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카페연화
아직은 관광지 느낌이 덜 나고 경주 사람들이 일상을 보내는 지역 같으면서
걷다보면 감각있는 공간이 툭툭 나타나서 내가 좋아하는 황오동에 생긴 신상카페.
나무껍질을 곧게 펴서 바른 것 같은 대문에
한때 기찻길에 깔려 있었을 침목이 안쪽으로 안내하고
양쪽에는 나무와 돌과 꽃.
혹시 경주역이 있던 장소의 역사를 가져온걸까?
아무튼 (구)조경인은 이 마당 사진을 보고 안 올 수가 없다.
주택을 개조한 카페라 본관과 별채 둘, 세군데로 공간이 나뉜다.
본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한지 바른 할머니댁 미닫이문이 떠오르는 창문.
바깥으로는 그라스가 무성하다.
촘촘한 격자의 나무 간살과
바람 부는 대로 휜 곡선의 그라스,
그리고 동글동글 호빵 세 개 쌓아놓은 것 같은 담장 무늬의 대조도 힙하다.
일하기 좋아 보이는 별채에 자리를 잡았다.
비오는 평일 오후라 그런지 별채에 나밖에 없다.
'조용해서 좋긴 한데 좀 스산한 것 같네' 생각하면서
노트북 주섬주섬 꺼내고 라떼 호로록 -
하나 둘씩 사람들이 들어오고 비로소 공간에 온기와 활기가 돈다.
공간에는 그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도 꼭 필요하구나.
문 살짝 열어놓고 마루에 내리는 비를 다함께 감상중.
이제야 벽 한쪽을 채운, 어룽어룽 빛이 투과되는 유리타일 마감과
대나무를 엮어 만든 것 같은 팬던트 등
마루를 뚝 떼어 놓은듯한 평상같은 좌대 위 꽃이 보인다.
익숙한 요소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배아프게 부럽다.
집에 가는 길.
비를 흠뻑 맞은 식물과 돌과 나무 색이 짙어지면서 한층 더 분위기 있다.
비오는 날에 와서 더 좋았던 연화.
나 빼고 테이블마다 하나씩 시키는 디저트 메뉴가 맛있어 보이던데
다음번엔 여럿이서 와서 1인 1디저트 시켜먹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