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생각을 결정하고, 언어가 문화를 형성한다.

by Soren

수저론의 기원은 사실 영어의 'silver spoon'에서 왔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에서 수저론이 제일 왕성한 것은 한국이 아닌가 싶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에다 다이아수저 등등까지 다양하게 수저를 계급화시키며 동경 혹은 자조의 단어로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최근 십수 년 사이 한국 사회전반의 언어 습관을 보자면 차별적, 자조적, 혐오적 표현들이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그리고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런 언어를 가볍게, 무비판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과도한 돈과 외모에 대한 집착 내지 강박 문화를 더욱 강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이처럼 문제의식 없이 일상적이고 가볍게 다루는 언어습관이 아닌가 한다. 돈과 외모에 대한 욕망을 직접 드러내는 것을 '솔직하다' '당연하다'라고 평가하고, 그 두 자본을 가진 집단과 갖지 못한 집단에 대한 추앙 또는 차별의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존예, 존못, 얼굴천재 같은 표현은 장난스럽게 일상 속에 쓰이며 외모에 대한 칭송 혹은 지적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으로 자리 잡게 한다.

갓물주, 전세거지, 금수저 흙수저, 이백충 삼백충 같은 단어들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쓰며 자본주의 하에서 이런 계층화와 차별은 당연한 것처럼 스스로 내면화한다.

된장녀, 김치녀, 퐁퐁남, 커피충 등의 단어는 여성의 외모와 남성의 경제력 간의 대가관계를 더욱 고착화시킨다. (개인적으로 아주 예전에 내가 공부할 때 겪었던 경험 중에, 대체 이런 말들을 어쩌면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공공연히 하나 싶던 표현들로는 "여자가 예쁘면 고시 3관왕보다 낫다." "지금 공부하면 미래 내 부인 얼굴이 바뀐다."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진지하게 이런 발언에 동의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동인으로 삼는 자들이 많다는 것에 나는 내적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이러한 표현들은 돈과 외모를 숭상(?)하는 행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반대로 그런 자본들을 가지지 못한 대상에 대한 지적, 심지어는 조롱과 혐오까지도 죄의식 없이 가벼운 언사로 다루며 다시 되돌아와 나쁜 문화를 다시금 강화시킨다.

나아가 그러한 사고에 대한 다른 의견이나 작은 비판조차도 듣지 않고 단절시키는 분위기도 팽배한데, 이는 요즘한국사회의 반지성주의적 분위기와 더불어 사람들을 한층 더 단순 무지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들에게 "긁혔냐?" 수준의 단순한 반응으로 더 이상의 논의가. 진전할 수 없게 하거나

"예쁜 거 좋아하는 게 본능이지, 뭐가 잘못됐냐."

"돈 싫다는 사람 없다."

같이 다양한 생각을 한방에 무시하며 건전한 비판과 토론조차 허용하지 않는 무지하고 무례한 화법이 팽배하다.


해외 몇몇 나라에서 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이처럼 외모나 돈에 대한 평가나 지적을 직접적으로 하는 나라가 드물다는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는 타고난 조건(외모, 체형, 피부색, 집안 배경 등)을 두고 평가하거나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된다. 어릴 때부터 남의 선천적 특질은 비교나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혀 있고, 경제적인 문제 역시 노골적인 대화의 소재로 삼는 것은 무례한 일로 여겨진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올 때마다 일상 속에 아무렇지 않게 스며든 차별적 표현들을 들을 때면 종종 놀라곤 한다. 농담처럼 오가는 말속에 비교와 차별, 배제의 의식이 깊게 배어 일상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드문 단일민족 사회라는 특성 때문인지, 혹은 끝없는 경쟁을 미덕처럼 여겨온 문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는 이러한 '언어적 감수성'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낮은 느낌이다.


말은 사고를 만들고, 사고는 결국 사회의 구조를 만든다. 차별과 혐오가 담긴 언어를 무심히 반복하면서 우리는 그 질서를 재생산한다. 먼 훗날이나마 한국 사회의 품격이 좀 더 높아지려면, 일상 속 언어 사용에 더 민감해지고, 타인을 향한 표현에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다 있을 것이다. 나아가 어릴 때부터 말에 담긴 힘과 언어의 사용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르치는 교육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더 건강하게 바꿀 기본적인 시작점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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