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경주 전시 • 한국 근현대 미술 4인의 거장들

by 야또니

오! 경주에서 이런 전시를 열다니.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번에 둘러볼 수 있겠다.

이건희 컬렉션도 만날 수 있고.


나의 블로그 이웃인 aha님은 수도권 전시회를 다녀와서 소개해주시곤 하는데

'경주 전시라면 나도 소개할 수 있겠네!' 싶어 호딱 다녀왔다.


경주 시민 할인을 받아 전시료는 3000원.

평일 오후시간이라 그런지 붐비지 않고 여유롭다.


4인의 거장들


전시는 이중섭 - 박수근 - 김환기 - 장욱진의 순서로

작가마다 작품의 배경 색이 달라 공간의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 이중섭

오래 전 국어 교과서에서 그의 황소 그림과 행복한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가족의 모습에 마음이 꿈틀꿈틀했던 기억.


손을 잡고, 끈으로, 물고기와 게로, 복숭아나무로 연결된 사람들.



사람들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마티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담배 은박지 포장에 그린 그림을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

반짝이는 얇은 금속의 질감이 독특하다.


현실은 병약하고 배고프지만

달콤하게 익은 복숭아와, 복숭아 꽃속에서 천진하게 노는 아들들의 그림을 그리고는

'감기는 괜찮니? 엄마 말 잘듣고 있으렴! 곧 만날 수 있을거야.' 하고 편지를 쓰는 아버지의 마음.


쉿! 우리는 지금 놀이를 하는거야

어쩐지 '인생은 아름다워'의 귀도가 떠오르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 박수근


만삭의 몸으로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보았던 박수근전 이후로 오랜만입니다 -

한국의 산에 지천인 화강암의 표면에 새긴듯한 독특한 질감과

잎이 다 떨어진 커다란 나무 아래 쉬고 있는 여인들


마냥 삭막하고 추운 겨울이라기에는

나무 줄기에서 슬쩍 보이는 연두와 여인의 연분홍 치마가 봄 기운을 느끼게 한다.


묵묵하게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가장 한국적인 소재를 그림속에 담아 자신만의 화풍을 만든 사람.


그 유명한 박완서 작가는 한국전쟁 시절 미군 px에서 일하면서

미군의 초상화를 그리던 박수근을 떠올리며 '나목'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대작가들의 운명같은 인연이라니!

다음번에 도서관에서 나목을 빌려와서는 박수근의 그림을 힐끗대며 읽어볼테다.



• 김환기


김환기 화백의 그림은 촬영을 할 수 없어서 글만 -


*왜 촬영을 못하게 하는지는 의문.

환기 미술관에서도, 북촌 현대미술관에서도 사진 찍었는데요??


환기 미술관에 다녀왔던 경험 때문인지

우리집 현관문에 꽤 오래 그의 그림을 붙여 놓았기 때문인지

달항아리를 사랑하는 점이 닮아서인지

나는 김환기화백의 그림을 볼 때 제일 설렜다.


유화임에도 수묵화의 느낌이 나고

추상화속에서 오방색이 보인다

파리시절의 구성작품에서도 뉴욕시절의 추상미술에서도 그의 뿌리를 표현하는.


그의 대표작인 [어디서 무엇이되어 다시 만나랴]의 습작도 볼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장욱진


장욱진 화백만의 사랑스러운 그림체에 반해서

그의 작품을 낙찰받으려고 경매에 참여한 적도 있었는데

직접 이렇게 많은 작품을 본 건 처음 :)



그의 그림은 아이가 그린 그림 같으면서

한국 민화의 한 장면 같아서 웃음이 난다.



그림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위압감을 주지 않고

한참 들여다 보고 상상하게 되는 -


아이랑 그림 보면서

"옛날 옛날에 호오랑이가 산에서 어흥 - 하고 내려왔대!"

"까치가 깍깍 하면서 마을 사람들한테 호랑이가 왔다고 얘기해 줬대!!"

해도 육아시간 금방 가겠다.



• 전시 후 체험공간

전시를 다 보고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

박수근의 마띠에르 표현

김환기의 우주

장욱진의 '나의 마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있다.


전시 총평


네 작가 모두 화풍은 다르지만

그림속에 식민지 시대부터 한국전쟁까지 격동의 세월과 아픔이 녹아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장욱진 보며 케이팝데몬헌터스 생각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4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전시.

게다가 경주 예술의전당은 서울의 어떤 미술관보다 한적해서 사람들에게 떠밀릴 걱정 없이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설명을 듣고 싶어서 일부러 도슨트 설명시간에 맞춰 갔는데, 시민 도슨트셨다.

프로처럼 진행하시는 모습이 참 멋있어서 나도 기회가 되면 도전해보고 싶다.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작가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없었다는 것.

그래서 굳즈샵에 파는 작품들을 보면서

'이것도 이것도 저것도 전시에 없던걸....' 싶었다.


그래도!

전시기간 끝나기 전에 아이랑 같이 또 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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