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슨 낙으로 살아?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들

by Soren

"너는 무슨 낙으로 살아?"
어느 날 동갑내기 회사 동료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친하게 지내는 사이 기는 하였으되 성향적으로는 매우 다른 스타일의 친구였다. 다만 같은 회사를 다니고, 같은 대학을 나오고, 보수적인 회사 안에서 드문 싱글 여성이라는 몇 가지 공통분모가 묶어준 관계였는데, 가장 큰 차이라면 그녀는 결혼이라는 미션을 이루지 못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때까지 모범적으로 정답란만을 체크하며 삶을 살아오던 그녀가 미혼/무자녀라는 사유로 회사에서 주변인 취급(?)을 받으며 소외;;되는 삶을 견디기가 어려웠던 것 같고, 그녀 스스로도 외로움을 많이 타는 타입이기도 했다. 여하튼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임에도 뭔가 늘 잘 지내고 혼자 재미나게 사는 나를 신기해하는 편이었고, 그래서 여차저차 종종 만나 수다(주로 회사욕)를 떠는 사이였다.

그러다 숱한 소개팅 끝에 그녀는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오랜 마음고생을 익히 알았(들었)기 때문에 비로소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져 행복을 찾게 된 것을 기뻐했다. 그리고 그녀는 드디어 그렇게 원하던 유부녀 기혼자 모임에도 참여하고, 한국사회의 메인스트림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던 중.. 어느 날 오래간만에 만난 티타임에서 저런 질문을 나에게 던진 것이다.

근데 언뜻 무례한 질문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게, 마치 '너는 남편도 자식도 없고, 그렇다고 막 부자도 아닌데 무슨 재미로 살아?'라는 뉘앙스로 들릴 수도 있는데..^^; 하지만 이 친구를 익히 겪어본 나는 그녀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좋은 학교를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이제는 어엿하게 가정까지 꾸려서 사회가 제시한 문제들에 정답을 다 체크했음에도 그녀에게는 도저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남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 그녀 혼자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평생 비교와 경쟁의 굴레에서 남들 사는 것처럼 사는 게 정답이라고 은연중에 강요받는 한국적인 삶. 그 속에서 개개인이 정말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기는커녕, 고민과 탐색조차 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본인이 원하는 것조차도 타인의 잣대로 판단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버린 문화인지도. 여하튼 그녀의 당황스럽지만 순수한 질문에, 당연히 나는 그녀에게 딱 맞는 정답을 줄 수는 없었다. 나의 취향이, 그리고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그녀와 같을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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