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사 입사동기가 뜬금 없이 경주역 사진을 보낸다.
경주에 출장왔다고.
우리는 먼 옛날 신입사원 오티기간도
그 팀장이 빡치게 굴었던 때도
불금날 이태원 펍에서도
회사에 사직 인사를 하러 갔던 날도 함께 했었으니
당장 만나야지!
점심 시간은 딱 한 시간.
얼굴 보는게 중요하니까 회의하는 곳 근처에서 대충 먹자고 해 놓고는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다.
그간 경주 탐색 빅데이터를 총 동원해서
출장지에서 차로 5분거리 + 주차장 바로 근처 + 감성충만하면서 + 식사와 커피를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를 정했다.
일하는 곳 근처에 미리 도착해서 그를 픽업했다.
3년만이다. 반갑다 반가워.
근황을 묻는다.
별일이 없다고 한다.
이직을 하려고 공부를 하고, 여행을 다니고, 대학원을 갈 준비를 하는 와이프를 도와준다고.
어쩌다 벌써 마흔이 되었다고 “으아악-“ 한다.
나는 서울사람들은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하면서 이렇게나 치열하게 사냐고 물었다.
근황을 물어온다.
잔잔하고 무탈하다고 대답한다.
아이 키우고 집안일 하고, 그러다 무언가 해 보고 싶어서 나같은 상선비가 사업자가 됐다면서 치약 샘플을 내민다.
나도 곧 불혹이라고 “꾸에엑 - “ 한다.
동기오빠는 너 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얘기해 준다.
어릴 땐 팔짱을 딱 끼고서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야 너 그거 별로야” 하던 상츤데레 오빠는
이제는 뾰족뾰족한게 다 깎여 나가서 순둥해졌다.
꽤 변했지만, 여전히 좋은 사람인 것 만은 확실하다.
이십대땐 세상에 겁먹어서 잔뜩 웅크리고는 젊음을 즐기지도 못하던 나는
이제서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나도 어쩌면 괜찮은 사람이려..나?
이제는 특별히 좋은일이 있는 것 보다 별 일 없는게 최고라면서
40쯤 되면 고개 갑자기 훽 돌리면 담 오니까 조심하고
치실 안 하면 잇몸이 내려앉는다면서 낄낄 웃는다.
우리 모두 별 일 없는 일상을 보내길.
다음에 만나도 무탈한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길.
응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