떠오르지 않을 때는 이곳으로 갑니다.
• 향미사 : '경주체육관'이라고 써놓은 간판이 재미있어요. 배우 공효진씨가 영화 촬영하러 와서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 피드에 올렸더라고요. 커피맛 좋고요.
� 감성 +
• 소품샵 화목토 : 지유카오카에 있을법한 작은 소품샵. 메이드인 차이나로 가득 채운 소품샵 말고 이곳만의 셀렉이 좋았어요.
독일의 양장점에서 왔다는 쇼케이스도 유심히 보세요. 저는 빨간 장미가 그려진 빈티지 봉쁘앙 자켓을 샀답니다.
2. 시내
황리단길 초입에서 길 하나 건너면 나오는 곳.
어린왕자의 별인가?둥그런 릉에 커어다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봉황대 풍경이 시그니처입니다.
제가 경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입니다
� 식당/카페
• 너드 : 호주식 브런치집. 인테리어와 사장님의 스타일이 뭐랄까, 포틀랜드 로컬식당 같습니다. 포틀랜드 가본적 없음
아이들이 오면 바나나를 내어 주시거나 작은 선물을 챙겨주기도 합니다. 구운 채소가 특별히 맛있어요.
• 도미 : 화덕피자집. 저는 이곳의 샥슈카가 맛있더라고요. 공간 분위기도 좋아요.
• 어향원 : 중국인이 오랫동안 운영한 중국집. 세련된 공간은 아니지만 식당에서 제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요. 저는 평범하게 생긴 탕수육을 좋아합니다. 맛은 안 평범해요.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다 맛있습니다.
• 아차차 : 대만 홍차파는 찻집. 창 밖으로 릉 보면서 홀짝 - 이 곳에서는 메뉴판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책보듯 꾹꾹 눌러 읽어주세요. 커피는 안 팔아요. 노키즈존은 아니지만 차 도구가 유리나 도자기가 많아서 조심해야해요.
• 탁 : 북유럽스타일의 빵을 파는 곳. 경험상 경주 힙쟁이들이 이곳에 자주 출몰하더라고요.
• 할타보카 : 쫀쫀하고 맛있는 젤라또. 베스킨라빈스보다 두단계정도 고급진 맛입니다. 테이크아웃해서 산책하기도 좋아요.
� 감성 +
• 유프롬유 : 가장 경주답고 가장 한국적인 기물을 세련되게 보여주는 공예샵입니다. 북촌이 아니라 이곳에 있어서 더 쿨해요.
• 그날의 미술관 : 여행 온 김에 가족사진을 남겨보는 건 어때요? 저희 가족은 특별한 날이 있을 때 이곳에서 사진을 찍거든요.
셀프로 우당탕 찍고 사진 셀렉과 수정까지 30분 남짓. 금액도 합리적입니다. 노릇한 사진 색감이 예뻐요.
• 해질녘에 노서리고분 근처를 어슬렁어슬렁 해보세요.
커다란 나무 아래에 편의점 플라스틱 의자가 턱턱 놓여 있는데 그곳이 바로 하늘 명당입니다.
분홍색, 환타 주황색, 진한 남색이 밝은 하늘색이 구불구불한 릉의 곡선 위로 펼쳐져요.
• 오이르미술관 : 건축가 유현준이 설계했다는 신상 미술관입니다. 아직 방문해보진 않았어요.
3. 첨성대 / 교촌마을
첨성대 주변은 언제나 예쁜 꽃들이 있어서 사진 찍기 좋아요.
아이들과 함께라면 비단벌레차를 타는 것도 추천!
첨성대와 교촌마을 일대를 돌면서 기사님이 구수한 사투리로 설명도 해 주거든요.탑승 일주일 전 예약 필요
계림숲과 잔잔하게 물이 흐르는 월성해자의 풍경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 식당/카페
• 복길 : 전복 솥밥이나 한우불고기 솥밥을 이즈니 버터에 쓱쓱 비벼서 먹을 수 있어요. 전형적인 관광지 식당이면서도 시설과 맛이 깔끔하고 가족단위로 가서 먹기 좋아요.
• 놋전집 : 정갈한 한식 정식집. 창밖으로 릉뷰가 펼쳐져요. 버섯튀김은 꼭 먹어야합니다.
• 요석궁 : 경주 최부잣집 고택에서 한식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유난히 아름다운 한옥 앞마당의 정원과 고택의 분위기를 즐기기 좋아요. 미슐랭 수준의 맛을 기대한다면 좀 아쉬울수도 있어요.
• 카페 이스트1779 : 하우스오브초이에서 운영하는 카페. 경주의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며 브랜딩했다고 해요. 포석정을 재현한 예술작품이 또아리를 풀면서 카페 의자가 되고, 챕터원에서 본 컵과 조명을 매장에서 사용하고 있어 감각적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또한 아름답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손님이 오거나, 조경과 사람들이 경주에 오면 이곳에 데리고 옵니다. 아,여기 모나카 아이스크림 맛있어요!
4. 국립경주박물관
• 국립중앙박물관만큼 웅장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고요.
• 인테리어디자이너 양태오님이 박물관 디자인 리뉴얼을 담당했어요. 전시 공간은 물론이고 로비도 아름답습니다.
• 제니가 zen뮤직비디오에서 탑으로 입었던 금관 장식도 찾아보세요.
• '신라 미술관'에 가서는 한 손에 약종지를 들고 있는 약사여래불의 둥굴둥글하고 평온한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어떤 병이든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 '신라 천년서고'도 생각 정리를 하고 싶을때면 찾는 곳이랍니다.
• 지금부터 여름까지, 계단 양쪽으로 하얀 수국이 잔뜩 피어 있을텐데요 포토스팟입니다.
• 어린이박물관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중박 어린이박물관의 규모를 기대했다가는 실망할지도요.
5. 보문
어린이 물놀이장이 있는 대형 호텔과 리조트, 경주월드 같은 테마관광스팟은 이곳에 집중되어 있어요.
보문 호수가 있어서 주변으로 산책하기도 좋습니다.
� 식당/카페
• 설은재 :보문의 단독주택단지에 있는 곳. 이 길이 맞아? 하면서 안쪽으로 들어오다 보면 나오는 티카페입니다.예약하면 프라이빗 티룸에서 야채도시락과 차를 즐길수 있습니다.
� 감성 +
• 엑스포 대공원 솔거미술관 : RM이 갔던 바로 그 미술관입니다. 이건희 회장님 생전 집무실에 걸 그림을 직접 의뢰했다는 박대성화백의 그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의 유일한 생존 예술가라고 하고요. 그림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엑스포 대공원의 안쪽에 있어서 입구로부터 좀 걸어야하는 단점이 있어서 아이들은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가볼 만 합니다. 모네의 물가 느낌이 슬쩍 나는 포토스팟이 있어서 사진 남기기도 좋아요.
6. 기타
• 이어서 북카페 : 삐그덕거리는 나무 바닥도 은은향 향 냄새도, lp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음악도 좋은 저의 아지트입니다. 조용한 분위기라 활동적인 아이와 함께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 황성공원 : 혹시 8월에 경주를 온다면 여름 경주는 정말 더워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구불구불한 소나무 아래 핀 보라색 구름, 맥문동 꽃길 보고 가세요.
• 무열왕릉 / 도봉서당 : 5월에 경주 방문 예정이라면 신경주역 가는길에 도봉서당을 들러주세요. 꽃송이 커어다란 작약꽃밭이 펼쳐져있대요.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이라 오히려 좋고요.
7. 천년한우는 꼭 드세요
경주 한우 진짜 맛있고 가격도 합리적인데, 십원빵만 먹고 가면 서운하다 서운해!!
천년한우 직판장에서 먹어도 좋지만, 좀 더 분위기 있는 곳을 추천드리자면 -
• 운식가 : 마장동 본앤브레드도 좋고, 워커힐 명월관도 훌륭했습니다만,
서비스와 금액, 한우의 양과 질을 종합적으로 따지면 경주에선 운식가도 빠지지 않아요.
고오급스러운 분위기에서 한우 코스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추천해요.
• 소규모 : 조금 더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한우를 즐길 수 있어요. 고기 맛있고, 밑반찬 정갈하고, 사이드 메뉴와 쫀득고슬한 솥밥도 좋았습니다. 화장실에 매거진B와 스틱가글을 세팅해놓은 센스도요.
부산에서 17년, 서울에서 16년 살고
경주 온 지 삼년 된 사람이 느끼는 이곳은
풍경을 만드는 선들이 나지막하고 둥그래서 그런지 한템포 느긋하고 여유 있는 도시라는 것.
짜증나고 답답할 때, 혼자 남기는 싫지만 누구와 부대끼고 싶지도 않을 때
가슬한 풀이 뒤덮은 초록색 릉을 떠올려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합니다.
제가 열거한 곳들 안 가도 되는데
'나에게도 숨돌릴 풍경이 있지' 하는 한 장면 정도는 경주에서 만나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