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정답 : 너의 얼굴은 '틀린' 얼굴이다?

우리가 스스로 좁히는 미의 지평

by Soren

서울 거리에서 쉽게 마주치는 성형 광고들 중에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것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여성'들을 내세워 공감을 불러 일으키려는(?)종류의 것들이다. 이런 류의 광고들은 극히 정상적인 얼굴을 한 여자들이 나와 눈을 키우고 싶다느니 주름이 고민이니 하며 잔뜩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광고 속 불만족하는 일반인 여성의 얼굴들이 사실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들은 얼굴이 조금 둥글어서, 쌍꺼풀이 옅어서, 그 외에 사실 뭐가 문젠지 모르겠는 문제로, 세상 불행한 얼굴을 하고 성형외과의 도움을 찾는다.

나는 이런 광고가 실제 한국사회 극도로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특정 유형의 아름다움만이 정답"이라고 추구되고 그 기준을 벗어난 것은 틀린 것, 못난 것이고 고쳐야 하는 무엇이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듯하다. 하얀 피부, 작은 얼굴, 브이라인, 쌍꺼풀과 같은 기준은 기본값이 된 지 오래이고, 이제는 애플존의 볼륨, 중안부의 길이, 코의 각도 등등 병적으로 세분화된 아름다움의 ‘정답’을 대중들에게 강요한다. 외모로 먹고사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개인들조차 이 청사진에 자신의 얼굴을 끼워 맞추기 위해 여념이 없다.

아무리 한국 특성상 단일 민족으로 다들 고만고만하게 생겼으니 그 안에서 미의 기준이 더 분화되는 건가 생각하더라도 한국은 정도가 많이 과하다.(나아가 기괴하다.) 특정 미의 기준을 충족한 자들은 과도할 만큼 추앙되고, 그 틀에 맞지 않는 개성과 다양성은 ‘교정해야 할 결함’으로 치부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K-컬처의 유행을 타고 이 기형적인 미의 기준과 성형 문화가 아시아 전반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으로 ‘성형 관광’을 온 외국인들이 입국 때와 전혀 달라진 얼굴 때문에 출국 심사에서 곤욕을 치른다는 소식은 웃지 못할 해프닝을 넘어 섬뜩한 희극에 가깝다. ‘성형 강국’이라는 기괴한 명성을 K-뷰티 산업의 쾌거라며 자축하는 목소리에서 나는 어떤 자부심도 느낄 수 없다.

개인의 불안과 불만을 자양분 삼아 이윤을 창출하는 미디어와 기업의 논리 뒤에, 나는 그것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스며들어 만들어내는 파괴적인 영향력이 몹시 걱정된다. 우리는 왜 이토록 불필요할 만큼 미의 지평을 스스로 좁히고, 그 비좁은 틀 속에 자신을 가두려 하는가.

이런 촘촘한 '미의 기준' 속에 스스로를 가둘수록 불편하고 불행 해지는 건 우리 자신이다. 이러한 문화는 결국 자기혐오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타고난 모습을 사랑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다양한 아름다움의 가능성을 차단하며,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면 끝없는 자괴감에 빠진다. 이처럼 구성원의 자존감을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끊임없는 불만과 비교 속에서 고통받게 하는 문화가 과연 구성원들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지,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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