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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강 Jul 05. 2019

촉촉한 초록의 도시, 방콕

손모아 상냥히 웃으며 코쿤캅을 나누는 곳, 방콕으로 떠난 여행(2019)

방콕에는 산이 없다


산이 없는 도시에 초록이 이렇게 많을 수 있을까?

도시를 거닐며 어느 곳으로 고개를 돌려도 초록엔 빈틈이 없다.

그만큼 숨 쉴 구멍이 많은 도시라고 소개하고 싶은

여기는 방콕입니다



촌스럽지 않게 강렬함을 뿜어내는 방콕의 원색 사원들







여름엔 여름의 공기가 어울리니까


들숨에 열기가 들어오고

날숨에 습기가 퍼진다.

어떻게 보면 도시 전체가 습식 한증막 같기도 한데,

어쩐 일인지 불쾌하지가 않다.


원래 찌는듯한 습한 더위를 싫어하는

보통의 서울 인간인데

너무 큰 각오를 하고 가서일까

생각보다 훨씬 날씨가 마음에 들었다.


이것은 여행자만의 특권일것이라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방콕 현지 사람들은 이 날씨에 더 나른하고 편안해보이는 것이

정말, 불쾌하지가 않은 것 같다.


여름엔 여름의 공기가 참 어울려서일까

일년의 절반 이상이 여름인 이곳에서는

무더위도, 습도도 다 용서가 된다.


첨언으로 혹시나 인간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습한 더위가 느껴진다면

그건 곧 비가 와서 해소가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래의 사진은 습도를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내려버린 소나기(스콜)을 익숙하고 무심하게 피하는

방콕의 어린이들 :)


비가 언제 그칠지 모를 하염없는 기다림이 아니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비를 마주함에 있어 큰 위안이 된다






엉덩이가 무거운 구름

앞의 비를 피하는 사진에 이어

잠깐 비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기인 6월에 방콕여행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날씨가 좋았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비가 아예 안온건 아니다.

걸어야하는 날엔 맑고 적당한 구름이,

쉬어도 되는 날에는 약간의 소나기가

반복적으로 교차되었다.



(이것이 진정 우기의 방콕 하늘일까, 6일 여행 중 5일동안 본 하늘)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된 새로운 사실

방콕에서 엉덩이가 무거운 구름이 보인다는 건

한시간 내로 비가 올 거라는 것


지금 사진을 돌이켜보니

비를 머금은 구름과 높이 올라갈 구름은

엉덩이의 부피감(?)이 다르더라.


방콕여행을 하다가

엉덩이가 무거운 구름들이 보이거든,

우산을 준비하시길 :)

(혹은 그랩)

(혹은 30분~1시간을 기쁘게 보낼 수 있는 카페나 쇼핑몰이면 충분하다)



왼: 엉덩이가 가벼운 산뜻한 구름 / 오: 엉덩이가 무거운, 비를 머금고 있는 구름






우리의 쇼핑천국이자 상인들의 천국


작년 10월에 문을 연 아이콘 시암은

방콕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이제는

필수코스가 되었다.


사실 나는 위생이 안좋은 곳에서 만든 음식을 먹으면

굉장히 빠르게 탈이 나는 편이라,

길거리 음식 천국 방콕에서도 시장 음식을 쉽게 도전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깊은 슬픔...)


그런 나에게 짜오프라야 강변의

밀레니엄 힐튼과 페닌슐라 방콕 사이에 위치한 초거대 쇼핑몰 아이콘 시암은

그 갈증을 해결해준 고마운 곳.


에어컨이 나오는 쾌적함

오픈키친(?)에서 조리되는 깨끗함

그리고 길거리음식으로서의 본분을 잃지않은 착한 가격


이 모든 것을 갖춘

실내 수상시장인 쑥-시암을 만난 순간

그곳이 나의 천국이 되었다.


나의 쇼핑헤븐이자

상인들의 헤븐


방콕에 사는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니

아이콘 시암이 더욱 사랑스러워보였다.


그 이유는,

그 지역의 시장에서 실제로 장사하던

상인들을 그대로 실내로 모셔왔다는 것.


흔히 자본이 대규모로 투자된 지역의 개발에서는

늘상 자본에서 소외된 원주민들과 이전의 모습을 완전히 삭제하고픈 자본가들 사이의

다툼이 있기 마련인데,


아이콘 시암은 더위에 고생하는 상인들을 아주 낮은 임대료로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시장으로 이끌어주고

자본가는 이를 통해 관광객을 들여와서 끊임없는 유동인구를 만들어낸다.

(실제로 쑥-시암 음식의 단가를 보면, 절대 높지가 않다. 팟타이 1접시에 40~50바트 = 2000원이 안되는 꼴)

무엇보다 관광객/소비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모든 좋음을 쾌적한 실내에서 체험할 수 있다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조카까지도 좋을 일이 아닐 수 없다 :)


이건 마치 쇼핑몰계의 올인원 화장품!



G층과 UG층으로 이루어진 쑥-시암. 다채로운 볼거리와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





힙-이상의 카페는 주인에서 나온다


태어나기를 카페를 좋아하는 인물로 태어나버려서

방콕에서도 가고싶은 카페 여러곳을 찾아놨었다


(너무 많이 찾아놔서 몇 군데 못 간 것은 너무 슬프지만)



그 중에서 추천할만한 두 곳

Akirart Cafe & Studio / 3SAN BANGKOK




1) Akirart Cafe & Studio


우선 Akirart는 요새 방콕의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간다는

차이나타운 근처에 위치한 곳으로

초기 매킨토시 컴퓨터들이 가득한 곳이다


마치 누군가의 오래된 사무실 같은 인테리어와

향수를 자극하는 플로피디스크 컵받침

그리고 본인들의 작업공간을 마련하려고 카페를 만든듯한 귀여운 디자이너 주인들이

모두 모여 힙플레이스의 조건을 모두 갖춘 조합이 되었다.

멋을 부리려고 만든 장소라기보다는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놓은 게 느껴져서,

그래서 참 귀엽고 매력있었다.


커피도 맛있고 베이커리도 적당했다.

한국이고 방콕이고 카페투어를 사랑하는 민족들이 참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에 왠지 아직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엄선해서 찾아갔는데,

결코 실망하지 않은 곳.


곳곳에 숨겨진

난생 처음보는 거대(그 때 당시엔 컴팩트하고 귀여웠을) 데스크탑 매킨토시들과

아빠 책상에서 봤을 법한 전화기,

최신(?) 포토샵을 배울 수 있는 PHOTOSHOP CS3(!) 가이드북까지

디테일이 상당했다.


옛날 디자이너의 사무실이 이런 느낌일까, 회사를 피해 휴가를 왔는데 다시 회사온 기분(?)이 묘하게 즐거웠던 Akirart




2) 3SAN BANGKOK


3SAN은 카페라고 부르기엔 조금 민망할만큼

괜찮은 레스토랑이자 밤엔 펍이 되는 곳


오픈한지 갓 한달 넘은 (2019년 6월 방문 당시에) 곳이라

누가봐도 외국인인 내가 찾아가니

적잖이 놀란 사장님이 있었다.


오전에 파는 브런치 메뉴와 점심메뉴를 먹었는데

사실 밥메뉴가 더 맛있긴 했다.


카페지구로 유명세를 떨치는 통로역 근처에 있기도 하고

한국인이 많이 가는 오아시스 스파 바로 옆집이기도 해서

여행간 사람들은 밥 한끼 가볍게 먹기 좋다.


퓨전 아시안 요리라고 본인들을 소개하는데

맞다. 퓨전 음식이다.

그날 먹은 돈가스덮밥(???) 같은 음식의 맛은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종종 생각난다.

(마치 파리의 가장 유명한 맛집이 베트남 쌀국수집인 것 같은 이질감)


이 집 때문에 통로를 간다고 추천한다기보다

원래 통로지구에 갈 계획이 있던 사람들이 가면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듯 좋아할만한 곳이다.


덤으로,

외국인인데 어떻게 찾아왔냐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잉하고 있던 나에게

10% 할인을 해준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통로에서의

따뜻하고 맛있는 기억을 가져간다.


음식사진을 정말 못찍어서 미안할 정도로 음식이 예쁘게 잘 차려진다. 통창으로 보이는 초록이 참 마음에 들었다.



추가로 에코백을 사기 위해 방문한

이미 흔히 알려진 더잼팩토리나 웨어하우스30, 패스포트북샵의 사진도 몇개 첨부해봅니다 :)



마침 방문한 날 미디어아트 전시가 진행중이던 웨어하우스30의 모습. 가격은 상당하지만 귀여운 소품들이 많다.




초록이 한눈에 보이는 옛 방콕의 마천루

초반에 말했듯이

방콕엔 원래 산이 없다고 한다.


지금이야 고층빌딩들이 많아지고

도시의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바, 전망대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옛 방콕에서 가장 높았던 곳은

불공을 들여 왕권강화를 위해 인간이 만든 산이자 사원


Golden Mountain(왓사켓 사원)


아주 많은 낮은 계단들을 천천히 올라가니 하늘로 가는 기분이 든다



아직 한국사람들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정말 꼭 가봤으면 좋겠는 곳이다.


짓는 과정에서

석회암이다보니 한번 무너져내린 인공산.

그러나 그 상태로 몇십년이 지나자

그 자체가 다시 단단한 기반이 되었다.


그렇게 수십년에 걸쳐 지어진 인공산이자 사원인,

Golden Mountain

일명 왓사켓 사원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방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방콕의 전망대 역할을 하게 된다.


오르는 길목이

천국의 계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꽤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비로소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은

계단으로부터 느껴지는 모든 피로를 무마해줄만큼 멋지다.


특히 석양이 내려앉는

해질녘 무렵에 산책하듯 천천히 올라간다면

그것만한 아름다움이 없다.


석양이 더해질 때 가장 채도가 높아지는 원색 지붕들과

도시 곳곳에 흩뿌려진 아주 많은 톤의 초록을

다시금 발견하게 될테니.



꼭대기에 도착했다면

사원의 탑을 한바퀴돌며 소원을 빌어보자.


천천히

발걸음마다 마음 한 마디씩

종교와 상관없이 진실되게 무언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생각만으로도

이 도시를 충분히 체득하는 기분이 드니까 :)






누구나 아는 방콕, 나만 발견한 방콕


사실 여행을 감에 있어서

좋다는 장소를 다 가보겠다는 강박도

아무도 안 가본 곳을 발굴해내겠다는 강박도

하나에 치우치면 참 피곤한 여행이 되기 십상이다.


적당히 섞어본 이번 방콕 여행은

참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남들이 좋다는

방콕에 방문하는 전 세계 여행자 연 3500만 명 중

대략 3000만 명 정도는 방문했을

카오산로드, 람부르뜨 거리 곳곳도 누벼보고


남들은 모를

차이나타운 근처 토마토가 열리던 이름없는 길거리도

한참을 서성여봤다.



유명한 거리도, 유명하지 않은 거리도 그 나름의 매력이 철철 넘쳤다.



한국인이 좋아한다는 페닌슐라 호텔도 가보고

한국인 후기가 거의 없던 VIE호텔 방콕도 가보았다.


결론은 참 좋았다는 것

그리고 다시 가보고싶다는 것

방콕이 사랑받는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 사랑해봄직한 도시

방콕으로,


다시 떠나기 전까지

방콕을 아름답게 기억하기 위해.






2019.07

방콕만큼 사랑스러운 서울에서

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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