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방식대로 행복한 사회

by Soren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의 다양한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에서 가장 숨 막히게 느꼈던 점은 '행복한 삶'의 척도가 몇 가지로 도식화되고 대다수 사람들이 그 척도에 맞추어 경쟁하듯 살아간다는 것이다. 점수로 등수 매기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전 인생을 그렇게 살아간다는 점.

그 도식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위치에 서려면 서울 강남 아파트(나아가 한강뷰), 명품 가방, 끝없는 자기 관리(모델 같은 외모), 외제차, 몇십억 자산 같은 것들이 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런 요소의 거의 전부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 돈과 외모. 그 결과 이 두 가지 자산을 가진 자들은 엄청나게 선호되고 추앙받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 두 가지 자산은 사실 생래적으로 타고난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부나 외모를 타고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통계적 구조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생래적 한정적인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것보다 다양한 방향과 관심사로 행복의 선택지를 무한히 넓히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일 터인데, 한국사회는 그 한정된 자원을 경쟁해서 차지하는 것이 무리 안에서 성공하는 길이라고 몰아가는 듯하다. 그 결과 우리 스스로를 돈과 외모로 이루어진 계급의 피라미드에 밀어 넣고, 그 최상위 계층에 속한 이들을 부러워하고 동경하며, 어떻게 하면 나도 그 위치에 더 가까워질지 노력(?)하는 것이 평생 삶의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절대다수의 방향성은 그 사회 안에 소속되어 사는 개인이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지배적 문화는 무엇보다 매일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어, 이런 흐름에 동조하지 못하면 일종의 루저, 세상물정 모르는 자처럼 인식되면서 은근한 비판과 지적도 받게 된다. 더 암담한 건 이런 문화가 다음 세대에도 대물림된다는 점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흙수저, 갓물주, 전세 거지 같은 단어들이 스스럼없이 쓰이고 외모 서열을 나누고, 연예인을 따라 성형을 하고, 부모직업이나 아파트 평수, 사는 동네로 비교까지 한다니 이 굴레는 더 공고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한국의 부박한 삶의 가치관이 역사적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고, 정서적 성숙도 곧 경제력을 따라잡을 거라 기대했지만, 요즘 세태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가는 느낌이다.

아마도 앞으로도 한국의 문화는 계속 이러할지도 모르겠다. 바라기로는 경제적 외적 조건을 떠나 각자의 모습과 속도로 수만 가지 방식으로 행복을 발견하고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되었으면 하지만, 거대한 사회의 흐름은 사실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다만 아주 작은 희망은, 우리가 만든 시스템은 우리가 스스로 바꾸어갈 수도 있다는 것. 타인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추지 말고(나도 남에게 지적이나 간섭 말고), 한국식 행복 위계도는 무시하고, 소소하더라도 나의 행복을 각자의 기준으로 추구하는(living on our own terms)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더 늘어난다면 그래도 좀 더 건강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문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이상주의적인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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