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아이를 점점 적게 낳는 분위기라지만 유독 한국의 압도적인 낮은 출산율은 관심을 끈다. 이런 한국의 저출산의 원인으로 많은 경제학자, 사회학자들이 각자의 분석을 내놓는다. 집값이 너무 비싸서, 경력 단절 때문에, 남녀 육아 분담이 불평등해서, 육아 휴직이 어려워서 등등 모두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가시적인 해결을 보고자 일회성 자금을 뿌려대며 졸속적인 제도를 양산한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한국의 극도의 저출산 현상의 저변에는 더욱 근원적인, 문화적 원인이 깔려있다고 본다. 지금의 한국은 한국을 사는 현재의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다. 태어나서 살아가는 평생이 끝없이 미션을 달성해야 하는 긴 퀘스트 같고, 그 속에서 조용한 만족을 누릴 여유 없이 남들과 지속적으로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쫓기듯 살아간다. 자산으로 계층을 스스로 나누고 없는 집은 스스로 흙수저라 자조하며 있는 집을 따라가려 발버둥 치고, 있는 집은 있는 집대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비교하고 경쟁한다. 살만하다 싶은 친구들이 아이들을 너도나도 영어유치원에 보내거나 6세 고시 7세 고시하며 아이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가동하는 모습을 흔히 본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닮아 사는 동네나 아파트, 부모 직업이나 해외 경험 유무 등으로 서로를 계급화한다. 학교에서 정작 배워야 할 도덕적 가치, 다양성에 대한 존중, 더불어 사는 법 같은 것은 무시되고 공교육은 무너지며 더 부자가 되는 빠른 길로 인도하는 사교육이 융성한다.
이런 사회에서 가정을 이루고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도 몹시 타산적일 수밖에 없다. 좋은 배우자의 기준은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지, 재테크를 잘하는지, 부동산 투자에 능한지 같은 것이 되고 남녀가 서로를 결혼상대로 볼 때 그렇게 계산기를 두드린다.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루저취급을 받으며 결혼 시장에서 도태된다.
즉 사회 전반이 돈의 논리에 잠식되면서, 인간관계 전반이 계량화되고 경쟁적이 되었다. 사랑도 효율을 따지고, 결혼도 손익을 따진다. 그 결과, 사람들은 서로에게 타산적이고 가혹해진다.
이처럼 근원적으로 넓게 퍼져 사회를 지배하는 '철학'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쩌면 한국은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의 쳇바퀴를 돌며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헛발길질을 계속할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지도, 또한 그렇게 가정을 이룬다고 나 스스로가 더 행복할 것 같지도 않은 정서적 체념과 포기가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이상 아무리 돈을 뿌리며 출산을 장려하고 제도를 개선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